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 장곡사 대웅전에 ‘감로도’ 봉안
세월호 참사ㆍ촛불집회 등 담아내

이수예 작가와 6명의 연구원이 함께 작업한 장곡사 감로도.

지난 3월 24일 1073일 만에 바다 속에서 해상으로 완전히 올라온 세월호 사고 3주년을 앞두고, 시대의 아픔과 한을 담은 불화 ‘감로도’가 4월 8일 청양 장곡사에 下대웅전에 모셔진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억울하게 죽은 고혼(孤魂)들에게 아미타부처님과 7여래가 감로(甘露)와 같은 법문을 베풀어 극락에 태어날 수 있게 구제하는 장면을 화폭에 담았다.

(사)사찰문화재보존연구소장이자 중견불화 작가인 이수예 작가와 6명의 연구원이 함께 작업한 장곡사 감로도는 상ㆍ중ㆍ하 3단의 구조로 그려졌다. 상단은 불보살의 세계, 중단은 천도재를 지내는 제단과 법회 장면, 하단은 윤회를 반복해야하는 아귀와 고혼(孤魂)ㆍ중생들의 현실 세계를 표현했다.

현실의 시대상을 담은 감로도가 간혹 화제가 되기는 했지만 온 국민의 가슴에 큰 상처가로 자리한 세월호가 감로도에 그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이 3년 만에 인양된 세월호와 미수습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슬픔이 어느 때 보다 큰 상황에서 그려진 장곡사 감로도가 법당에 모셔진 것은 우연이라고 하기엔 예사롭지 않다.

감로도 구조성의 도감을 맡은 이수예 작가는 “최근에 벌어진 대재난과 사회적 문제 등을 다루어 이와 같은 안타까운 사건들이 재발하지 않기를 애도하는 마음으로 그렸다.”며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는 시대의 뒤쪽으로 사라지겠지만, 미래를 살아갈 이들은 아픈 역사를 잊지 말고 꼭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말했다.

한편 감로도는 먼저 간 영가들의 극락왕생을 축원하고 살아남은 이들에겐 부처님의 가르침을 그림에 담아 청청한 삶을 살라는 일종의 ‘인생교본’이다. 한 폭의 불화에 다양한 장면을 묘사해 마치 비디오로 영상을 보듯 중생의 삶을 반추해 볼 수 있다.

장곡사 下대웅전 감로도 내용

상단 부처의 세계에는 칠여래를 중심으로 좌측에 인로왕보살, 우측에는 협시를 거느린 아미타불이 구름에 둘러싸인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칠여래는 중생들에게 감로(甘露)를 맛을 보고 극락세계에 왕생할 수 있도록 가피를 베푸는 부처님들이다. 고통에 헤매는 중생들이 해탈에 이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중단은 태어나고 죽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齋)를 올리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재단을 향해 양쪽에 작법승중과 성문들 그리고 선왕선후가 위치하고 있고, 상복을 입은 인물들이 배례를 하고 있다.

하단에는 배고픈 아귀들이 강물을 마시거나 빈그릇을 입에 대고 있고 하늘을 향해 손을 뻗으며 구제를 기원하는 모습을 그렸다. 윤회의 세상이 그려진 하단부에는 중생들의 각양각색 생활상이 표현되고 있는데, 현대인의 생활상을 밑바탕으로 한 각종 재난ㆍ사회적 문제ㆍ일상의 모습을 담았다.

최근 세월호 참사와 촛불집회, 소녀상설치, 5.18 민주화운동,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사건 등의 대형 재난 뿐 아니라, 학교폭력, 범죄, 병실, 길거리 싸움 등의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어리석은 중생들의 고통들을 현대적으로 시대상에 비추어 표현하고 있다.

작업을 하고 있는 이수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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