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화천태불교사전 (265호)

법화칠유(法華七喩)

『법화경』에 설해진 비유들 중 대표적인 일곱 가지 비유. ‘법화칠유’라는 말은 세친(世親)이 『법화경론』에서 처음 사용한 이래로 『법화경』의 내용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틀로 꼽힌다. 일곱 비유란 화택유(火宅喩), 장자궁자유(長者窮子喩), 삼초이목유(三草二木喩), 화성유(化城喩), 의리계주유(衣裏繫珠喩), 계중명주유(?中明珠喩), 양의치자유(良醫治子喩)이다. ①화택유는 제3 「비유품(譬喩品)」에 설해져 있다. 불난 집[火宅]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구하고자 아버지가 양수레·사슴수레·소수레를 준다고 하여, 아이들이 무사히 나오자 아버지는 그들에게 똑같이 흰소가 끄는 큰 수레를 주었다. 여기서 불은 탐욕과 어리석음 등으로 인한 온갖 고통을, 집은 삼계(三界)를 비유한다. 세 가지 수레는 성문·연각·보살의 삼승(三乘)이고, 큰 소수레는 일불승(一佛乘)을 비유한 것이다. 즉 부처님께서 중생의 근기 따라 방편으로 삼승을 설하심은, 결국 일불승의 진실을 드러내보이고자 한 것이었음을 나타내는 비유이다. ②장자궁자유는 제4 「신해품(信解品)」에서 수보리·마하가전연·마하가섭·마하목건련이 부처님께 말씀드린 비유이다. 집나간 아들을 찾아다니던 부자 아버지가 50년 만에 거지 행색이 된 아들[窮子]을 만났다. 놀라 달아나려는 궁자에게 처음에는 허드렛일을 시키다 차츰 신뢰를 쌓으며 집안일을 맡기게 되고 마침내 아들임을 밝히며 모든 재산을 물려준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아버지는 부처님을, 아들은 중생을 비유한다. 처음에는 성문의 소승법을 닦다가 점차 불법에 대한 믿음과 이해[信解]가 깊어져 마침내 중생에게 본래 갖춰진 재산인 불성을 깨닫게 됨을 나타낸다. ③삼초이목유는 약초유(藥草喩) 또는 운우유(雲雨喩)라고도 하며, 제5 「약초유품(藥草喩品)」에 설해져 있다. 하늘에 구름이 껴서 비가 내리면, 크고 작은 초목들이 그 비를 맞고 각각 서로 다르게 자라난다. 이때 구름과 비는 일미(一味) 평등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나타내고, 대·중·소의 세 가지 풀[三草]과 크고 작은 두 가지 나무[二木]는 하늘·인간·성문·연각·보살 등의 서로 다른 중생의 근기를 나타낸다. 즉 부처님께서는 한 맛으로 가르침을 펴시지만, 중생들은 각자 근기에 따라 차별적으로 받아들여 이해함을 비유한다. ④화성유는 제7 「화성유품(化城喩品)」에 나온다. 보배의 성을 향하여 멀고 험난한 길을 떠난 대중들이 중도에서 힘들어 돌아가려 하자, 길잡이가 환술로 성을 지어[化城] 사람들을 쉬게 한 후에 다시 길을 떠나 마침내 목적지까지 모두 이르게 하였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길잡이는 부처님을, 대중은 중생을 나타내니, 부처님께서 방편으로 삼승을 설하심은 궁극에 모든 중생을 일불승으로 이끄시려한 것임을 비유한다. ⑤의리계주유는 제8 「오백제자수기품(五百弟子受記品)」에 설해지며, 의주유(衣珠喩) 또는 계주유(繫珠喩)라고도 한다. 이것은 오백 아라한들이 부처님의 수기를 받고 기뻐하며 자신들의 허물을 참회하면서 말한 비유이다. 가난한 이가 친구의 집에 갔다가 술에 취해 잠이 들었는데, 부자인 친구가 관가의 일로 떠나게 되어 가난한 이의 옷 속에 귀한 보배구슬을 매어 주었다. 그러나 가난한 이는 이것을 모른 채 계속 의식을 구걸하며 작은 소득에 만족해하며 지내는데, 어느 날 그 친구를 만나 옷 속에 매어 둔 구슬을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가난한 이는 중생을, 부자 친구는 부처님을, 술에 취함은 무명 번뇌에 빠짐을, 그리고 보배구슬은 일불승의 법장을 비유한다. 작은 소득에 만족함은 이승(二乘)이 작은 열반에 만족하여 궁극의 깨달음인 일불승을 알지 못하는 것을 나타낸다. ⑥계중명주유는 제14 「안락행품(安樂行品)」에 나오며, 정주유(頂珠喩)라고도 한다. 전륜성왕이 전장에서 공을 세운 장수들에게 차례대로 상을 주되, 상투 속에 숨겨 둔 귀한 보배구슬은 결코 내어주지 않다가, 가장 큰 공을 세운 자에게 비로소 그 구슬을 내어준다. 여기서 상투 속의 보배구슬은 『법화경』을 비유하니, 여래는 일체 번뇌를 물리친 자에게만 가장 수승하고 비밀한 법장인 이 『법화경』을 설하신다는 뜻이다. ⑦양의치자유는 제16 「여래수량품(如來壽量品)」에 설해지며, 의자유(醫子喩) 또는 의사유(醫師喩)라고도 한다. 훌륭한 의사가 독약을 마시고 정신이 나간 자식들을 구하기 위해 집에서 멀리 떠난 다음에 방편으로 아버지가 죽었다고 전하도록 하니, 자식들이 비로소 스스로 양약(良藥)을 먹고 목숨을 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훌륭한 의사는 부처님을, 자식들은 중생을 비유한다. 아버지의 죽음을 방편으로 삼은 것과 같이, 여래는 수명이 본래 무량하지만 방편으로 열반에 드는 모습을 보이시어 어리석고 박복한 중생으로 하여금 선근을 심도록 하신다는 뜻이다. 세친은 『법화경론』에서 이상의 일곱 비유는 각각 일곱 가지 증상만을 대치한다고 보았다. 천태 지의는 『법화현의』에서, ‘묘법연화경’이라는 제목에 나타난 ‘연화’의 비유를 총유(總喩)라 하고 이 일곱 비유를 별유(別喩)라 하였다. 그리고 일곱 비유는 각각 방편을 써서[施權] 진실을 드러내고[顯實] 있으며, 일곱 중 앞의 여섯은 적문(迹門)으로서 삼승을 열어 일승을 드러내는[開三顯一] 교화를 밝히고, 마지막의 비유는 본문(本門)으로서 가까운 시기의 열반을 보임으로써 상주불멸의 참모습을 나타낸[開近顯遠] 것이라고 하였다.

