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를 주도하고 있는 한중일 삼국은 아주 오래전부터 불교를 통한 교류의 역사를 이어왔다. 중국은 인도에서 불교를 받아들였고, 이후 한국은 중국에서, 일본은 한국에서 불교를 받아들이면서 한중일 삼국은 ‘불교’로 긴 인연을 맺고 있다. 이렇게 이어진 한중일 삼국의 불교교류는 현대 ‘한중일 불교우호교류대회’로 이어져 올해 20년을 맞았다. 한중일 삼국의 불교문화의 특징, 현대 불교교류대회의 의미와 전망, 20주년 행사 등을 살폈다.

제17차 한중일 불교우호교류 한국대회 세계평화기원법회에서 한중일 스님들이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기원하며 민통선 지역을 걷고 있다.

‘불교우호교류의 지속가능한 교류발전’ 주제로
영화, 도서 제작 등 특별사업 펼쳐 / 이강식 기자

올 9월 6~8일 한국 서울 봉은사 일원에서 제20차 ‘한중일 불교우호교류 한국대회’가 열린다. ‘한중일 3국 불교우호교류의 지속가능한 교류발전’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한중일 삼국은 주제에 걸맞게 현대 불교교류대회의 역사를 회고하고 의미를 되새기는 다채로운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20차 교류대회는 9월 6일 3국 교류위원회 회의를 시작으로 7일 오전 세계평화기원법회로 이어진다. 세계평화기원법회는 육법공양, 식장등단, 개회, 삼귀의례, 헌화, 환영인사, 3국 예불의식, 찬불가, 기념촬영 등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오후에는 국제학술강연회와 공동선언문 발표 및 합의서 체결, 축하만찬 등이 이어진다.

또 한국측에선 6일 환영만찬 인사말은 회장 자승 스님, 축사는 부회장 회성 정사, 평화기원법회의 기원문은 회장 자승 스님, 축원은 수석부회장 춘광 스님, 국제학술강연회의 기조연설은 부회장 홍파 스님, 발표1은 조계종, 발표2는 천태종, 공동선언문 채택은 사무총장 월도 스님이 맡기로 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한중일 불교교류 20주년 특별사업으로 영상 ‘한중일대회 20년 회고’와 ‘한국불교의 미(美)’를 제작해 행사 때 상영키로 했다. 또 20주년 기념 사진집 제작과 사진전 개최, 중국어와 일본어판 한국불교 소개 책자도 제작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번 행사에서는 발우공양과 예불, 특별공연(보현행원송) 등도 진행된다.

종단협은 강원도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도록 △20차 한중일불교우호교류 한국대회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기원 국민화합대회’ 개최 △전국 사찰에 성공기원 연등 설치 △각 사찰 법회 시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 등을 요청한 것과 관련 큰 틀에서는 동의한 상태다. 세부 내용은 검토를 거쳐 진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종단협이 올림픽 성공기원 국민화합대회를 진행할 경우, 강원도는 이를 전국에 생중계 할 예정이다. 강원도는 이와는 별도로 올림픽 개최지인 강릉과 횡계 시가지와 경기장 주변에 전통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1995년 5월 22일 중국 북경 국제회의센터에서 열린 제1차 한중일 불교우호교류회의가 열렸다. 교류회의 후 촬영한 기념 사진.
2014년 11월 19일 한국 도라산전망대에서 열린 제17차 한중일 불교우호교류 한국대회 세계평화기원법회에서 한국스님들이 한반도의 평화통일과 세계 평화를 기원하고 있다.

 

한 · 중 · 일 불교계의 ‘우호’와 ‘교류’를 통한
불교도의 ‘역할’ / 고영섭

한중일 삼국은 전통적으로 한자문화권을 기반으로 불도유(佛道儒) 삼교의 역사와 문화를 공유해 왔다. 고대 삼국의 도가(도교), 중세 삼국의 불교, 근세 삼국의 유교는 각기 그 시대의 사상적 근간이었다. 반면 현대의 삼국은 각기 구어체인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를 사용하면서 문어체인 한자를 공유하는 지형이 엷어져 왔다. 이 때문에 한중일 삼국이 공유해왔던 역사적 문화적 지형이 한동안 낯설어지고 대상화되어 왔다. 더욱이 정치적, 이념적 지형이 추가되면서 세 나라 사이의 거리감은 더 커졌다.

