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불교설화(267호)

모든 사람들의 마음의 뒤에는 예티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들은 예티에 휘둘리지 않는다.


티베트의 설인 ‘예티’를 교화하다

어느 날 밤 한 스님이 에베레스트산 부근에 앉아 달빛이 모든 세간을 비추는 가운데 묵언 철야정근을 행하였다. 스님이 중생 구제를 위해 기도하는 중, 갑자기 거인 예티가 덮쳐와 스님을 죽이려고 고함을 지르며 덤벼들었다.

그러나 스님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평안한 모습을 유지하며 정진을 계속하자, 예티는 어느새 스님을 죽일 마음을 잊고 무릎을 꿇고 스님 앞에 엎드렸다. 초라한 복장의 스님은 자비로운 손짓으로 거인 방문객을 가까이 오도록 맞이했다.

예티는 자신의 전 생애 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환대를 처음으로 느끼게 되었다. 그러한 스님의 자비로운 영접은 말로 표현할 수없는 구원이었고 예티를 일체의 고액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였다.

스님은 자신의 마음속에 평화의 종자를 키우기 위하여 이제 이 방문자를 가족의 한 사람처럼 대하기 시작하였다. 깊은 산속에서는 나무들이 높게 자라 열매를 맺는 것은 별로 없지만, 그러나 거인은 그날부터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가져다가 스님을 기쁘게 해 드리고자 애를 썼다.

세월이 흐르고 스님은 쇠약해졌다. 그러나 강건한 예티는 계속해서 스님께 음식을 가져다가 공양하고 땔감 장작을 모으고 인근 강물을 길러 날랐다. 한편 스님은 일구월심으로 친구가 된 예티를 위해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근처에 큰 눈사태가 발생하였다. 어쩐 일인지 예티는 전처럼 스님이 계신 곳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스님은 달빛을 따라 예티를 찾으러 나섰다. 몇 시간 만에 스님은 그를 발견했지만 예티는 계곡을 덮친 눈사태의 끝자락에 죽어 있었다. 후일 스님은 팡쉐에 있는 한 사찰에 예티의 두개골을 소중한 유적으로 봉안하였다고 한다.

 

설인 예티로부터의 피신

옛날, 네팔의 한 노인이 옥수수를 빻으러 어느 숲속의 조그만 방앗간에 찾아 들었다. 그러나 작업이 끝나기도 전에 어두워져서 그는 거기서 밤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깊은 밤중, 노인은 오두막집 바닥에 있는 모닥불 옆에 웅크리고 누워 있다가, 갑자기 놀라서 일어났다. 거인처럼 생긴 거대한 설인 예티가 나타나서 천둥 같은 소리로 고함을 쳤다.

“너는 누구냐? 여기서 무엇을 원하느냐?”

노인은 놀란 목소리로, “옥수수를 갈려는 것뿐이오.”라고 대답했다.

예티가 소리쳤다.

“여기는 내 은신처다! 나를 본 사람은 아무도 살아남지 못한다.”

노인은 무서웠지만, 그 순간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말했다.

“대단하신 예티님! 관습에 사람들이 죽을 즈음에는 다리에 기름을 칠한답니다. 예티님이 내 목숨을 거두기 전에 다리에 기름칠을 좀 하게 해 주세요.”

예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좋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노인은 앉아서 양쪽 다리에 버터를 문질러 발랐다. 그리고는, “거인이시여, 이것은 우리가 죽기 전에 우리 몸을 향기롭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우리가 다리에 향기롭게 기름칠을 잘 하면 죽어서 우리가 가고 싶은 극락세계로 쉽게 갈 수 있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예티가 말했다.

“나도 해 보자!”

예티는 쩌렁쩌렁 말하고는 쿵! 소리 내며 주저앉았다. 그러자 노인은 예티가 눈치 채지 못하게 가방에서 버터가 아닌 소나무 진액을 꺼내 예티의 통통하고 털 많은 다리에 진액을 발랐다. 그리고 노인은 불타는 횃불을 가져다가 버터를 바른 자기 다리 근처에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버터가 줄줄 녹아 내렸다.

예티도 노인이 한 것처럼 불타는 횃불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횃불을 다리 쪽에 붙이자마자 소나무 진액에 불길이 번져 몸 전신이 불길에 휩싸였다. 예티는 비명을 지르며 숲으로 뛰어 들어갔고 다시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셀파족의 지혜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온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의 뒤에는 예티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들은 예티에 휘둘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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