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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설법> 사소한 악행도 가벼이 여기지 말라
  • 천태종 운덕 대종사
  • 승인 2017.06.2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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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다종교·다인종의 세상이라 하더라도 개인주의 역시 존중받아야 할 가치입니다. 자신의 일에 대한 책임과 소명을 다하고 그에 따른 권리를 누리고자 하는 것은 모든 인간의 공통된 바람입니다. 잘못한 부분에 있어선 거기에 따르는 합당한 대가를 지불할 수 있는 사회가 형성돼야 건강한 시민의식이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성숙한 시민의식이란 ‘개인’이 사회 속에서 공공성에 대한 공동책임을 느끼고 올바른 행동으로 연결될 때 이루어집니다. 내가 소중한 ‘개인’인만큼 다른 ‘개인’도 존중돼야 멋진 사회를 이룰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개인만을 고집하고 자신만의 편의를 도모하는 행위는 성숙한 시민사회를 거스르는 암적 요인이 될 뿐입니다. 개인주의의 지나친 편중은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라는 기형적 인식을 낳게 되고 이것이 시민사회를 불쾌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일례로 서울시가 발표한 쓰레기 무단투기 현상이 이를 잘 말해줍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 건수는 2014년 1만4,500여 건에서 지난해 3만 9,000 건으로 3배나 급증했다고 합니다. 밤 사이 다른 사람 몰래 갖다버리는 쓰레기는 곧 자신의 양심을 버리는 것에 비유됩니다.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에서도 쓰레기 무단투기가 횡횡합니다. 공공도서관 열람실 책상에서는 물론 거리에 놓여있는 우체통에서도 먹다버린 음료수 캔과 과자봉지 등이 수북이 쌓여있는 것이 적발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라는 인식에서 빚어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나 하나 쯤이야’를 보여주는 일화가 〈탈무드〉에 나옵니다.

어느 날 왕이 잔치를 베푼다고 공지했습니다. 왕은 “잔치에 참석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각자 조금씩 포도주를 준비하여 큰 항아리에 붓도록 하라. 그리하여 우리가 하나된 공동체임을 만천하에 공표하자.”고 말했습니다. 잔치가 있던 날, 참석자들은 저마다 가지고 온 포도주를 커다란 항아리에 부었습니다. 이를 흐뭇하게 지켜보던 왕은 먼저 항아리의 술을 따라 맛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내 왕은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포도주 맛은 없고 오로지 맹탕 물맛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나 하나 쯤이야’하는 생각으로 값비싼 포도주가 아니라 물을 가져왔던 것입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나 하나 쯤이야’라는 의식을 갖게 되면 사회의 질서와 원칙이 제대로 지켜질 리 없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들이 노-쇼(No-show)이며, 새치기, 무단횡단 등입니다. 특히 ‘노-쇼’는 예약을 해놓고 취소하겠다는 연락도 없이 일방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것을 말하는데, 이로 인해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불러온다는 보고서가 발표되고 있습니다. 이 중 현대경제연구원과 조선일보가 공동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의하면 음식·여행·숙박 등 5개 서비스 업종 매출 손실이 노-쇼로 인해 1년에 4조 5천억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공공부문에서 입는 피해상황도 작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정보공개 청구인데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공개가 결정돼 관공서에서 작성한 자료가 90만 8,200여 건입니다. 이중 찾아가지 않은 자료가 15만 3,700여 건으로 수수료만 해도 6억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정보공개 청구자료 1건을 만들려면 공무원 1명이 평균 3시간을 일해야 하고, 이를 인건비 기준으로 계산하면 1건당 4만1,400원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다른 곳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소중한 세금이 아무렇지 않게 허공에 날아가 버리는 결과를 불러오는 것입니다.

이러한 ‘나 하나 쯤이야’하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누구는 한 시간 넘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뻔뻔하게 새치기하고 들어온다면 즐거워야 할 일상생활이 분노와 불쾌감으로 망쳐지는 상황이 허다하게 발생하게 됩니다.

매년 몰디브에서는 어마어마한 양의 조개들이 기념품 대신 사라진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나 하나 쯤이야’하는 생각으로 조개를 주워가는데 이로 인해 게들이 멸종위기에 처하게 됐다는 소식입니다. 조개는 게의 소중한 집으로 활용되는데 집을 잃게 됐으니 새들의 먹잇감이 되어 결국 개체수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공동체 생활의 유익성을 극대화하려면 ‘나 하나 쯤이야’하는 생각을 당장 버리는 게 중요합니다.

〈법구경〉에도 이르길 “사소한 악행도 가벼이 여기지 말라. 심각하지 않은 허물이 무슨 죄가 될까 생각지 말라.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진 물이 마침내 큰 장독을 채우나니, 대수롭지 않게 저지른 허물이 모여 벗기 어려운 큰 죄업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부처님은 선행도 이와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무리 작은 선행이라도 쌓이고 쌓여 큰 복덕이 된다고 일러주셨습니다.

서로간의 신뢰와 사회적 원칙은 지켜져야 합니다. 자신의 자그마한 잘못된 행위를 관대하게 받아들이게 되면 신뢰와 원칙은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나부터’ 신뢰와 원칙을 지킨다면 성숙한 시민사회의 형성으로 인한 권리를 맘껏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만을 생각하는 개인주의는 오히려 화(禍)를 부르는 어리석은 행태임을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천태종 운덕 대종사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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