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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개의 문그림동화 싯다르타이야기 (266호)
  • 글·김미정 동화작가 / 그림·김환진
  • 승인 2017.07.1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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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 아프신 걸까?”

참이 얼굴에 걱정이 가득합니다. 꽁이는 풀밭에 누워 날아다니는 잠자리를 세고 있었어요.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넌 또 태자님 걱정이야? 부처님 공부보다 다른 공부가 더 재미있을지도 몰라.”

꽁이의 까만 안경에 가을 햇살이 반짝입니다. 콧등에 앉은 잠자리를 잡으려던 맹이가 벌떡 일어나 앉았어요.

“우리 새로 지은 궁전 구경하러 가자. 앵무새가 그러던데 온갖 새들이 정원에 놀러간다잖아.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고 싶어.”

꽁이는 여전히 심드렁해요.

“쳇! 궁전이 세 개나 있음 뭐해. 태자님 얼굴은 늘 어두운데.”

참이가 갑자기 생각난 듯 말했어요.

“얘들아, 우리 태자님을 응원하는 풍등을 날려보자.”

참이 제안이 무척 솔깃했나 봅니다. 꽁이와 맹이가 엉덩이를 툴툴 털고 일어났어요.

세 친구들이 바람길을 따라 풍등을 날리자 파란 하늘에 세 개의 하얀 풍등이 너울거립니다. 점점 더 멀리, 높이, 태자궁 높은 담장 위로 날아갔어요. 정원을 거닐던 싯다르타가 하늘을 올려다보았어요.

“아! 나도 저들처럼 바람 부는 대로 날아가고 싶다.”

싯다르타의 얼굴색을 살피던 마부 찬나가 말했어요.

“태자마마, 갑갑하시면 구경이라도 가시겠습니까?”

싯다르타는 말이 끄는 수레를 타고 동쪽 성문을 나섰어요. 상쾌한 공기를 마시자 울적했던 기분이 풀리는 듯 찬나의 농담에 유쾌하게 웃기도 했답니다. 태자의 웃음소리에 신이 난 찬나는 언덕 위로 말을 몰고 가다 다시 내리막길을 향해 속도를 내었어요. 싯다르타는 달려가는 수레에 몸을 맡기고 눈을 감았어요. 바람을 타고 붕붕 하늘을 날아다니는 기분이었어요. 굽잇길을 돌던 참이었죠.

히히힝!

말이 갑자기 멈춰서는 바람에 수레에 탄 싯다르타의 몸이 앞으로 확 쏠렸어요.

“갑자기 뛰어들면 어떡해요? 태자님이 떨어질 뻔하지 않았소.”

길 한가운데서 등이 활처럼 굽은 노인이 굽실거리며 서있었어요. 싯다르타는 수레에서 내려 노인의 모습을 살펴보았어요. 이가 몽땅 빠져 침이 저절로 흘러내리고, 검은 점이 뒤덮은 주름투성이 얼굴에 온몸을 지팡이에 의지해 다리를 덜덜 떨고 있었지요.

“다친 곳은 없습니까?”

“괜찮습니다. 머지않아 죽을 몸뚱인데요 뭘.”

“곧 죽을 몸이라고요?”

싯다르타는 비칠거리며 걸어가는 노인을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어요.

싯다르타는 자신의 건강한 몸을 만져보았어요. 젊음도 봄날처럼 짧게 지나가고 말 것 같았지요.

“우리도 저 노인과 다르지 않겠지?”

“태자마마께서 벌써 그런 걱정을 왜 하십니까? 숲에 가면 기분이 좋아지실 겁니다.”

찬나가 남쪽 성문으로 말을 몰았어요. 숲에 다다르자 새들의 지저귐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어요. 짝을 찾느라 깃털을 활짝 편 공작새,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사슴무리, 나무와 나무를 휙휙 건너다니는 원숭이들, 숲은 평화로웠지요. 동물들을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던 싯다르타는 수레에서 내려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갔어요. 덤불숲 너머로 작은 오두막 한 채가 보였어요. 싯다르타가 오두막을 향해 걸어가자 찬나가 막아섰어요.

“태자마마, 저런 외딴집에는 몹쓸 병에 걸린 사람들이 산다고 들었습니다.”

싯다르타가 찬나를 밀쳐내고 오두막 문을 열자 온몸에 붉은 종기가 난 사람이 앓는 소리를 내며 누워있었어요. 찬나가 얼굴을 찡그리며 손으로 코를 막았어요.

“찬나야, 이 사람을 의원에게 데려가야겠어.”

병자의 병이 낫기를 바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례 소식을 듣게 되었답니다.

싯다르타는 찬나와 함께 서쪽 성문 밖으로 달려갔어요. 병자는 죽어 거적에 덮인 체 수레에 실려 어디론가 가고 있었어요. 울부짖는 가족들을 싯다르타는 안타깝게 바라볼 뿐이었지요.

“사람이 태어나면 누구나 늙고, 병들어?죽게 되겠지? 그런데 왜 저렇게 슬피 우는 것일까?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편안하게 받아들이면 괴롭지도 않을 텐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니까 괴로워하는 거지요. 태자님은 그런 걱정일랑 하지 마십시오. 그저 좋은 것만 보시고 즐거운 일만 하시면 됩니다.”

“저들의 괴로움을 덜어줄 방법이 없을까? 찬나야, 혼자 좀 걷고 싶구나.”

싯다르타는 발길 닿는 대로 걸어갔어요. 북쪽 성문에 다다랐을 때 멀리 눈 덮인 히말라야 산이 보였어요. 산이 점점 다가오더니 싯다르타의 심장 속으로 쑥 들어왔어요. 싯다르타는 살며시 눈을 감고 왼손으로 두근거리는 가슴을 토닥였어요.

“히말라야에 가고 싶으신가 봅니다.”

머리와 수염을 깎은 수행자가 불쑥 말을 걸어왔어요. 질그릇 하나를 소중히 품은 그는 세 개의 문에서 만난 사람들처럼 초라한 모습이었지만 몸짓에 기품과 여유가 넘쳐났어요. 싯다르타의 눈이 반짝였어요.

“저는 싯다르타라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당신처럼 평화로운 얼굴을 가질 수 있을까요?”

“저희 수행자들은 집을 떠나 수행에 힘씁니다. 숲 속에서 명상을 하면 마음속에 평화가 찾아오지요. 출가하지 않았다면 여러 가지 괴로움에 시달리며 살고 있을 겁니다. 아직 깨달음을 얻지 못해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말입니다.”

싯다르타는 수행자의 손을 덥석 잡고는 물었어요.

“깨달음이라고요? 어떻게 해야 깨칠 수 있나요?”

“저도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하루에 한 끼만 먹으며 힘든 수행을 하고 있지요.”

싯다르타의 머릿속에 한줄기 빛이 떨어지는 것 같았어요. 싯다르타의 마음속 떨림이 세 친구들에게도 전해졌나 봐요. 모두 수행자의 이야기에 조용히 귀 기울였으니까요.

참이가 친구들에게 물었어요.

“너희는 어떨 때 제일 괴로워?”

꽁이가 말했어요.

“난 아플 때가 제일 싫어.”

맹이는 무언가 생각난 듯 시무룩합니다.

“난 친구들이 내 마음을 몰라줄 때 마음이 아파.”

참이가 맹이에게 어깨동무를 해주었어요.

“나도 그래. 태자님이 괴로움을 없애주면 좋겠다.”

“그럼 행복해지겠지? 사탕 먹을 때처럼.”

맹이가 큼직한 막대 사탕을 입에 물었어요.

글·김미정 동화작가 / 그림·김환진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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