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1년 부처님오신날이다. 〈불소행찬〉 등 불교경전에 의하면 부처님은 중생구제의 대원력을 세워 사바세계에 몸을 나투셨다. 부처님이 사바세계에 오실 때의 광경을 보면 매우 감동적이다. 경전은 이때의 모습을 문학적 묘사를 통해 더욱 친근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부처님의 어머니 마야부인은 당시의 관습에 따라 아기를 낳기 위해 친정인 콜리국으로 가는 길에 룸비니 동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꽃들이 만발하고 벌과 나비가 꽃의 향기를 따라 매혹적인 춤사위를 벌이는 모습을 지켜보며 마야부인은 무우수(無憂樹)의 가지를 잡고 잠시 몸을 의탁했다. 그 순간 마야부인은 태기(胎氣)를 느꼈고 아기부처의 탄생을 이뤘다. 그렇게 부처님은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때에 룸비니 동산으로 오셨다.
부처님은 태어나시자마자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시고 오른손으로는 하늘을, 왼손으로는 땅을 가리키며 “하늘 위와 하늘 아래 나 홀로 존귀하다”는 뜻의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을 외쳤다고 한다. 불교학자들은 이를 룸비니 선언으로 받아들여 부처님이 중생구제의 서원을 밝힌 것이라고 해석한다. 실제로 만일 부처님이 세상에 오지 않으셨다면 중생들은 전도몽상(轉倒夢想)과 생사미망(生死迷妄)의 무명에서 여전히 헤매고 있을 것이다.
부처님은 또 일체중생이 평등하다는 점을 일깨워주셨다. 더 나아가 잘못된 사회제도와 제례의식을 비판하고 이런 굴레에 빠져있는 중생들에게 새로운 가르침을 펼쳤다. 당시 인도사회는 신분차별로 인한 폐해를 양산한 계급제도가 인간을 구속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부처님은 애초부터 이 신분제를 인정하지 않았다. 근본불교 경전의 하나인 〈숫타니파타〉에 의하면 사람은 출생에 따라 신분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하는 행위에 따라 천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귀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다시 말해 누구든 존경받고 싶으면 존경받을 만한 행동을 하면 된다. 반대로 비난받을 행동을 하면 천한 사람으로 낙인찍히게 되는 게 당연하다.
부처님은 기존의 잘못된 관행과 의식을 바로 잡는 가르침으로 대중들의 존경을 받게 되었다. 육사외도(六師外道)들이 부처님께 귀의해오면서 불교교단은 크게 세력을 확장해갔다. 특히 갈등과 대립이 발생하는 곳에선 부처님을 경쟁적으로 모셔가려 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그 자리에서 바로 해법이 되고 갈등 치유의 약이 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대한 기로에 놓여있다. 대통령 탄핵과 구속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을 겪고 있고, 그로 인해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안보문제에 있어서도 그 어느 때보다 남북관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대북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상황의 경고등은 이미 울렸다. 조선업의 몰락, 청년실업률에서 나타나듯 젊은 층의 취업난은 절벽에 가깝다.
이렇다보니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마냥 기뻐하고 찬탄할 수만은 없다. 부처님이 중생들에게 주신 사랑은 다름 아닌 정법(正法)의 가르침이다. 우리가 이미 불성(佛性)을 갖추고 있고, 언제든 생사를 거듭하는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진리를 일깨워주셨다. 현재 우리나라가 처해있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화합과 통합을 추구하는 지혜로움이 필요하다. 불성을 바로 볼 줄 알아야 지혜로운 안목이 열리고 화합과 통합이 가능하다.
부처님은 탐진치(貪嗔癡) 삼독심(三毒心)을 제거하라고 하셨다. 탐냄과 성냄과 어리석음은 자기 자신 뿐 아니라 사회와 조직을 망가뜨리는 암적 요인이다. 때문에 부처님은 이를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할 해악(害惡)으로 규정하여 이를 여의라고 말씀하셨던 것이다. 우리나라가 처한 정치·경제·안보 등 제 분야의 위기는 결국 이 삼독심이 초래한 상황이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삼독심을 멀리하고 화합의 지혜를 발휘해 대한민국의 활기찬 미래를 열어 나가길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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