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가이드(267호)

현대사회 대안으로서의 불교
〈불교의 종교학적 이해〉

최종석·민족사·28,000원

‘종교’에 대한 동·서양의 관점 차이에 주목하기 시작해, 불교와 생태, 불교와 동양문화의 교섭, 현대사회에서의 불교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책이다. ‘환경보살’, ‘생태보살’, ‘과학격의불교’ 등 현대사회에 있을 법한 개념을 새로 만들어 사용하거나 ‘붓다와 예수의 웃음’, ‘보살과 의인의 구원관’, ‘신라시대 미륵·용신신앙과 불교의 관계’ 등 신선한 소재들을 통해 어렵게만 느껴졌던 종교학을 흥미롭게 소개한다. 금강학술총서 32번째 권.

책은 총 4부로 구성됐다. 1부 ‘불교와 그리스도교’에서는 두 종교를 비교하면서 그 유사점을 찾아보고 특히 ‘붓다의 웃음’의 의미를 풀어내고 있다. 2부 ‘불교와 생태 그리고 과학’에서는 생태계의 문제에 대한 불교적 해석을 다루었다. 저자는 불자들이 개인의 깨달음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생태계를 향한 의식의 확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3부 ‘불교와 동양문화의 교섭’에서는 불교가 동북아시아로 전래되면서 변용되는 과정에 관심을 두었다. 4부 ‘현대사회와 불교’는 현대사회 속에서의 불교의 위상과 불교의 미래에 관해 스케치하고 있다.

책은 동양과 서양, 성경과 불경, 과거와 현재·미래를 넘나들며 종교학의 관점으로 ‘불교’라는 주제를 다채롭게 풀어낸다. 또한 과학시대의 불교적 인간상과 21세기 불교의 지향점을 제시한다. 저자는 오온설과 현대 인지심리학을 근거로 새 시대에 부합하는 인간상에 대해 ‘오온이 조화롭게 균형 잡힌, 불성지수가 높은’ 인재를 꼽았고, 과학시대에 발생하는 생태문제는 종교와 과학이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종석은 현재 금강대 응용불교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동국대 불교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한 후 독일 자르브뤼켄 대학 종교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독일에서 ‘동양종교’를 주제로 강의하다 귀국,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과 사회교육원에서 연구했다. 저서로 〈불교의 이해〉(공저), 〈오늘 우리에게 구원과 해탈은 무엇인가?〉(공저), 〈불교경전은 어떻게 전해졌을까?〉(공저), 〈현대 예술 속의 불교〉(공저) 등이 있다.

 

‘법화경’에서 찾는 일상문제의 해답
〈무비 스님의 법화경 법문〉
무비 스님·담앤북스·18,000원

이 시대의 대강백으로 불리는 무비 스님(74)이 서울 봉은사에서 〈법화경〉을 교재 삼아 2년간 총 24회에 걸쳐 법문한 내용에 살을 붙여 엮은 책이다.

총 24강으로 구성돼 있는데 △불교란 무엇인가 △〈법화경〉이란 무엇인가 △사람과 삶을 이해하는 길 △가장 고귀한 행복은 바로 지금 여기에 있음 등 경전 강독 이외에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겪는 여러 문제에 대한 해답, 즉 삶에 대한 본질적인 이야기를 함께 들려준다.

무비 스님의 글은 친절하고 자상하다. ‘사람이 부처님’이라는 〈법화경〉의 종지를 펼쳐 나가면서 불교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부딪칠 수 있는 여러 문제를 적절하게 예로 들어 독자들이 보다 성숙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해준다.

또 경전 및 조사들의 어록과 동양 고전 등을 적절히 가미해 일상에 찌든 우리들의 가슴에 시원한 청량제를 선물한다. 글을 따라 읽다보면, 저절로 불교를 알게 되고, 사람과 삶을 이해하게 되고, 불교가 전하는 근본적인 가르침을 배우게 된다.