하지만 20세기에 이르러 비행기와 인터넷 그리고 스마트폰의 시대에 들어서면서 한중일 삼국은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도 지리적 공동체, 역사적 공동체, 문화적 공동체임을 부정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삼국은 어떠한 형태로든 공통분모를 찾아가면서 상호의 만남이 지속되어야 한다.

무릇 만남이란 새로운 것이다. 그것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국가이든 단체이든 말이다. 지금까지 다른 공간(지역)에서 온축해온 것, 이제까지 다른 시간(흐름)에서 성취해온 것들 사이의 ‘우호’(友好)를 통해 ‘교류’(交流)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사물 사이에서도 그러하며 국가나 단체 사이에서는 더욱 더 그러할 것이다. 개인과 국가는 ‘벗과 같이 좋은 느낌’을 유지할 때에야 서로의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 그리고 우호적인 관계의 유지를 통한 첫 번째 만남은 두 번째 만남과 세 번째 만남으로 이어지면서 상호 ‘교류’의 물결로 나아가게 된다. ‘교류’는 서로의 사상과 문화를 주고받으며 사귀는 것[交]이자 상호의 정신과 마음이 더불어 흘러가는 것[流]이다. 보편적 진리인 불교 즉 지혜와 자비를 앎의 가치와 삶의 도리로 삼고 있는 불제자들 또한 예로부터 ‘우호’를 통해 성장해 왔고 ‘교류’를 통해 관계해 왔다. 그리고 이 ‘우호’와 ‘교류’는 구체적인 ‘역할’로 이어져야 빛을 발휘할 수 있다.

2016년 10월 12일 중국 절강성 영파시(寧波市, 닝보시)에서 열린 제19차 한중일 불교우호교류회의 중국대회에서 중국 대표단의 불교의식.

한중일 삼국의 불교우호교류회의는 1992년 10월에 조박초(趙樸初) 중국불교협회장이 동북아시아 불교지도자평화회의에서 제안한 것이 실마리가 되어 1995년부터 이루어졌다. 둘 이상의 교류는 벗과 같고 친구 같은 좋은 느낌[友好感]이 있어야 이루어진다. 그리고 국가 간의 ‘교류’는 일정한 이해관계 아래 이루어지는 인적 교류와 물적 교류가 있다. 인적 교류에는 그 사람의 문화가 함께 가게 된다. 반면 물적 교류는 그 물품의 문명이 함께 가게 된다. 이처럼 국가 간에는 문화와 문명의 교류가 주축이 된다. 그동안 국가 간에는 문화의 꽃인 종교문화와 문명의 꽃인 과학문화는 교류의 중심이 되어 왔다.

지난 20여 년간 아시아의 강대국인 한중일 삼국의 불교계는 이 회의를 통해서 종교 간의 우호에 기반하여 국가 간의 교류를 해왔다. 하지만 서로의 우호와 교류는 했을지언정 역할은 아직 충분히 다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앞으로는 한중일 삼국 불교인들의 우호와 교류를 바탕으로 한 ‘역할’이 좀더 강화되고 확장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문화적 교류는 한중일 불교인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좀더 강화되어야 하고, 지역적 교류는 아시아 불교국가의 전역으로 보다 확장되어야 한다.

이 회의는 한 세대 기준으로 전반기, 중반기, 후반기로 나눠볼 수 있다. 한중일 삼국의 불교우호교류회의의 전반기 10년은 해마다 수백 명의 불교계 인사들이 삼국을 순회하며 요식적인 학술회의, 형식적인 선언문 채택, 성지순례 등을 통한 ‘친목도모’에 안주해 오면서 ‘황금유대’를 과시해 왔다. 중반기 10년은 전반기 10년의 친목도모와 황금유대를 지속하면서 관행적 우호대회를 견지해 왔다. 지난 2014년의 제17차 한중일 불교교류우호대회 때에 삼국의 불교지도자들은 글로벌시대에서의 불교발전과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나아가 세계평화와 안녕을 발원하였다. 이 회의는 이것을 통해 종래의 관행적 혹은 형식적 교류를 벗어나 삼국의 공동 관심사와 실질적 성과를 거두기 위한 변화를 도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어 2015년의 제18차 한중일 불교우호교류회의에서 삼국의 불교계는 세계평화기원법회를 열어 1945년에 일본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한결같은 마음을 모아 세계평화를 염원하였다. 그리고 2016년의 제19차 한·중·일 불교우호교류회의는 ‘천년을 이어 온 법맥을 이어가자! 동북아 불교교류의 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열렸다. 이때에는 ‘한중일 황금유대기념비’를 세워 한중일 삼국의 불교 우호를 기원하는 비문을 세웠다. 이처럼 전반기 10년의 친목과 유대, 중반기 10년 초기의 관행적 우호대회를 넘어 후기에는 좀더 구체적인 역할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 그러면 후반기 10년에 삼국은 어떠한 교류를 해 나가야 할까?