본적이문(本迹二門)

본문(本門)과 적문(迹門)을 함께 일컫는 말이다. 혹은 본지수적(本地垂迹) 또는 본적(本迹)이라고도 한다. 보편적인 뜻으로, 본(本)이란 보다 근원적인 것, 드러난 현상의 본질적인 것, 진실 등을 가리키고, 적(迹)이란 본질이 밖으로 드러난 현상, 자취, 부수적인 것, 방편 등을 가리킨다. 경전에서 본문(本門)이란 오래 전에 이루어진 부처님의 본래 자리[本地]이고, 적문(迹門)은 가까운 시기에 이루어진 교화 행적[垂迹]을 뜻한다. 즉 본문은 여래가 오래 전 먼 옛날에 이미 성도하였다고[久遠實成之本佛] 설하여, 부처님의 본지(本地)와 근원을 나타내 보이는 부분이다. 적문(迹門)이란, 가까운 시기에 중생들에게 직접 나타내 보인 부처님의 모습[伽耶始成]에 관련된 부분이다. 본불(本佛)이 중생 교화를 위하여 본래의 자리로부터 모습을 나투어[垂迹] 법을 설하는 것은, 마치 하늘에 뜬 달이 비쳐서 여러 곳에 모습을 나타내는 것과 같다. 이 본적설은 본래 구마라집의 제자였던 승조(僧肇)와 승예(僧睿) 등이 주창하였는데, 수대(隋代)에 와서 천태 지의가 그 뜻을 전용(轉用)하였다. 『법화경』 「여래수량품」에, 여래는 오래고 먼 옛날에 성불하여 지금도 멸도하지 않았으니 80세에 열반에 드신 부처님의 모습은 방편일 뿐 진실이 아니라고 설해져 있다. 여기에 근거하여 지의는 여래의 본신(本身)과 적신(迹身)을 구분하고, 『법화경』 전체를 둘로 나누어 전반 14품을 적문(迹門), 후반 14품을 본문(本門)이라 하였다. 적문은 「방편품」에 설해진 바와 같이, 삼승(三乘)의 방편[權]을 열어서 일승(一乘)의 진실[實]을 드러내 보인다. 이것을 개권현실(開權顯實)이라 한다. 본문은 「여래수량품」이 주가 되며, 가야에서 처음 성불한 가까운 시기의 부처 모습[近迹]을 열어서 오래고 먼 옛날에 성불한 본래의 부처[本]를 드러낸다. 이것을 개적현본(開迹顯本)이라 한다. 또 크게 보면, 적문은 방편[權]이 되고 본문은 진실[實]이 되어 방편과 진실이 서로 다르지 않아 일체인 묘법(妙法)을 이루게 된다.

