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신문

상단여백
HOME 기획특집 동화, 法話 속으로
동화, 法話 속으로 55. 귀자모 이야기

아이 약탈 뉘우치고 순산과 유아 수호신 돼

그 많은 아이들 중에서 하나를 잃고도 그토록 비통해 하면서, 그대는 어째서 하나나 둘 밖에 없는 남의 아이를 약탈하는가? 외아들을 빼앗긴 어머니의 슬픔을 생각해보라. 그대의 슬픔과는 견줄 수도 없을 것이다.

마가다의 왕사성에서 좀 떨어진 산중에 노귀신왕(老鬼神王) 반도가(般迦) 야차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국토를 잘 수호하기 때문에 그 나라의 수호신으로 추앙받고 있었지요. 그에게는 환희(歡喜) 야차라는 아내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아주 사이좋게 지냈습니다.

어느 날 부부가 함께 산책을 나섰을 때 환희는 남편에게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여보, 나는 왕사성에 돌아가 아이들을 잡아먹고 싶어요.”

이 말을 들은 남편 반도가는 깜짝 놀라 아내를 꾸짖었습니다.

“아니, 뭐라구? 왕사성은 당신 고향 아냐? 미친 소리 하지 마!”

아내는 더 이상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그들 사이에는 잇따라 아이들이 생겨 그 수가 무려 오백 명이나 되었습니다. 귀자모는 아이들이 모두 자라나자 또 나쁜 생각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 때마다 남편은 꾸짖었지만 그녀는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그녀는 살짝 빠져나와 왕사성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엄마들이 안고 있는 어린애를 약탈하여 잡아먹었습니다.

당연히 왕사성 사람들은 날마다 아이를 약탈해가는 일로 해서 불안과 공포에 떨었습니다.

마침내 사람들은 왕에게 몰려가 그 사실을 들어 청원하였습니다.

”저희는 하나 밖에 없는 외아들을 빼앗겼습니다.”

“저는 딸을 빼앗겼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주십시오.”.

“그 못된 귀녀를 붙잡아주십시오.”

왕은 그 자리에서 약속을 하였습니다.

“나를 믿고 돌아가라. 그리고 밤이면 성안 모든 백성들의 출입을 금지하노라!”

그러나 그와 같은 왕명도 허사였습니다. 왕의 고민은 깊어져 갔습니다. 별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귀자모가 워낙 신출귀몰한지라 부하들을 아무리 풀어도 그녀를 붙잡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 때 한 신하가 왕께 청했습니다.

“어차피 우리의 힘으로 그녀를 잡는 것은 무망한 일입니다. 그러니 차라리 그녀에게 정성껏 제사를 지내서 달래봄이 어떻겠습니까?”

그러나 그녀에게 제사를 지내도 성안의 아이들은 날이면 날마다 사라졌습니다.

불쌍한 왕사성 사람들은 단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이 갈수록 불안에 떨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린 아이를 잡아먹는 못된 야차를 ‘환희 야차’라 불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여 ‘귀자모(鬼子母) 야차’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부처님은 다음날 아침 여느 때처럼 성 안으로 탁발을 나갔습니다. 탁발을 끝내고 일단 절로 돌아왔다가 다시 이웃 나라에 있는 귀자모의 집으로 갔습니다. 때마침 귀자모는 또 아이들을 약탈하러 가고 없었습니다.

집 안에는 아이들만 놀고 있었습니다.

부처님은 그녀가 가장 귀여워하는 막내 아이를 데리고 돌아왔습니다.

그런 영문도 모른 귀자모는 그 날도 아이를 잡아먹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놀고 있는 자신들의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막내 아이가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녀는 직감적으로 깜짝 놀라 다른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막내는 어디 있느냐?”

그러나 아이들은 모두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하필이면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아이가 없어진 것입니다. 그녀는 식음을 전폐한 채 막내 아이의 이름을 미친듯이 불러대며 이 거리 저 거리를 헤매고 다녔습니다. 그녀는 미친 듯이 날뛰었습니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아무리 막내의 자취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귀자모가 매일같이 눈물을 흘리며 슬픔에 잠겨 있었습니다. 그것을 본 그의 남편이 넌지시 일러주었습니다.

“부처님은 일체를 아는 지혜를 가지신 분이니 그분에게 물어보는 것이 어떻겠소?”

