서로 다른 종교를 인정해 주세요.

문 : 스님, 한 집에 종교가 둘이면 어떤가요? 저는 절에 열심히 다니고 있는데, 남편이 글쎄 교회를 다닙니다. 혹시 집에 마장이 생기지는 않을지 걱정인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답 : 부부가 서로 다른 종교를 인정하고 배려하지 않으면 그게 곧 마장이 됩니다.

종교 갈등으로 이혼하는 부부도 많다고 하더군요. 억지로 강요하려고 하면 그때부터 고통이 생깁니다. 그저 나와 다르구나 하고 인정하고 나서 불자의 특별한 면을 보여주셔야죠.

종교 활동은 헌법에 보장되어 있으며 행복한 삶을 위한 정서적 안정이나 공공 도덕에 사회적으로 필요한 부분으로 영향력 또한 큽니다. 하지만 도가 지나친 신앙생활은 또 다른 사회적 부작용을 양산하고 부부 관계 또한 훼손합니다. 가정의 의무보다 종교를 우선시하는 심리는 스스로의 의지가 약하고 배우자의 무관심과 핍박에서 연유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래서 더욱 신앙에 의지하게 되는데요. 무엇보다 배우자의 인내와 관심, 주변 사람의 도움으로 결혼생활과 종교 활동의 조화를 이루는 해법이 필요합니다.

이혼 전문 변호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종교 갈등으로 이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하는데요. 신앙생활과 가정생활이 병행할 수 없는 관계는 아니죠. 그런데도 배우자가 부당하게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경우 부득이 신앙생활을 택하여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면 그 파탄의 주된 책임은 양자택일을 강요한 상대방에게 있다고 판시한 예가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아내가 신앙과 가정 중 하나를 강요하는 경우 남편이 아내의 종교를 택하지 않아 이혼을 하게 된다면 그 책임을 아내에게 물을 수 있는 거죠.

신앙의 자유는 부부라 하더라도 침해할 수 없습니다. 부부가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어도 원만하게 지내려면 서로의 종교에 대해 간섭하지 않으면 됩니다. 부부 사이에는 서로 협력하여 원만한 부부생활을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는 거예요. 종교가 부부의 의무를 침해하면 안 되는 겁니다. 그 사실을 염두에 두시고 일단은 서로 다른 종교를 인정하시고 불화하지 않고 잘 사시면 마장 따위는 생기지 않습니다.

덧붙인다면 불자로서 넉넉하고 자비로운 모습으로 늘 남편을 대하세요. 관세음보살 같은 모습으로 대하고 그런 모습이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기 때문이라는 걸 어필하다보면 남편도 불교에 관심을 좀 갖게 되겠죠? 그게 첫걸음입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 불법의 세계로 물들이세요.

문 : 지난 해 봄에 시아버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돌아가신 날이 3·1절이에요. 삼오제가 끝나고 아이들 고모부께서 시아버님 기제사를 매년 3·1절로 지내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요즘은 생일도 양력으로 하는데 제사도 양력으로 하면 어떻냐면서요. 제 입장에선 처음 듣는 말씀이라 처음엔 당황했습니다. 앞으로 제사는 큰며느리인 제가 지내야 하는데 아직 결정을 못하고 있어요. 스님의 확고한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답 : 제사를 지내는 이유가 뭡니까? 고인을 추모하고 영혼이라도 오셔서 집밥 드시라고 제사 지내는 거잖아요. 음력·양력에 구애받을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가족들이 편하게 모일 수 있는 날, 행복한 마음으로 장만한 음식으로 상을 차리고 아버지를 추모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제사는 음력으로 지내야 한다는 법 있습니까? 없죠? 그저 관습인데요. 예전엔 음력으로 날짜 계산을 했으니 당연히 음력으로 지내던 것이죠. 요즘엔 양력 기준으로 살고 있고, 명절 때 제사 때 이런 특별한 때 음력으로 기리죠.

양력으로 제사지내는 분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예요. 매년 같은 날 돌아오니 양력이 기억하기 훨씬 편하잖아요. 가족 모두가 동의한 일이라면 기쁘게 따르면 됩니다.

각 가정에서 제사를 지내기 시작한 역사는 의외로 짧습니다. 고려시대까지만 해도 절에서 재를 지내는 것으로 조상에 대한 제사를 지냈다고 해요.

고려 말 주자학의 도입과 더불어 사대부들이 〈주자가례〉에 규정된 가묘를 설치하려고 노력했었죠. 이때부터 조상에 대한 제사를 각 집에서 모시기 시작한 것인데요. 고려는 화장 문화가 발달했기에 가묘가 정착되지 않았습니다. 조선시대에도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가묘 문화가 정착됐다고 해요. 그러니 제사문화는 대다수 백성과는 거리가 멀었고 일부 양반들이 하던 가례였죠.

온 국민이 각 가정에서 제사를 모신 것은 약 백년 안팎 밖에 안 된 관습입니다. 일제강점기 때 신분제가 철폐되면서 양반이나 지내던 제사를 너도 나도 양반 출신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 지내기 시작해서 퍼진 것이라고 합니다.

제사를 지내실 때는 “조상님 덕분입니다. 많이 드시고 왕생극락하옵소서.” 이렇게 하세요. 집에서 제사 지내면서 왔니 안 왔니, 돈을 조금 보냈니 이런 것 시비하면 안 됩니다. 아버님이 들으면 얼마나 기분이 나쁘시겠어요. 뭘 잡수러 왔는데 소화가 안 되겠죠? 그러면 제사 지내도 말짱 꽝이에요.

음력 양력에 구애 받지 말고, 지극한 마음으로 음식을 준비해서 가족이 함께 아버님을 잘 추모하시고 극락왕생을 기원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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