연화삼유(蓮華三喩)

적본삼유(迹本三喩)라고도 한다. 천태종에서 법화 개현(開顯)의 취지를 경전의 제목에 있는 연화(蓮華)로써 본문(本門)과 적문(迹門)에 대하여 각각 세 가지 비유를 세운 것을 말한다. 부처님이 설한 깊고 깊은 묘법(妙法)은 언어로 표현해내기가 실로 어려우므로, 연화를 빌어서 비유하였다. 연화는 (처음 필 때부터) 꽃[華]과 열매[蓮]가 동시에 있으니 이것으로써 방편[權]과 진실[實]이 일체인 묘법을 비유하였다. 즉 연(蓮)을 진실[實]과 근본[本]에, 화(華)를 방편[權]과 자취[迹]에 비유한다. 연화삼유란 연화의 생장과정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표현한 것이다. ①위련고화(爲蓮故華): 연화는 꽃이 생겨나면 반드시 그 안에 연밥이라는 열매가 있다. 그러나 연밥을 얻기 위해 꽃이 피지만, 처음에는 연밥이 보이지 않는 상태이다. ②화개연현(華開蓮現): 꽃이 벌어져 열매가 드러난다. ③화락연성(華落蓮成): 꽃이 떨어지고 열매가 완성된다. 이것을 『법화경』의 적문에 적용한 것이 적문삼유(迹門三喩)이다. ①위실시권(爲實施權): 부처님이 삼승(三乘)으로 교화함은 일불승이라는 진실을 보이기 위한 방편을 베푸는 것이다. 그러나 중생들은 아직 그 뜻을 알지 못함을 나타낸다. ②개권현실(開權顯實): 방편을 열어 진실을 드러냄 즉, 법화회상에서는 여래가 이전에 설한 삼승은 방편이었음을 밝히고 일불승이 진실임을 드러냄을 말한다. ③폐권입실(廢權立實): 일승이 진실한 가르침임을 이미 드러내었으므로 삼승의 방편교를 자연히 그만두는 것이다. 경에서는 “곧 바로 방편을 버리고 다만 무상도를 설한다[正直捨方便, 但說無上道].”고 하였다. 마찬가지로 연화삼유를 『법화경』의 본문에 적용한 것이 본문삼유(本門三喩)이다. ①종본수적(從本垂迹): 구원실성(久遠實成)의 본불(本佛)을 나타내기 위하여 현세에 출가·성도·열반하는 부처의 모습을 보여 교화하신다. ②개적현본(開迹顯本): 부처님이 현세에 성도하고 열반에 드심이 모두 방편임을 설하여, 구원실성의 진실한 모습을 드러낸다. ③폐적입본(廢迹立本): 구원실성의 영원한 부처의 모습을 알았으니 자취로 나투어 보인 부처 모습에 더 이상 미혹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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