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으로 탐구한 선불교의 세계
한병철 저ㆍ한충수 옮김/이학사/12,000원

선(禪)불교는 중국에서 발전해 한국와 일본으로 전해졌다. 이 선불교는 ‘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로 정의한다.

‘불립문자 교외별전’은 말과 문자에 의존하지 않고 바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 진리를 깨닫고, ‘직지인심 견성성불’은 가르침에 기대지 않고 참선으로 직접 인간의 마음을 직관함으로써 자신의 고유한 본성을 깨달아 부처가 되고자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선불교는 언어를 의심하고 개념으로 사유하는 것을 불신한다. 이런 까닭에 선불교를 논리적ㆍ분석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선 수행을 하지 않는 일반인이 선불교가 무엇인지를 알고 이해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이 선불교를 철학적으로 탐구한 책이 나왔다. 재독 철학자이자 베를린예술대학교 교수인 저자는 “좁은 의미의 철학에 속하지 않는 대상에 관해서도 철학적으로 반성할 수 있다.”고 했다. 저자는 철학적으로 선불교를 논리적ㆍ개념적으로 분석하기 어렵기 때문에 플라톤, 헤겔, 쇼펜하우어, 니체 등의 서양철학자들과 임제ㆍ도오ㆍ동산ㆍ앙산ㆍ운문ㆍ원오ㆍ도겐 선사 등 선지식들의 통찰을 비교하는 방법을 통해 선불교의 사유를 드러내고자 했다.

저자는 책에서 △신 없는 종교 △비어있음 △이무도 아닌 자 △어디에도 거주하지 않음 △죽음 △친절 등 6가지 주제 각각에 대해 서양철학자들의 개념을 소개하고, 이와는 다른 선불교의 통찰을 고찰했다. 그러나 어느 쪽의 철학이 우수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종류의 철학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그동안 이해하기 어려웠던 선불교의 철학적 사유를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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