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에너지를 선용〈善用〉하기
로버트 서먼/민족사/12,000원

얼마 전 경남의 한 소도시에서 아파트 외벽공사를 하던 한 작업자가 밧줄이 끊어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원인은 작업자가 틀어놓은 휴대폰 음악소리의 소음을 참지 못한 한 40대 남성이 옥상으로 올라가 밧줄을 끊었기 때문이다. 몇 해 전부터 충동성 분노조절장애를 앓아왔던 남성의 소행이었다. ‘분노 조절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우리 사회는 분노를 없애고, 분노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 하지만 극복 방법을 잘 모른다. 이 책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기반으로 우리에게 분노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분노를 신의 영역에 속한 것, 혹은 폭풍이나 번개처럼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분노를 불가해한 자연의 힘, 인간에게 내장되어 있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분노는 극복할 수 없는 대상이 된다. 반면 불교는 분노(瞋)를 번뇌로서, 탐욕(貪)·무지(癡)와 함께 삼독(三毒)으로 본다. 삼독은 중생이 해탈하지 못한 채 끝없이 윤회하는 주 원인이다. 즉, 제거의 대상이다.

저자는 이 두 견해에 대해 전자를 ‘분노에 항복하기’, 후자를 ‘분노에서 해방되기’라 정의한다. 전자는 분노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인간은 분노를 극복할 수 없다고 보는 견해라면, 후자는 분노가 완전히 근절될 수 있고, 분노가 전적으로 파괴적이기 때문에 완전히 없애버려야 한다는 견해다. 저자는 불교적 입장에서 두 견해의 절충점을 제시한다.

저자는 분노가 어떤 에너지를 갖고 있어서 우리가 완전히 회피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전자의 견해를 따르지만, 분노를 불가피한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파괴적인 분노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고 유익하지도 않다는 점에서는 후자의 견해를 따른다. 그리고 인간이 분노를 철저히 없애 열반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 후자의 견해에 동의한다. 저자는 이 두 관점을 종합해 분노를 부정하지도 긍정하지도 않으면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바로 분노가 파괴적으로 부리던 에너지를 창조적인 용도로 선용(善用)하자는 주장이다.

뉴욕공립도서관과 옥스퍼드대학 출판부가 공동기획한 이 책은 ‘우리를 지배하는 7가지 욕망의 심리학’ 시리즈 중 세 번째 권이다. 저자는 달라이 라마의 제자이자 타임지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5인’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린 불교학자 로버트 서먼, 원제는 〈ANGER: THE SEVEN DEADLY SINS〉이다. 경희대 허우성 교수와 이은영 박사가 공동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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