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화를 일구는 사람들(264호)

‘한국불교사진협회’는 1995년 창립해, 그동안 100여 명의 회원이 전국 각지를 답사하며 불교문화를 알리고자 애써왔다. 지난 2월 24일과 25일에는 경주 일대로 정기출사를 다녀왔는데, 20여 명의 회원이 동참했다. 그 생생한 모습을 동행, 취재했다.

사찰의 봄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불사협 회원.

고찰·불교유산 찾아 정기출사
매년 전시회 및 공모전 개최

오랜 세월동안 조상들이 가꿔온 고찰과 불교문화재는 국가의 귀중한 보물이자 세계의 문화유산이다. 문화재를 새롭게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도 이미 발굴된 유물을 잘 보전하고 알리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사진예술로 승화시킨 ‘한국불교사진협회’는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잊히고 훼손되어 가는 문화유산을 카메라에 담아 불교문화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자 창립됐다.

1995년 12월 ‘대한민국불교사진연합회’란 이름으로 설립되어 불교사진작가 이병윤 씨가 초대 회장을 맡았다. 그는 불교전문사진작가 이종섭 씨, 부천시 사진작가협회 이승민 씨와 함께 불교사진을 찍고 있는 스님과 사진가를 찾아다니며 활동할 회원을 모집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96년, 부천 석왕사 주지 영담 스님을 자문위원으로 추대하고, 부천시 홍보전시관에서 창립전시회를 개최했다. 이후 꾸준히 열린 회원전은 올해로 22회, 2006년부터 시작된 청소년 사진공모전은 11회를 맞았다.

2016년 5월, 서울 불일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준비하며.

매년 부처님오신날을 즈음해 열리는 회원전은 올해 5월 1일부터 7일까지 서울 불일미술관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회 주제는 ‘사물(四物)’이다. ‘사물’은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예불을 드릴 때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4가지 물건인 운판·목어·범종·법고를 말한다. 회원전은 청소년 사진공모전 수상작과 함께 전시된다. 얼마 전 마감된 공모전 심사를 마친 제12대 회장 최우성 씨는 사진 촬영을 통해 더 많은 청소년들이 불교에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

“청소년들이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 공부를 한다면 좋은 작품들이 훨씬 더 많이 나올 텐데 그렇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라 아쉽습니다. 그래도 공모전을 통해 불교문화에 좀 더 가까워진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전국 회원 총 100여 명

한국불교사진협회 회원들이 경주 감포 앞바다에서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불교사진협회는 전문사진작가들이 모여 만든 단체지만,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열린 단체다. 사진 경력 40년이 넘는 전문가부터 이제 막 시작한 초보자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협회 고문을 맡은 스님들과 서울 본회 회원 20여 명, 경남·대구·광주 등 전국의 회원들을 모두 합치면 100명이 넘는다.

정기출사는 대부분 매달 마지막 주말에 간다. 올해 상반기에는 양양 낙산사, 영월 보덕사, 정선 요선암, 안성 칠장사 등을 답사할 계획이다. 정기출사는 참여 인원수에 맞추어 전세버스나 개인자동차를 이용하는데, 이번 출사에서는 1박2일 일정의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개인자동차로 이동했다.

한국불교사진협회에는 고문으로 계신 스님뿐 아니라 배 농사를 짓고 있는 과수원 주인, 퇴직한 공무원, 20년 넘게 회사 사보를 만들며 사진에 취미를 붙인 회사원, 혼자 보기 아까운 절경들을 사진으로 담기 시작했다는 암벽등반전문가도 있다. 40년 지기 절친한 친구와, 또는 부부가 함께 활동하기도 하고, 불탑과 부처님을 찍고 싶다며 처음 카메라를 잡은 회원도 있다.

직업, 나이, 사는 곳 모두 다르지만 불교와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공통분모로 분위기는 초등학교 동창회처럼 화기애애하다. 오래도록 사진작가였던 사람도, 배운 지 여섯 달밖에 안 된 사람도 사진에 대한 열정만큼은 모두 프로다. 사진을 찍으며 친해진 회원들은 긴긴밤 마음속에 있는 진솔한 이야기꽃을 피우다 잠이 든다.

사진작가이자 수필가인 윤중일 씨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회원들.

찍어도 찍어도 남는
출사지에서의 아쉬움

가지산 석남사, 감은사지 삼층석탑, 울산 반구대, 감포 용굴, 경주 남산 탑골 마애불상, 남산동 동서 삼층석탑……. 이번에 한국불교사진협회 회원들이 답사한 곳이다.

“사진은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하지요. 올겨울 바다를 촬영할 때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바닷가를 찾았습니다. 자연은 좋은 사진을 쉽게 허락해주지 않더군요. 오늘은 멀리서 불사협 회원들이 오셨으니 특별히 용왕님께 좋은 사진 찍게 해 달라고 부탁을 드려놨습니다.”

회원들을 감포 앞바다로 안내한 이는 고향 감포를 17년간 사진으로 담아내고 있는 박익진 씨. 17년간 단 하루도 똑같은 날이 없었다는 그는 오늘의 경이로움에 다시금 감탄하며 바다를 마주한다.

일취 스님은 “이런 아름다움을 그냥 스쳐가기에는 너무 아까워 사진을 찍는다.”고 했다.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두고두고 남기기 위해서 화가는 그림을 그리고, 시인은 시를 쓰고, 사진작가는 셔터를 누른다는 것이다.

“저는 사진을 찍을 줄 모르고 평소에 여행 다니는 것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고요한 절에 오는 것이 정말 좋아서 남편의 출사에 늘 동행합니다.”

회원 가운데 유일하게 카메라를 들고 있지 않은 서미연 씨는 산사에 들러 부처님께 예배하고 불교 유적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단다. 카메라를 든 남편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때로는 멋진 포즈를 취해주기도 한다.

2017년 2월, 감포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용굴 앞에서 아침을 맞으며 기념촬영.

마흔에 처음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는 조현숙 씨는 ‘한국사진작가협회’ 이천지부 행정간사이기도 하다. 최초의 여성 회장을 역임한 그녀는 씩씩한 여장부의 기질로 거침없이 사진을 찍는다. 촬영한 사진을 확인하며 그녀는 산사 분위기를 담아내는 것이 예전 같지 않다고 했다.

“요즘은 고즈넉한 사찰이 별로 없어요. 오래된 당우들을 보존하기보다는 불사를 하며 낡은 것은 없애고 새 건물을 짓고 단장하는데 급급하거든요. 10여 년 전 왔을 때는 텅 비었던 경내가 새로운 건물들로 꽉 채워진 걸 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더군다나 스님들도 사찰 내의 촬영을 썩 반기지는 않는 분위기. SNS의 발달로 삼보에 대한 경건한 마음 없이 셔터만 눌러대는 관광객들이 많아진 탓이다. 우리나라 사찰을 널리 알리고, 잊혀 가는 불교 유적을 사진으로 기록하고자 결성된 회원들에게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앉은 자리에서 클릭 한 번만 하면 어디든 이어주는 인터넷의 발달로 사진은 그 어떤 매체보다 효과적인 홍보물이 됐다. 그러나 불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오래된 사찰과 불교 유물을 지키려는 노력이 있지 않다면 언젠가는 사진으로조차 영영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조리개가 열리고 닫힌 찰나 속에 갇힌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세월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흘러가도록 한국불교사진협회 사람들은 오늘도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불교 유적을 카메라에 담는데 여념이 없는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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