불교는 연기의 지혜와 중도의 자비를 추구하는 지혜의 철학이자 자비의 종교이다. 불교도는 붓다의 가르침이 연기(상호의존성)의 철학이자 자비(상호존중행)의 종교임을 알고 사는 이들이다. 삼국의 불교도들 또한 중도 지혜의 가르침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이들이다. 2017년 9월에 한국에서 열리는 제20차 삼국 불교우호교류회의에서는 ‘한·중·일 삼국 불교우호교류의 지속가능한 교류발전’을 주제로 지난 전반기와 중반기의 역사를 회고하고 의미를 되새기는 다채로운 사업이 준비되고 있다.

이러한 행사를 통해 지난 20여 년의 성찰이 끝나면 새로운 미래 10년의 주제가 발의되어야 할 것이다.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 정신을 보다 구체적으로 실천할 방안은 무엇일까. 매년 사용하는 수억 원의 행사 비용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방안은 무엇일까.

한중일 삼국의 불교도의 역할이 삼국을 넘어 할 수 있는 일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한중일 삼국이 아시아 강대국이라는 점에서 생각해 보면 여러 가지 일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초기불교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남방불교권에까지 시선을 돌려보면 할 일 들은 더 많을 것이다. 같은 불교권 국가이면서도 교육적, 문화적 수혜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남방불교권 국가에 주택을 지어주기, 우물을 파주기, 병원을 세워 주기, 약품을 지원하기, 학교를 세워주기 등등 많을 것이다. 이제는 남방불교권의 불교도들이 좀더 인간적인 삶을 누릴 최소한의 권리를 뒷받침해주는 일들에 대해서도 시선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러한 일들이 삼국 불교도들이 실천해야할 자비행이자 지혜행이 아닐까 한다. 이번 삼국의 불교우호교류회의 20차를 맞이하면서 한중일 불교우호교류회의가 부처님의 중도 자비의 정신을 아시아 곳곳에 실천하는 구심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고영섭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교수. 한국불교와 동아시아불교를 전공했다. 저서 〈한국불학사〉, 〈한국불교사탐구〉, 〈분황 원효의 생애와 사상〉,

〈삼국유사 인문학유행〉등과 다수의 논저가 있다. 현재 세계불교학연구소장 겸 한국불교사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불교문화로 본 한중일 삼국 / 석길암

한중일 삼국의 불교문화는 어떤 점이 같고 또 어떤 점이 다를까? 한중일 삼국의 불교는 묶어서 동아시아 불교 혹은 북방대승불교라고도 불린다. 삼국의 불교계가 별도의 불교우호교류대회를 진행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삼국의 불교 그리고 불교문화는 많은 공통점과 동시에 많은 차이점도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는 그 같고 다른 점을 간단히 살펴본다.

제18차 교류회의에서 삼국 실무대표단이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측부터 종단협 사무총장 월도 스님, 일중한 국제교류협 타케 칵쿠쵸 이사장, 중국불교협회 밍셩 부회장.

먼저 한중일 삼국의 불교와 불교문화가 공유하고 있는 점들이다.

첫째는 대승불교라는 점이다. 대승불교는 그 특징상, 경율론의 3장(三藏) 중에서도 경전을 중시하고 신앙하는 전통을 특징으로 한다. 같은 대승불교라고 하더라도 인도불교와 많은 접점을 가지고 있는 티베트 불교는 논서의 해석전통을 중시한다. 이와 달리, 한중일 삼국의 불교전통은 경전의 해석과 경전에 대한 신앙을 중시하는 전통이 훨씬 더 강한 특징을 지닌다.

둘째는 한문으로 번역된 불전(佛典)을 공유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한문으로 번역된 불전을 공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서 각 불교전통에서 생산된 한문으로 찬술된 주석서 역시 공유한다. 동일한 문자인 한자문화권에 속하기 때문에 한문으로 번역된 불전을 공유할 수 있었고, 이 점이 삼국의 불교가 좀 더 많은 점에서 문화적 공통성을 유지하고 강화시킬 수 있었던 계기로 작용했다. 송(宋)과 거란 그리고 고려에서 조판된 대장경이 한중일의 삼국불교에 공유되고, 그 보존과 전승에 있어서도 삼국의 불교가 모두 기여하고 있는 것은 한문불전을 공유할 수 있었던 것 역시 동일한 한자 문화권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리고 이 한자문화의 확산에 기여한 것 역시 불교의 공로라고 해야 할 것이다.

