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대사의 <법성게>, 새롭게 풀이하다
학송 스님/운주사/15,000원

<화엄경>은 <법화경>과 함께 대승불교의 쌍벽을 이루는 경전으로, 대승불교의 교리나 사상의 측면에서 그 중요성은 말이 필요치 않다. 그리고 화엄의 사상을 210자로 농축하여 게송으로 표현한 것이, 해동 화엄종의 초조인 의상대사(625~702)의 ‘법성게(法性偈)’다.

광대무변한 우주적 드라마와 그 실상이 담긴 <대방광불화엄경>의 무진세계를 단 210자의 게송으로 드러낸 의상대사의 ‘법성게’는 예로부터 한국불교에 심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의상대사 이후 한국불교의 학풍이 주로 화엄사상을 중심으로 전개돼 왔기 때문이다.

‘법성게’는 7언 30구 210자의 시문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그 순서도 정확하게 <화엄경>의 내용 전개 순서에 따라 해석돼 왔으며, 이를 당연시해왔다.

하지만 이 책은 ‘법성게’에 대한 해석을 현대적 상황과 이치에 맞도록 전면적으로 재정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위해 글자의 위치까지 변동하는 대담한 시도를 감행했다. 이는 한국불교 역사상 전무후무한 ‘획기적 사건’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책의 제1부에서는 ‘법성게’를 고쳐 풀이한 배경을 ‘법성게’가 만들어진 경위와 과정을 중심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고친 내용과 그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이어 ‘고친 법성게’란 이름으로 ‘법성게’의 내용을 새롭게 재배치하여 번역ㆍ해석했다.

제2부에서는 ‘법성게의 공능과 쓰임새’를 검토함으로써 제1부에서 새롭게 풀이한 ‘법성게’의 의의와 가치를 현대 인류의 구체적인 삶 속에서 어떻게 유의미하게 활용할 것인가를 다루고 있다. 이를 위해 인류가 이룩해온 다양한 사상들의 핵심을 소개하고 이를 ‘법성게’로 통합하고, 승화시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 학송 스님은 글머리에서 “무슨 근거와 논리로 글자 위치까지 바꾸며 ‘법성게’를 재해석하고, 이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가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몫”이라면서 “책을 통해 ‘법성게’의 공능(攻能)과 쓰임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일깨워 ‘법성게’의 공능을 인류의 복지증진에 재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학송 스님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창원기능대학 교수를 역임했다. 퇴임 후 출가, 연구와 수행에 힘쓰다 2016년 입적했다. 저서로는 <구종인간(九種人間)>ㆍ<하산, 그 다음 이야기>ㆍ<아이고, 부처님>ㆍ<대보부모은중경 총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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