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동화 싯다르타이야기 (265호)

태자궁에 연못이 생기고 진귀한 나무와 꽃들로 새롭게 정원이 가꾸어졌답니다. 숫도다나왕은 태자가 궁궐 안에서 행복을 느끼길 바랐어요. 아들이 세상과 사람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이 두려웠어요. 과연 싯다르타의 생각의 발길을 붙잡아 둘 수 있었을까요?

싯다르타가 연못가를 거닐자 잉어들이 입을 뻐끔거리며 와글바글 몰려들었어요.

“너희들 삶도 고달프구나.”

한편 왕과 왕비가 태자궁으로 오고 있었어요. 상쾌한 바람이 뺨을 스쳤지만 걱정 가득한 얼굴이에요.

“왕비, 태자의 마음을 붙잡아 둘 좋은 방법이 없겠소? 온종일 명상만 한다지 않소. 이러다 아시따의 예언대로 출가라도 할까 걱정이오.”

“폐하, 어여쁜 태자비를 맞이하면 어떨까요? 태자 나이 벌써 열아홉입니다.”

“좋은 생각이오.”

짐작대로 싯다르타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어요. 바람도 새들도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조용합니다. 왕은 아들의 평온을 깨고 싶지 않았지만 결혼 이야기를 꺼냈어요.

“아바마마, 저는 다른 꿈이 있습니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습니다.”

자신에 찬 싯다르타의 대답에 왕은 그만 주저앉아버렸지요.

“카필라를 부강한 나라로 만드는 것 말고 다른 꿈이 무엇이더냐? 내 나이 육십이다. 땅을 일구며 사는 백성들도 손자를 안고 행복하게 살거늘 너만 생각해 부모에게 슬픔을 안길 작정이더냐?”

왕의 호소에도 입을 굳게 다문 싯다르타에게 왕비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어요.

“태자, 부왕은 오로지 태자만 바라보며 사십니다. 공부와 무예에 뛰어나 그토록 기쁨을 주던 태자가 아니십니까. 태자가 숲을 헤매고 다닐 때마다 부왕은 잠을 이루지 못하십니다. 제발 부왕의 소원을 모른 체하지 마세요.”

싯다르타는 마음이 흔들렸어요. 친어머니처럼 정성을 다해 키워준 마하빠자빠띠왕비의 간곡한 바람을 저버릴 수 없었으니까요.

“아바마마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카필라 성문 네 곳이 꽃으로 장식되었어요. 연회장에 붉은 양탄자가 깔리고 연단에는 보석이 담긴 오백 개의 꽃바구니가 준비되었지요. 악사들이 음악을 연주하자 여러 나라에서 초대된 처녀들이 차례차례 연회장으로 걸어 들어왔어요. 연회장은 금세 건강하고 아리따운 처녀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답니다. 연단에 앉아 처녀들을 살펴보는 왕과 왕비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지어졌지요.

왕이 싯다르타에게 물었어요.

“태자는 어떤 여인을 아내로 삼고 싶으냐?”

“건강하고 아름다우면서도 겸손하고, 시부모를 부모처럼 섬기며, 백성들을 사랑하는 여인이면 좋겠습니다.”

“하하하! 참으로 현명하구나. 우리도 태자의 뜻에 따르겠다.”

싯다르타는 예의를 갖춰 여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보석 꽃바구니를 나눠주었어요. 마지막 오백 개째 바구니를 나눠줄 때였답니다.

히이 히이잉!

말 울음소리가 들리고 한 여인이 연회장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어요. 단아한 모습의 그녀는 화려하게 치장한 여인들 사이를 뚫고 싯다르타에게로 다가왔어요.

“저에게도 바구니를 주십시오.”

“바구니가 남아 있지 않습니다.”

“저에게 창피를 주시려는 겁니까?”

여인의 당돌한 태도에 놀란 시종들이 그녀 앞을 막아섰고, 흥겹던 연회장 분위기가 싸늘해져 버렸어요. 싯다르타가 시종들을 뒤로 물리고 말했어요.

“당신에게 어울리는 보석은 따로 있습니다.”

싯다르타가 자신의 반지를 빼어 여인의 손가락에 끼워주었어요. 그래도 여인이 웃음을 보이지 않자 싯다르타는 몸에 달았던 장신구들을 하나씩 벗어 건네주었지요.

“그만 되었습니다. 저는 꼴리야의 공주 야소다라입니다. 이제 이 몸으로 태자님을 장식해드리겠어요. 단 꼴리야의 풍습에 따라 무예시합에서 승리하셔야 합니다.”

싯다르타가 야소다라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빙그레 웃었어요.

부처님 공부를 한다던 참이와 꽁이, 맹이는 어디 있을까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연회를 구경하고 있었답니다.

“야호! 무술시합이 열리려나 봐. 얍, 얍, 얍.”

꽁이가 격투기 흉내를 내며 맹이를 툭툭 칩니다. 맹이는 화가 났어요.

“하지마~ 부처님 공부하면서 친구 괴롭히면 안돼. 마음 비행기 못 탄다 말이야. 맞지, 참이야.”

어쩐 일인지 참이는 걱정스러운 얼굴이에요.

“어? 응.”

이윽고 무예시합이 열렸어요. 야소다라는 물론 카필라와 꼴리야 두 나라의 왕과 대신들, 많은 백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건장한 샤카족 청년들이 시합장으로 몰려들었답니다. 첫 시합은 2구로사(km)마다 하나씩 세워둔 쇠북을 맞히는 활쏘기 시합이에요. 대부분의 청년들은 6구로사 과녁을 맞히는데 그쳤지만 싯다르타의 가장 큰 경쟁자인 사촌 마하나마가 활시위를 놓자 구경꾼들이 환호성을 질렀어요. 심판관이 외쳤어요.

“8구로사!”

마하나마가 자신만만하게 웃었죠. 그러나 활을 넘겨받은 싯다르타가 가볍게 활시위를 당기자 활이 툭 부러져버렸답니다. 숫도다나왕이 흐뭇해하며 심판관에게 명했어요.

“사당에 가서 선왕의 활을 가져오너라.”

싯다르타는 다시 할아버지의 활로 시위를 당겼어요.

“10구로사!”

화살은 10킬로미터 밖 쇠북을 꿰뚫고 지나가 땅속 깊이 박혀버렸어요. 그 자리에는 ‘화살우물’이 생겼답니다. 씨름에서는 손가락 하나로 경쟁자들을 넘어뜨렸고, 창과 칼 겨루기에서도 창과 칼을 나무막대기처럼 다루는 싯다르타를 이길 사람이 없었죠. 코끼리 다루기에서는 코끼리를 번쩍 들어 올려 구경꾼들을 놀라게 했답니다. 장기와 바둑도 싯다르타의 수를 읽는 자가 없었어요. 모든 경기가 끝나자 야소다라가 싯다르타를 향해 활짝 웃었어요.

꽁이와 맹이는 무예시합 내내 신이 나서 펄쩍펄쩍 뛰었답니다.

“태자님의 힘과 지혜는 아무도 못 당해. 참이야, 그치?”

“태자님이 제일 멋졌어. 참이야, 그치?”

웬일인지 참이는 하나도 기쁘지 않나 봐요.

“난 걱정이야. 부처님이 되셔야 하는데 결혼하게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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