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습관으로 건강지키기(264호)

〈동의보감〉은 양생(養生)에 있어 사계절 기후 변화의 적응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 사계절 기후에 맞도록 적응하여 생활하는 것이, 생명력을 조절하고 건강하게 장수하는 핵심이 되는 셈이다. 무릇 사계절의 온도ㆍ습도ㆍ바람 등의 음양 변화는 만물의 근본이므로, 봄과 여름에 양기(陽氣)를 보양하고, 가을과 겨울에는 음기(陰氣)를 보양하여 그 근본에 순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생활 건강법은 바로 계절별 ‘마음가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마음가짐’은 봄의 사랑과 배려, 여름의 질서와 순서, 환절기의 조화와 믿음, 그리고 가을의 정의로움과 겨울의 지혜로움이다. 이 중에서 봄철의 사랑하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먼저 봄은 자연의 생기(生氣)가 일어나서 만물이 발생하고 번영한다. 봄철은 온화한 기운과 생동하는 움직임을 뜻하는 바람[風]의 계절이다. 따라서 밤에 일찍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뜰을 거닐며 머리를 풀고 몸을 이완하여, 마음을 유쾌하게 함으로써 봄철에 발생(發生)하는 기운에 따라 생활하도록 한다. 봄나물이나 새싹 음식이 좋다. 따라서 생명을 생겨나게 하고 죽이지는 말며, 남에게 주기는 하면서 빼앗지는 말며, 기운을 북돋아주기는 하되 억눌러서는 안 된다. 결국 생명과 인간을 사랑하는 어진 마음[仁]으로 생활할 것을 권유한다.

여름은 만물이 개화하고 열매를 맺는다. 따라서 아침 일찍 일어나되, 해가 긴 것을 싫어하지 말고 노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 꽃이 피듯 안색이 피어나게 하며, 운동으로 여름의 열기(熱氣)로 생긴 신체의 열기를 빠져나가게 한다. 여름은 뻗어나가는 성장, 추진의 기운을 길러주는 시절이므로, 무성하게 번창하는 발전의 질서를 지키는 마음으로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생명 질서를 지키는 질서와 순서[禮]의 생활을 권유한다. 우리 신체에서 가장 질서 있는 장기가 바로 심장이다. 심장은 화(火)의 기운으로, 계절로는 여름에 배치된다. 또 질서와 순서는 사회가 발전한 선진국일수록 필요로 하는 규범이고, 자연으로 보면 여름에 해당한다. 결국 질서와 순서를 말하는 예(禮)를 지키는 마음으로 생활하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

가을은 기온이 쌀쌀해지고 기운이 맑아진다. 마음을 차분하게 하여 가을의 숙살지기(肅殺之氣)를 부드럽게 하며, 정신을 거두어 적응하고 마음속에 잡스런 생각이 없게 함으로써, 가을에 적응하는 수렴·억제의 기운을 길러주도록 한다. 따라서 가을은 한편으로는 결실과 수확을 얻고, 다른 한편으로는 낙엽처럼 폐기되는 심판·의로움[義]에 맞도록 생활해야 한다. 알맹이와 쭉정이의 결과를 심판받는 정의로움[義]의 마음으로 살아가자는 것이다.

겨울은 물이 얼고 땅이 얼어 터지는데, 양기(陽氣)를 요동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되, 반드시 해가 뜬 뒤에 일어나서 뜻을 숨긴 듯이 하여, 이미 얻은 것이 있는 듯해야 한다. 그리고 추운 데를 피해 따스한 곳으로 가고, 살갗으로 땀을 흘려 갑자기 기운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것이 겨울철에 적응하여 감추어 들이는 저장·폐장(閉藏)·침정(沈靜) 기운을 길러주는 방법이다. 따라서 겨울의 저장·침정하는 기운에 적응하여, 내년의 봄에 다시 일어나는 단계를 내다보는 지혜로운[智] 정신을 배양하는 마음으로 살자는 것이다.

그리고 사계절 사이에 4번의 환절기가 있다. 그중에서 여름과 가을 사이에 있는 환절기를 대표 환절기라고 할 수 있다. 봄과 여름의 발생과 성장이, 양(陽)의 시기에서 가을과 겨울의 수확과 저장의 음(陰)의 시기로 옮겨가는 변환의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 환절기는 봄·여름의 양의 과정에서 가을ㆍ겨울의 음의 과정으로 조화롭게 넘어가도록 한다. 그래서 조화·통합·융합·화해의 작용으로, 생명의 5대 특성 중에 소화 영양과 유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오행으로 보면, 바로 토(土)의 통합, 자기화 작용이다. 따라서 이런 시절에는 변화하는 온도·습도 등의 기후에 적응하고, 항상 사회의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믿음[信]으로 생활해야 한다.

또한 사계절에 맞도록 잠자고 일어나는 생활 습관으로, 봄에는 해가 저물면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며, 여름과 가을에는 늦은 밤에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며, 겨울에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유익하다. 그러나 일찍 일어나더라도 해가 뜨기 전에는 일어나지 말 것이며, 늦게 일어나더라도 해가 중천에 뜬 후에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리고 사계절에서 여름철 양생이 실천하기 특히 힘들다. 더운 날씨로 의지는 약해지고, 함부로 차가운 음식을 먹어 음기가 체내에 잠복하여 기운이 떨어지고 배가 차갑다. 그래서 나이든 사람이나 허약한 이는 신장을 보익하는 음식과 탕약이 없어서는 안 되고, 음식물이 조금만 차더라도 먹고 마시지 말아야 한다. 고요히 뜻과 생각을 안정시켜 심장을 편히 해야 하며, 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따뜻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그런데 여름철 건강을 좌우하는 핵심이 바로 봄과 겨울의 양생 실천이다.

결국 봄과 겨울의 건강 양생이 일 년의 건강을 좌우하게 되는 셈이다. 그래서 봄에 생명과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어진 마음이 제일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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