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일, 평창 대흥사 세심(洗心) 템플스테이
발우공양ㆍ108배ㆍ경행ㆍ명상 등 진행

빼어난 풍광을 지닌 평창 대흥사.
대흥사 경내에는 오래전 대흥사 주지스님 꿈에 나타난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새긴 용탑이 우뚝 솟아 있다.

천태종 총본산 단양 구인사를 비롯해 서울 관문사, 부산 삼광사, 춘천 삼운사, 분당 대광사(시범)는 템플스테이 운영사찰이다. 올해 초 템플스테이 시범 운영 사찰로 지정된 강원도 평창 대흥사(주지 자운 스님)가 올 4월 12~13일 첫 번째 템플스테이에 이어 6월 4일~5일 18명이 참가한 두 번째 템플스테이를 진행했다. 1박2일간 동행 취재했다.

주지 자운 스님과의 차담.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서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며 편안히 쉬어갈 수 있는 템플스테이를 준비했습니다. 절 마당에 장작불을 피워놓고 감자를 구워먹으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고, 경행을 하며 미운 사람에 대해 명상하며 특별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평창 대흥사 주지 자운 스님은 6월 4~5일 ‘힘들고 지친 마음, 오늘은 마음 닦는 날’을 주제로 ‘세심(洗心) 템플스테이’ 시작에 앞서 이같이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발우공양을 할 때는 경건한 마음으로 묵언을 한다.
공양에 앞서 오관게를 읊고 있는 참가자들.

4일 오후 6시 저녁예불이 끝난 뒤 참가자들을 기다리는 건 발우공양. 주지 자운 스님이 발우공양의 의미와 청수물을 깨끗이 하는 이유를 설명한 뒤, 참가자들은 다함께 오관게(五觀偈, 공양하기 전 암송하는 다섯 구의 게송)를 읊었다. 꼿꼿한 자세와 정갈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숭늉과 단무지를 이용해 발우를 깨끗이 닦았다. 한 톨의 쌀에도 모든 중생들의 희생과 공덕이 깃들어 있다는 거룩하고도 당연한 사실을 일깨우니 소복이 담긴 곤드레나물밥 한 그릇이 더욱 고소하고 향기롭다.

나를 돌아보는 108배 수행.

잠깐의 휴식 후 참가자들은 자신을 돌아보는 108배 수행을 했다. 참가자들은 주지스님이 울리는 종소리에 맞춰 천천히 몸을 움직이며 일 배 일 배 정성껏 절을 했다. 천천히 절을 하니 다리가 아픈 사람도, 나이가 어린 사람도 함께 할 수 있었다. 세상 모든 존재들에 대한 ‘참회’, 지금 내가 여기 있게 한 모든 인연들에 대한 ‘감사’, 더욱 맑고 밝은 삶을 열어가는 ‘발원’으로 이루어진 108배는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에 감사하며 새로운 미래의 씨앗을 심는 시간이었다.

둥글게 둘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에 감자를 구워 먹으며 추억에 잠긴 참가자들.

밤이 깊어지자 절 마당에는 장작불이 활활 타올랐다. 참가자들을 위해 오후 내내 장작을 팼던 김종원 대흥사 신도회장이 이번에는 손수 강원도 감자를 구워준단다. 어른 주먹만한 감자가 빨간 숯불 속에서 타박타박 익어가고 참가자들은 둥글게 모여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웠다. 어떤 이는 어린 시절 마당에서 감자를 구워먹던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렸고, 어떤 이는 따끈한 감자와 함께 추억의 한 페이지를 새겼다. 달을 가린 먹구름이 어느새 걷힌 하늘에는 별들이 더욱 빛났다.

손을 맞잡고 강강술래를 하고 있는 참가자들.

누군가가 강강술래를 제안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에 손을 붙잡고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빛나던 하늘의 별들도 사람들을 따라 원을 그리며 춤을 췄다. 하늘도 사람도 깊은 밤 속에 잠을 청했다.

경행을 하며 미운 사람을 떠올리고 있다.

이튿날 아침, “댕, 댕, 댕, 댕…” 대흥사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가 산골짜기의 적막을 깨운다. 때로는 작게, 때로는 크게, 때로는 깨질 듯이 범종을 치는 사람들이 차례차례 종을 울리며 ‘미운 사람 죽이기’ 명상에 빠져 들었다.

“미워하는 사람에 대한 분이 풀릴 때까지 마음껏 종을 쳐보십시오. 남을 의식하지 말고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됩니다.”

'미운 사람 죽이기' 명상을 통해 가슴 속에 맺힌 응어리를 풀고 있는 참가자들.

주지 자운 스님의 말을 듣고 참가자들은 종을 쳤다. 어떤 이는 ‘땡-땡-땡-’ 작게 세 번 울렸고, 어떤 이는 귀청이 떨어질 만큼 크게 쳤다. 종을 치며 눈시울이 붉어진 이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미워하는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다시 축원을 올렸다.

한 참가자가 종을 치고 있다.

자신을 힘들게 했던 사람을 마음껏 미워하고, 미운 만큼 크게 종을 울리며 속을 풀었던 참가자들의 얼굴은 케케묵은 마음의 응어리가 녹아내린 듯 한결 편안하고 후련해 보였다. 대흥사의 서늘한 아침은 그렇게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자신에게 쓰는 편지.

경행과 명상을 한 뒤 참가자들은 스님과 차 한 잔을 마시며 자신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졌다. 정성스럽게 쓴 편지는 며칠뒤 각자의 집으로 배달되어 당시의 편안하고 홀가분한 마음을 전할 것이다. 1박2일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대흥사에서 보낸 시간은 감자를 구워먹은 장작불처럼 오래도록 따스한 기억으로 남지 않을까.

1박2일간 다정한 안내자가 되어준 평창 대흥사 주지 자운 스님.

템플스테이를 마친 뒤 여옥선(부산 동래구, 56) 씨는 “사찰에서 봉사하며 템플스테이 진행에 도움을 주기도 했는데, 직접 참가자가 되어보니 느끼는 점이 확연히 다르다.”면서 “특히 ‘미운사람 죽이기’ 명상이 인상 깊었다.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마음을 다잡는 귀중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기념 촬영.

평창 대흥사 템플스테이는 체험형(1박2일, 3만원)과 휴식형(1박2일, 2만원)으로 진행된다. 중고생은 1만원이며, 체험형은 참가인원이 10명 이상 되어야 신청할 수 있다.

문의. 평창 대흥사 종무소(033-333-2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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