셋째는 삼국의 불교 모두 국가불교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삼국 모두 불교를 수용한 후에는 불교를 국가의 정치체제와 연동시켰고, 한국이나 일본의 경우는 불교의 수용과 공인 곧바로 고대국가의 성장에 중요한 분기점으로 작용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국가불교체제는 때로는 호국불교적 성격으로 전환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이처럼 삼국의 불교문화는 그 기반에서 공유하는 부분이 대단히 많았다. 그 기반을 공유한 결과로 나타난 현상 중의 하나를 우리 한국불교인들의 활동을 중심으로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중국 북송(北宋) 시대 초기에 천태사상과 정토신앙이 결합하면서 천태정토결사가 중국불교에 등장한다. 이 천태정토결사의 영향을 받아 고려와 일본에서도 천태정토결사가 등장하게 되는데, 고려의 경우 요세(了世) 스님의 백련결사가 이 북송시대 천태정토신앙을 계승한 것이다. 하지만 그 원류를 보면, 고려 초 중국으로 유학하여 중국 천태종의 제16조가 되었던 보운의통(寶雲義通; 생몰연대 불명, 10세기 중후반 활동) 스님이 북송시대 천태정토결사의 원류이다. 보운의통 스님의 제자인 사명지례(四明知禮) 스님과 자운준식(慈雲遵式) 스님에 의해서 북송의 천태정토결사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또 보운의통 스님과 비슷한 시기에 중국으로 건너가 활동한 스님으로 제관(諦觀, ?~970) 스님이 있다. 이 제관 스님이 남긴 책이 일반에도 잘 알려져 있는 〈천태사교의(天台四敎儀)〉이다. 그냥 천태종의 교판론을 해설한 책 정도로 착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이후에 한중일의 삼국불교에서 모두 불교교리의 입문서로 사용되었던 명저였다. 한국불교나 중국불교보다도 일본불교에서 훨씬 활발하게 이용되었는데, 1500년대 이후 일본에서 간행된 관련 주석서만도 100여 종에 이르고, 그 인쇄 횟수는 400여 회를 넘을 정도였다.

이처럼 동일한 한문불전을 공유한다는 것은, 그 사상이나 문화의 공통성을 만들어내는 주요한 원인이 되기도 하고 동시에 삼국의 불교 간에 인적교류가 활발할 수 있었던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중국에서 처음 만들어졌던 한문불전의 종합집대성인 대장경이 한국과 일본에서 공유되고, 다시 한국과 일본에서 만들어진 대장경을 중국에서 공유하였다. 고려의 대각국사 의천(義天; 1055~1101) 같은 경우는 중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의 한문으로 된 불전 주석서를 별도로 모아서 교장(敎藏)을 간행하였고, 이것을 다시 중국과 일본에도 보내 공유할 정도였다.

이 같이 한문불전은 삼국불교의 공통적인 사유의 기반을 제공했고, 그 덕분에 사상과 신앙 그리고 사원의 건축양식에 이르기까지도 많은 점에서 유사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예를 들어 중국의 오대산 문수보살 성지신앙은 그대로 전이되어 한국과 일본의 오대산 문수성지신앙을 낳았고, 보타낙가산의 비정과 관음성지신앙, 그리고 지장신앙 등이 삼국불교에 공유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삼국불교는 중국의 목조건축과 결합한 사원건축이라는 양식 면에서도 많은 점을 공유한다. 특히 인도의 복발형(覆鉢型; 발우를 엎어놓은 모양) 전탑양식과는 달리 중국의 목조건축양식을 도입한 목탑 양식은 삼국불교에 모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양식이다. 목조건축의 전각을 중심으로 전각(殿閣)과 당(堂) 그리고 원(院)으로 구성되는 사원의 구조 역시 기본적으로는 동일하다는 공통성이 있다.

2015년 9월 15일 일본 히로시마 평화공원 일원에서 열린 제18차 한중일 불교우호교류회의 일본대회에서 일본 대표단이 불교의식을 하고 있다.