무비 스님은 머리말에서 “〈묘법연화경〉은 부처님께서 일생 동안 행한 교화사업의 결론이며, 결실이다. 농사를 짓는 일에 비유하자면 추수와 같다. 이와 같이 소중한 부처님의 경전을 여러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스님은 1958년 출가해 통도사, 범어사 강주, 은해사 승가대학원장, 조계종 교육원장, 동국역경원장 등을 역임했다. 〈신금강경 강의〉, 〈임제록 강설〉, 〈이것이 간화선이다〉, 〈무비스님이 가려 뽑은 명구 100선 시리즈〉 등의 저서가 있다. 현재 80권 〈대방광불화엄경 강설〉을 집필 중이다.

 

한국미술에 대한 통섭적 비판
〈한국미술론〉
윤범모 · 칼라박스 · 4만원

미술평론가인 윤범모 동국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가 ‘한국미술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를 화두로 품고 ‘통섭(폭넓게 접근)’의 시각으로 한국미술사를 연구, 정리한 책이다. 고구려 고분벽화부터 근대 화가들의 예술세계를 분석하는 등 고대부터 근·현대까지 저자가 한국미술에 관해 쓴 원고를 모아 엮었다.

저자는 작가와 작품을 해석하면서 상상력·독창성·시대정신·민족의식·정체성 등을 탐구했다. 이 책의 특징은 한국미론과 같은 원론에서부터 불교미술, 조선시대 회화, 민화, 근대미술 분야까지 다양한 관심을 집적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또 고대 미술부터 근·현대미술까지 시대의 장벽, 미술사연구의 장르 결벽증, 일반미술과 불교미술의 장벽, 회화사의 경우 수묵화와 채색화의 장벽을 뛰어 넘으려 시도했다.

책은 △고유섭의 한국미론 다시 읽기 △고구려 고분벽화의 특성 △채색화의 복권과 회화사 연구의 반성 △민화라는 용어와 개념의 비판적 검토 △한국불화의 독창성 문제 △현대미술과 창의성의 문제 △불교미술의 획일화 현상과 짝퉁 불사(佛事) 문제 △한국근대미술과 정체성 문제 △반세기 동안의 망각, 김복진의 발자취를 찾아서 △조양규와 송영욱 △도시문화의 해석과 미술 △한국현대미술과 자생성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한국미술론은 너무 커다란 주제다. 고대부터 근·현대기까지, 불교미술에서 채색화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접근은 이 책의 특징”이라면서도 “반평생 방황의 집적이 겨우 이 정도 수준이어서 부끄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동국대에서 미술이론과 미술사학을 전공한 뒤 1984년 〈한국현대미술 100년〉을 시작으로 30여 년 동안 미술 관련 저술을 포함 30여 권의 저서를 펴냈다. 1985년 호암갤러리 개관 큐레이터와 〈가나아트〉 주간을 지냈고, 1999년부터 경원대 교수로 재직한 뒤 정년퇴임을 했다. 올해 동국대 석좌교수로 모교 강단에 돌아왔다.

 

분노의 에너지를 善用하기
〈분노〉

로버트 서먼 · 민족사 · 12,000원

얼마 전 경남의 한 소도시에서 아파트 외벽공사를 하던 한 작업자가 밧줄이 끊어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원인은 작업자가 틀어놓은 휴대폰 음악소리의 소음을 참지 못한 한 40대 남성이 옥상으로 올라가 밧줄을 끊었기 때문이다. 몇 해 전부터 충동성 분노조절장애를 앓아왔던 남성의 소행이었다. ‘분노 조절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우리 사회는 분노를 없애고, 분노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 하지만 극복 방법을 잘 모른다. 이 책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기반으로 우리에게 분노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분노를 신의 영역에 속한 것, 혹은 폭풍이나 번개처럼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분노를 불가해한 자연의 힘, 인간에게 내장되어 있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분노는 극복할 수 없는 대상이 된다. 반면 불교는 분노(瞋)를 번뇌로서, 탐욕(貪)·무지(癡)와 함께 삼독(三毒)으로 본다. 삼독은 중생이 해탈하지 못한 채 끝없이 윤회하는 주 원인이다. 즉, 제거의 대상이다.

