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는 갑 되는 방법
보시·애어·이행·동사
사섭법의 실천

성공하고 싶다. ‘난 아냐. 성공에 관심 없어.’라고 말할 사람도 많겠지만 성공의 기준이 다를 뿐 누구나 잘 살고 싶은 바람을 품고 있다. 달라이 라마처럼 인류의 정신적 스승이 되거나 워렌버핏처럼 투자의 귀재가 되거나, 혹은 최고권력자가 되는 것만이 성공은 아니리라.

성공이란 뭘까? 이에 대한 절대적 잣대는 없다. 대체로 사람들은 “성공까지는 바라지 않아요. 그저 남들 눈치 안 보고,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아가도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얼마나 야심찬 꿈인가. 눈치 보지 않는다는 말은, 관계 속에서 끌려 다니지 않으며 당당히 내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뜻하는데, 이런 사람이야말로 성공한 사람일 테다. 그리고 세상은 이런 사람을 갑이라고 부른다. 결국 성공하고 싶다는 바람은 인간관계에서 을이 아닌 갑이 되고 싶다는 말과 다르지 않으리라.

그런데 문제는 갑이 되고 나서부터다. 세상 사람들이 그토록 바라던 갑이 되면 그만큼 자신을 지켜보는 이들이 많을 텐데, 그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하는 갑들이 많다. 심지어 갑도 아닌데 갑 행세를 하려 들기도 한다. 그래서 만들어진 말이 갑질 아닐까.

갑짓, 갑노릇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굳이 갑질이라 말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질’은 반복성을, ‘짓’은 일회성을 나타내는 차이가 있다는 설명도 있다. 그러니 갑질이란 성공했네 하면서 으스대는, 눈꼴 사나운 짓을 한 번도 아니고 여러 차례 되풀이하는 것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갑질이 문제되고 있는 이 세상에 석가모니 부처님이 오신다면 무엇이라 말씀하실까. 분명한 것은 갑이 되고 싶은 마음을 버리라고 하지는 않으시리라는 것이다. 중생은 더 나아지고 싶은 욕망을 처음부터 품고 있는 존재니까. 그 대신 을이 있기에 갑이 있고, 갑도 누군가의 을이기도 하다는 관계성을 들려주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그 자리가 영원하지 않은 데다, 갑이면서도 을이기도 하니 갑은 갑이 아니요, 을도 을이 아니라는 말씀도 하실 것이다.

또 한 가지, 부처님은 분명 아주 멋있는 갑이 되는 방법을 다시 한 번 들려주실 것이다. 다시 한 번이라고 말한 이유는 경전에 숱하게 나오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바로 사섭법이다. 중생을 포용하는 네 가지 방법으로서, 이것은 철저하게 리더를 위한 덕목이다.

그 네 가지는 무척 간단하다. 첫째는 ‘주어라(보시)’이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상대방이 원하는 때에 내 손으로 기쁘게 주는 사람이 세상의 갑이다. 둘째는 ‘다정하게 말을 건네라(애어)’이다. 다른 직장보다 돈을 더 주니 여기가 처우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돈이 없으면 못 사는 세상이지만 사람은 사랑을 먹고 사는 생명체다. 따뜻하고 정당하며 상대를 존중하는 한 마디 말의 힘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셋째는 ‘상대방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행동하라(이행)’이다. 갑이 을에게 이롭다면 을이 그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넷째는 ‘함께 일하라(동사)’이다. 일은 을만 하는 것이 아니다. 갑이 을과 함께 일한다. 아니, ‘갑도 나와 똑같이 일을 하는구나.’하고 을이 생각한다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자부심이 커지지 않을까. 갑은 손에 물을 묻히지 않으니 억울하면 출세하자가 아니라 여전히 손에 물을 묻히는 저 사람이 갑인 것이다. 그러면 노동과 출세를 바라보는 세상의 관점이 조금은 따뜻하고 정당해지지 않을까. 갑질이 아닌, 이런 네 가지 덕목을 갖추고 날마다 몸으로 그렇게 살아가는 갑님, 만나 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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