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를 마시다 (265호)

차향에 취하면
봄철 비염·축농증 ‘훌훌’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에 피는 봄꽃은 눈도 즐겁게 하지만, 마음까지도 포근하게 해준다. 하지만 인체 중에 봄꽃으로 인해 고생을 하는 기관이 있다. 바로 코다. 호흡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기관인 코는 한의학에서 폐와 통하는 구멍으로 불린다. 그런데 일교차가 심하거나, 꽃가루와 황사 등 공기 중에 이물질이 많을 때 민감한 사람들을 알레르기로 고생하게 만드는 기관이기도 하다. 이때 마시면 좋은 차가 바로 목련꽃차다.

효능

목련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에 주로 자생한다. 백목련, 자목련 등 약 15종이 있다. 줄기는 곧게 서 있고, 잎은 타원형이ㅈ다. 가지는 조금 굵고 양쪽으로 갈라지는 편이다. 한방에서는 꽃이 피기 전의 꽃봉오리를 ‘신이(辛夷)’라 하여 두통·치통·축농증에 사용한다. 천연의약품인 셈이다.

맛은 맵고, 성질은 따뜻하고, 독은 없다. 폐와 위에 주로 들어가 만병의 시작이 되는 풍사(風邪)를 풀어주는 효능이 있다. 크림으로 만들어 얼굴에 바르면 기미나 주근깨·여드름이 없어지고, 얼굴이 매끄러워지는 등 미용에도 좋다.

최근 천연의약품 및 기능성 식품을 연구할 때 민간요법이나 한방에서 효능이 검증된 소재를 활용하는 게 추세다. 백목련꽃도 이 가운데 하나다. 백목련꽃에서 추출된 폴리페놀 성분이 우수한 항산화 작용과 대장암, 폐암의 증식억제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중국 명나라 때 한 선비가 공부를 많이 해서 콧병이 났다. 그는 콧물뿐만이 아니라 코에서 심한 악취까지 나서 가족들도 가까이 오지 않으려 했다. 결국 집을 떠나 명의를 찾아 나섰다. 어느 소수민족 마을에 이르러 의사에게 진찰을 했는데, 꽃봉오리 말린 것을 처방해주었다. 집에 돌아와 보름동안 달여 마셨더니 머리가 맑아지고 콧병이 나았다. 목련의 꽃봉오리를 이르는 ‘신이’는 이 선비가 지은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전한다.

이외에 다른 이름은 나무에 피는 연꽃이라는 뜻에서 목련(木蓮), 꽃봉오리가 맺힌 모양이 붓을 닮았다고 하여 목필(木筆), 꽃이 옥돌처럼 우아하고 아름답다 하여 옥수(玉樹) 그리고 향린(香鱗), 목란(木蘭), 옥란(玉蘭) 등 다양하다.

우리 선조들은 목련을 심어 꽃도 보고 약으로도 즐겨 썼다. 또 목련꽃이 피기 시작하면 못자리를 시작할 때라고 여겼다. 목련꽃이 아래를 향하여 피면 비가 많이 오고, 위를 향하여 피면 날씨가 맑아질 것이라고 여기는 등 일기를 점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장마철에 목련나무를 태워 나쁜 냄새와 습기를 내보내기도 했다.

【 음용법 】

- 만드는 법

① 목련꽃이 피기 전 꽃봉오리를 딴다.
② 겉 겨울눈을 조심스레 떼어낸다.
③ 꽃잎을 한 장 한 장 조심스럽게 뒤집는다.
④ 암술과 수술을 잘라낸다.
⑤ 꽃을 펼친 채 그늘에 말린다.

목련꽃차는 독이 없어서 꽃봉오리가 조금 펴져 있을 때 따서 차로 만들어도 된다. 이때는 꽃잎을 하나씩 따서 말린다. 보통 응달에 펴서 말리는데, 농가에서는 건조기에 말리기도 한다. 집에서 빨리 건조시키고 싶다면 깨끗한 프라이팬에 한지를 올려놓고 약한 불로 말려도 된다.

- 마시는 법

끓여서 마실 경우 4~5송이를 끓는 물 1리터에 넣고 끓여 적당히 따라 마시면 된다.
다관에 우려 마실 경우는 한 송이만 넣어도 충분하다.

① 다관에 목련꽃 한 송이를 넣는다.
② 100℃로 끓는 물을 다관에 붓는다.
③ 맛, 색, 향기가 없어질 때까지 마신다.

다관에 목련꽃차를 먼저 넣고 물을 부으면 목련꽃 향기가 방안 가득 퍼진다. 꽃향이 줄어들기 시작할 때 녹차 몇 잎을 넣으면 녹차향이 함께 어우러져 새로운 맛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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