저자는 이 두 견해에 대해 전자를 ‘분노에 항복하기’, 후자를 ‘분노에서 해방되기’라 정의한다. 전자는 분노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인간은 분노를 극복할 수 없다고 보는 견해라면, 후자는 분노가 완전히 근절될 수 있고, 분노가 전적으로 파괴적이기 때문에 완전히 없애버려야 한다는 견해다. 저자는 불교적 입장에서 두 견해의 절충점을 제시한다.

저자는 분노가 어떤 에너지를 갖고 있어서 우리가 완전히 회피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전자의 견해를 따르지만, 분노를 불가피한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파괴적인 분노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고 유익하지도 않다는 점에서는 후자의 견해를 따른다. 그리고 인간이 분노를 철저히 없애 열반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 후자의 견해에 동의한다. 저자는 이 두 관점을 종합해 분노를 부정하지도 긍정하지도 않으면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바로 분노가 파괴적으로 부리던 에너지를 창조적인 용도로 선용(善用)하자는 주장이다.

뉴욕공립도서관과 옥스퍼드대학 출판부가 공동기획한 이 책은 ‘우리를 지배하는 7가지 욕망의 심리학’ 시리즈 중 세 번째 권이다. 저자는 달라이 라마의 제자이자 타임지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5인’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린 불교학자 로버트 서먼, 원제는 〈ANGER: THE SEVEN DEADLY SINS〉이다. 경희대 허우성 교수와 이은영 박사가 공동 번역했다.

 

춘원의 ‘원효대사’ 현대 문체로 펴내
〈원효대사〉 (전2권)

이광수 저·방남수 엮음·시간여행·각권 13,000원

한국 최초의 근대 장편소설 〈무정〉을 비롯해 〈흙〉, 〈사랑〉, 〈마의태자〉, 〈군상〉, 〈단종애사〉 등 수많은 작품을 남긴 춘원 이광수. 그가 51세에 집필한 소설 〈원효대사〉가 현대적 문체로 탈바꿈해 출간됐다.

1948년 7월 생활사(生活社)에서 출간됐던 이 책은 1942년 3월 1일부터 226회에 걸쳐 ‘매일신보’에 연재됐던 소설이다. 저자는 소설을 통해 원효대사뿐만 아니라 옛 신라인의 모습을 그려내고자 했다. 산천과 가옥,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당시 문화와 풍습과 언어, 그리고 신앙에 대한 세밀한 묘사는 1500년이라는 시간의 간격을 무색하게 할 만큼 생생하게 다가온다.

엮은이 방남수는 글맛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생경한 옛말과 어색한 표현을 현대에 맞게 바꾸었다. 불교 용어와 경전 문구는 풀어쓰거나 주석을 붙였다. 또한 책 말미에 원효대사의 연대기를 포함한 역사연표를 수록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춘원 이광수는 1892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나 일본 메이지학원과 와세다대학 철학과를 졸업했다. 1917년 한국 최초의 근대 장편소설 〈무정〉을 발표했고, 상해임시정부의 ‘독립신문’ 편집국장과 사장을 지냈다. 1923년부터 ‘동아일보’·‘조선일보’ 편집국장을 맡으며, 문예지 ‘조선문단’을 주재하는 등 문단과 언론에서 활동하며 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엮은이 방남수는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석사,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불교문예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월간 ‘여성불교’ 편집주간, 화남출판사 대표를 역임했고, 현재 청담고등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시집 〈보탕〉과 〈청담순호선사 평전〉이 있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