이상에서 삼국 불교문화의 공통점을 언급했는데, 공통점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삼국이 모두 동일한 문자인 한자를 공유하지만 그것을 읽고 쓰고 말하는 독자적 언어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삼국의 불교 역시 언어와 지역적 특성에 따른 삼국 각각의 고유성 곧 다른 점들도 역시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한국과 중국의 인적·물적 교류가 일본과의 그것보다 더 활발했기 때문에 일본불교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이질성을 가지고 있다.

중국불교와 한국불교의 경우 거대 석불이 적지 않게 조성되었지만, 상대적으로 일본불교의 경우에는 거대 석불이 많이 조성되지는 않았다. 불탑의 경우에 있어서도 중국의 경우는 목탑만큼이나 많은 숫자의 전탑(塼塔)이 조성되었지만, 한국의 경우는 초기의 몇몇 경우를 제외하면 목탑과 함께 석탑이 훨씬 더 많이 조성된 특징을 지닌다. 반면 일본의 경우는 목탑은 많이 조성되지만 전탑과 석탑은 별로 조성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국불교나 중국불교의 경우와 차이가 있다.

이것은 중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의 다른 자연 환경이 낳은 건축방식상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나타나는 차이점이다. 중국의 경우 벽돌을 쉽게 구울 수 있는 황토가 흔한 건축 재료였기 때문에 전탑이나 벽돌과 결합된 목조건축 방식이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반면 한국의 경우는 벽돌을 구울 수 있는 황토가 흔한 재료는 아니다. 오히려 돌이 좀더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였지만 가공하기에 쉽지 않은 특성이 있었다. 중국의 전탑이 대형인 것과 달리 한국의 석탑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인 것은 그러한 재료 다루기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반면 일본은 그러한 중국과 한국 불교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전탑과 석탑은 흔한 영식이 아니다. 오히려 목탑이 주류를 이루는 양상을 보인다. 역시 일본의 자연적 특성을 반영한 건축방식의 특징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한중일 삼국의 불교문화가 공유하는 차문화에서도 그러한 경향이 나타난다. 중국이나 한국에 있어서 불교의 차문화는 말 그대로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의 성격이 강하다. 일상생활로서의 차 마시기이자, 일상 수행으로서의 차문화라는 의미이다. 반면에 일본불교의 차노유(茶の湯)는 형식적인 성격을 강하게 지닌다. 중국이나 한국 불교의 차문화가 말 그대로 일상생활로서의 차문화와 의례문화로서의 차문화라는 두 가지 양상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과 달리, 일본의 차문화는 지나칠 정도의 형식미와 예절이 강조된다. 비슷한 양상은 일본불교의 선종사원에 나타나는 인공적으로 조성된 정원의 경우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평상심(平常心)을 강조하는 중국이나 한국의 선종과는 달리, 선 수행에 의해 구현되는 깨달음의 세계를 특유의 정갈한 형식미를 갖춘 정원을 통해서 구현하는 방식이 나타나는 것이다.

무엇보다 삼국의 불교 전통이 달라지는 지점은 각국의 불교가 각각의 고유문화와 융합했다는 점에 있다. 중국불교는 도교 및 유교와 강하게 결합하면서, 명청 시대에 이르면 삼교융합적 성격이 강하게 나타난다.

반면 한국불교는 억불숭유의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한국 특유의 산신신앙이나 민간무속신앙과 강하게 결합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일본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여서 일본 전통의 신도(神道)와 결합하여 사찰 안에 신당 혹은 신각이 중요한 구성요소로 등장한다.

이상에서 대략 살펴본 것처럼, 한중일 삼국의 불교문화는 대단히 많은 점에서 공통성을 지니고 있다. 그 공통성이 삼국의 불교를 묶어서 동아시아 불교라고 부르게 되는 연유이고, 그 공통성은 한편으로는 동남아시아나 티베트 불교와는 다른 동아시아 불교의 고유성이라고 부를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삼국 각각의 불교전통은 대단히 많은 차이점도 역시 가지고 있다.

한중일 불교우호교류대회를 통해서 삼국간에 서로가 가지고 있는 불교문화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잘 아우르고 융화시킬 수 있을 때, 삼국 불교는 상호간의 우호는 물론이고, 동아시아 세계 더 나아가 지구촌의 평화와 공존을 위한 삼국불교의 역할 모색에 좀더 성공적일 수 있을 것이다.

석길암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과, 동국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 졸업(철학박사). 한국불교연구원 전임연구원, 금강대학교 HK교수를 역임했다. 〈불교, 동아시아를 만나다〉를 비롯해 공저와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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