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민형 호국형태인 한국불교
전법교화·포교활동에 힘써
불자들 신행 일신시켜 주길

호국불교는 한국불교의 대사회적 역할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용어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보면 호국불교는 모든 불교권 국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일반적인 모습으로 어떤 종교도 그 사회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기능한다는 점에서 종교의 보편적 특징이라고 할 수도 있다.

호국불교는 국가와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불교계의 활동을 개념적으로 설명하는 용어라고 할 수 있다. 불교계의 사찰과 사찰을 운영하고 이끌어가는 정신적 지도자인 승가가 국가와 국민들을 위해 어떤 상황에서 호국불교 활동을 하느냐에 따라 다른 양태를 보이게 된다.

호국불교는 불교계와 통치권자, 그리고 국가제도의 세 가지 요소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에 따라서 수용형·국교형·전제형·위민형·생존형 등 다섯 가지 형태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수용형 호국불교는 각국이 불교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왕실이나 조정이 치국(治國)을 위해 불교를 활용하는 형태를 말한다. 이 유형은 왕이나 귀족들이 불교를 수용하기 위해 앞장서서 사찰을 건립하고 경전을 편찬하고 사원 운영을 지원하는 양태를 보임으로써 불교의 전래 그 자체가 곧 호국의 이념을 내포하고 있다.

국교형 호국불교는 특정 국가가 불교를 국교로 정하면서 모든 종교 활동이 불교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환경에서의 호국불교 형태를 말한다. 불교를 국교로 정한 나라는 국법으로 이를 선언하고 불교의 모든 활동을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 지원하는 모습을 보이는 특징이 발견된다. 이 유형에서는 왕사와 국사가 국법으로 정해지며, 국가가 불교적 이념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전제형 호국불교는 불교를 국교로 정한 나라에서 통치자인 왕이 정신적 지도자인 수행자로서의 지위를 동시에 갖고 있다. 국왕이 곧 승왕이며, 그 자체가 국가임을 천명함으로써 삼위일체가 된다. 이러한 사례는 티베트, 몽골, 부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유형으로 불교를 중심으로 한 제정일치의 사회모습을 보여준다.

위민형 호국불교는 불교가 국교에서 배제되고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면서 절대적인 종교적 지위를 상실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호국불교 유형이다. 통치자와 국가 지배층이 타종교로 개종하면서 불교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사라질 때 불교계는 위정자나 관료 중심의 호국불교에서 민중을 위한 보편적 종교로서의 기능에 초점을 두고 활동하게 된다. 다종교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불교의 일반적 모습이다.

생존형 호국불교는 불교가 박해받고 탄압받으며 소수 종교로 전락했을 때 볼 수 있는 유형이다. 불교계는 특정 국가와 사회 속에서 생존을 위해 필요한 갖가지 활동을 하게 되고 호국불교 활동을 통해 불교에 대한 이미지를 쇄신하고 사회적 지지기반 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유교를 신봉하는 지배세력이 극렬하게 불교를 탄압하던 조선시대의 불교에서 이런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현재 한국불교는 위민형의 호국불교적 양태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다종교 사회에서 소수종교로 전락하면 살아남기 위해서 전략적으로 생존형의 모습으로 변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불교가 이렇게까지 되지 않으려면 사부대중이 전법교화와 포교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종단의 역량을 결집하여 불자들의 신행활동을 일신시키는데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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