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거 기간 윤달 끼면
해제일 규정 없지만
날자 수 기준으로 정해

얼마 전 모 기자로부터 안거 기간에 윤달이 끼어 있을 때 중국 당송시대 선원에서는 해제일을 어떻게 했었는지, 해제일을 정하는 기준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통상 안거는 개월 수(數)로는 3개월이고, 기간으로는 하안거의 경우 음력 4월 15일~7월 15일까지이다. 그런데 기자는 올해처럼 5월에 윤달이 들어 있을 경우, 해제일을 7월 15일로 하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6월 15일로 하는 것이 맞는지 물었던 것이다. 6월 15일로 할 경우에는 안거 기간이 달 수(數)로 3개월, 7월 15일로 할 경우에는 4개월이 된다.

장로종색의 〈선원청규〉와 동양덕휘의 〈칙수백장청규〉 등 청규에는 결하(結夏)·해하(解夏)일은 규정되어 있어도, 안거 기간에 윤달이 끼면 해제일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규정이 없다는 것은 이미 불문율처럼 어떤 방식으로 정해져 있어서 굳이 규정할 필요가 없거나, 또는 어떻게 하든 상관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청규에 명시적인 규정은 나오지 않지만, 여러 가지 자료를 바탕으로 고찰해 본다면, ‘달 수(月數)’나 또는 ‘4월 15일 결제, 7월 15일 해제’라는 공식보다는, 날자 수를 기준으로 결제와 해제일을 정했음을 알 수 있다. 중국 당송시대 선종사원에서는 ‘일하구순(一夏九旬, 하안거는 90일)’ 또는 ‘구순안거(九旬安居, 九旬은 90일)’·‘九旬禁足’·‘安居九旬’이라고 하여 안거 일수는 90일로 못을 박았다. 다음은 문헌 고증이다.

무착도충의 〈선림상기전(禪林象器箋)〉 3권 ‘일하구순(一夏九旬)’ 항목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4월 15일부터 7월 15일까지 도합 90일을 일하(一夏, 하안거)로 삼는다. 또 어떤 선림의 조사는 시월(時月)에 관계없이 오로지 90일을 세어서 하안거로 삼는다. 〈전등록〉 ‘조산본적선사’ 장에서 조산 선사는 내가 일평생 행각했지만, 가는 곳마다 오로지 90일로 하안거를 삼았다(從四月十五日, 至七月十五日, 都九十日, 爲一夏. 復有禪祖, 不拘時月, 只數九十日爲一夏者. 傳燈錄, 曹山本寂禪師章云. 師曰, 曹山一生行脚, 到處只管九十日爲一夏)”

또 〈보등록〉 ‘설정선사’ 장에는 다음의 구절이 나온다.

“사심(死心) 화상이 말하기를, 산승이 30년 동안 행각했는데, 90일로써 하안거를 삼았다. 하루를 더해서도 안 되고 하루가 감해서도 안 된다(普燈錄 雪庭元淨禪師章云. 死心和道, 山僧行脚三十餘年, 以九十日一夏. 增一日也不得, 減一日也不得)”

이상에서 본다면 중국 선종사원에서도 윤달과 해제일에 대한 문제가 거론되었던 것 같다. 중국 선원에서는 윤달과 관계없이 안거 일수, 즉 결제일(4월15일)로부터 90일을 계산하여 해제했음을 알 수 있다. 기준은 결제일이 기준이고 해제일을 기준할 수는 없다. 따라서 5월이 윤달인 올해에는 우리나라 선원의 하안거 해제일은 음력 6월 15일이라야 된다.

그런데 이와는 다른 또 하나 문제가 있었다. 음력은 작은달은 29일이고 큰달이라야 30일이다. 안거 기간에 3개월이 모두 큰달일 경우에는 90일이 딱 되는데, 그 가운데 어느 한 달이 작은달일 경우에는 89일로서 하루가 부족하다. ‘일하구순(一夏九旬)’·‘구순안거(九旬安居)’ 규정에 위배된다. 이 경우에는 어떻게 했을까? 이런 경우는 편의상 결제일을 하루 앞당겨 4월 14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인도불교에서는 하안거가 우기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날짜를 한정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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