그녀는 사실 부처님을 전혀 믿지 않았지요. 그러나 앞 뒤 가릴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녀는 즉시 부처님 앞에 이르러 호소를 하게 되었습니다.

“부처님, 우리 아이를 누가 훔쳐갔습니다. 저는 지금 미칠 것 같습니다. 자비를 베풀어 저를 구해주십시오. 우리 막내 빈다라를 찾아주십시오.”

그녀는 그렇게 울부짖었습니다.

부처님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조용히 물었습니다.

“막내를 잃었다니 거 안됐군. 그대에겐 아이들이 몇이나 있나?”

“모두 오백 명입니다.”

“오백 명이라, 그럼 하나쯤 없어도 그토록 슬프진 않겠군.”

“아닙니다. 아무리 많아도 다 사랑스러운 걸요. 만약 그 애를 찾지 못한다면 저는 피를 토하며 죽고 말겠어요.”

“그 많은 아이들 중에서 하나를 잃고도 그토록 비통해 하면서, 그대는 어째서 하나나 둘 밖에 없는 남의 아이를 약탈하는가? 외아들을 빼앗긴 어머니의 슬픔을 생각해보라. 그대의 슬픔과는 견줄 수도 없을 것이다.”

부처님의 말을 듣고 귀자모는 비로소 눈이 뜨였습니다.

그녀는 참회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만일 빈가라만 찾을 수 있다면, 앞으로는 절대로 남의 자식을 잡아먹지 않겠습니다.”

부처님은 발우 속에서 빈가라를 나오게 하여 귀자모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녀는 반갑고 기쁜 마음에 그 아들을 얼른 안고 싶었으나 부처님이 선뜻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아무리 신통력을 부려도 그 아들을 돌려받을 수가 없자, 귀자모는 빨리 자식을 돌려 달라고 애원하였습니다.

그러자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만일 삼귀오계를 받고 앞으로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아이를 돌려주겠다. 너는 가섭불 때 갈이왕의 일곱째 딸로서 많은 공덕을 쌓았으나 계율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귀신의 모습이 된 것이니라.”

“부처님, 저는 세세생생 부처님께 귀의하겠습니다.”

귀자모는 다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부처님은 그녀의 눈물을 보고, 마침내 막내아이를 내주었습니다. 왕사성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고, 귀자모는 자기 죄를 뉘우치고 부처님께 귀의하여 순산(順産)과 유아(幼兒) 보호의 수호신이 되었습니다.

이 일이 있고, 부처님은 약왕보살에게 다음과 같이 설하셨습니다.

“약왕아, 지금 너에게 이르노니 내가 설한 모든 경 가운데 이 〈법화경〉이 가장 으뜸이니라. 묘한 빛, 소리, 향, 음식과 의복으로써 이 〈법화경〉을 공경하고 공양해야 한다. 세상의 어떤 일도 모두 다 인연에 의한 것이므로 아무리 지혜가 뛰어나고 훌륭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좋은 인연을 만나지 않으면 수승한 도를 이루기 어려우니라. 또한 〈법화경〉을 설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귀한 인연이므로, 그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여 공경하고 공양하여야 한다.”

무릇 우리가 보듯이 이 오탁악세에는 거칠고 악한 사람이 많아 중생의 고통이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또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악업을 많이 짓게 됩니다. 착하고 바른 생활을 하는 사람이 점점 적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괴로움과 고난을 참고 〈법화경〉의 가르침을 펴는 것이야말로 가장 거룩한 부처님의 제자가 되는 것이겠지요. 요즈음 인천에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을 잃고 눈물짓는 그 어머니를 보는 우리의 마음은 한없이 슬픕니다. 천진불인 어린이를 해한 두 청소년, 그리고 그 부모의 행태에도 분노가 치밉니다.

동서고금을 놓고 볼 때 모름지기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고, 자식 또한 부모의 거울일 수밖에 없는 것이 일반적인 이치입니다. 덧없이 악행을 저지른 귀자모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귀자모 못지않은 악자들을 다시 생각하는 8월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들에게도 〈법화경〉을 선물할 수 있을까요? 그러면 그들의 진짜 눈물을 볼 수 있을까요? 부처님을 붙들고 눈물로 눈물로 여쭈어보고 싶은 오늘입니다.

우봉규/작가  ggbn@ggbn.co.kr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봉규/작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