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월간금강 연재
아시따의 예언싯다르타이야기 263호
  • 글ㆍ김미정 동화작가/그림ㆍ김환진
  • 승인 2017.03.28 16:46
  • 댓글 0

다울라기리 산 꼭대기에 태양이 떠오르자 왕자의 몸이 황금빛으로 반짝였어요. 천인들이 기뻐하며 감탄의 말을 쏟아내었지요.

“저 빛나는 몸을 좀 보세요. 얼마나 아름다운가요.”

“우렁찬 목소리는 사자처럼 튼튼한 턱에서 나온 거지요.”

“오호! 정수리에 상투처럼 솟은 살이야말로 왕이 되실 증거 아니겠습니까.”

룸비니 동산은 웃음소리로 가득 찼어요. 그렇지만 참이와 꽁이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죠.

참이가 말했어요.

“하늘 위와 하늘 아래에서 나 혼자 높고 귀하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 왕자님만 귀하고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는 건가?”

머리를 긁적이던 꽁이가 말했어요.

“왜 세상이 괴롭다는 거지? 그렇다고 왕자님이 어떻게 세상을 편하게 해?”

참이와 꽁이가 답답해하자 맹이가 기지개를 켜며 말했어요.

“하아암, 모르면 물어보면 되잖아.”

참이가 무릎을 탁 쳤지요. 그러고는 무지개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려는 천인들을 쫓아가 붙잡았어요. 참이가 공손하게 인사하자 꽁이와 맹이도 꾸벅 인사했어요.

천인들이 반기며 말했어요.

“옳거니, 쏙닥거리며 시끄럽게 돌아다니던 동자들이구나. 그동안 보이지 않더니 무슨 일로 그러느냐?”

꽁이가 입을 삐죽 내밀자 참이가 꽁이 옆구리를 툭 치고는 상냥하게 말했어요.

“왕자님이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분홍색 날개옷을 입은 천인이 미소 지으며 대답해주었죠.

“앞으로 하실 일을 말씀하신 게지. 왕자님은 세상의 이치를 알려주시려고 인간 세상에 내려오신 거란다. 궁금하면 계속 왕자님 곁을 지켜 보거라. 어떻게 알려주실지 궁금하지 않으냐?”

어깨를 으쓱거리며 꽁이가 말했어요.

“난 왕자님처럼 귀하지도 않고, 세상 이야기에는 관심 없어요. 또 따라 다니면 피곤하기만 할 텐데, 싫어요.”

천인이 꽁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어요.

“왜 네가 귀하지 않다고 생각하느냐?”

참이와 꽁이는 대답 없이 고개만 갸웃거렸어요. 그러다 참이가 말했지요.

“우리도 귀해요. 부모님들이 자식들한테 ‘귀한 내 새끼’ 하시잖아요.”

그때 가만히 듣고 있던 맹이가 불쑥 말했어요.

“난 무조건 따라갈래요. 왕자님 따라다니면 배고프지는 않겠죠?”

참이와 꽁이가 푸하하 웃었답니다. 천인들은 빙그레 웃으며 무지개를 타고 올라갔어요.

숫도다나왕이 룸비니 동산으로 달려왔어요. 샤카족과 꼴리야족의 장로들도 찾아왔지요. 마야왕비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왕자를 안고 있었지요.

“오오! 왕비, 왕자에게서 빛이 나는구려! 가장 멋진 이름을 지을 것이오.”

왕은 여덟 명의 바라문을 불렀어요.

“왕자의 운명을 살펴봐 주시오.”

왕자를 두 손으로 받아 들고 살펴보던 바라문들이 놀라워하며 말했어요.

“오오! 32가지 대장부의 모습을 모두 갖추었으니 분명 전륜성왕이 되실 것입니다.”

왕은 기뻐 소리쳤어요.

“내 아들을 세계를 다스릴 왕, 싯다르타라고 하리라. 4월 8일 태자의 생일에는 굶는 백성이 없게 하라.”

카필라 성과 꼴리야 성에 흥겨운 잔치가 열렸어요. 전륜성왕이 태어났다는 소식이 히말라야 산속 깊은 곳까지 전해졌나 봐요. 수행자들의 가장 큰 스승인 아시따가 찾아왔답니다. 검은 피부의 상투를 튼 아시따의 앙상한 몸이 오랫동안 수행해 온 선인 같았지요.

아시따가 얼음처럼 맑은 눈으로 왕에게 말했어요.

“최고의 지혜와 덕을 갖추신 분이 룸비니 동산에서 태어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감히 뵙기를 청합니다.”

“아마 잠이 들었을 것이오. 잠시 기다려주시오.”

“왕자님은 오랜 세월 잠을 자지 않으신 분입니다. 항상 깨어 있을 것입니다.”

아시따의 말대로 붉은 비단에 쌓인 왕자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무언가를 깊게 생각하는 듯 했어요. 왕자를 찬찬히 살펴보던 아시따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어요.

왕이 놀라 물었지요.

“왜 그러시오. 왕자의 운명에 안 좋은 것이라도 있소?”

아시따는 왕자의 두 발에 입을 맞추고 말했어요.

“당치 않습니다. 왕자님은 창과 칼을 들지 않고도 세계를 다스릴 왕이 되실 것입니다.”

“아니, 창과 칼 없이 어떻게 세계를 다스린단 말이오?”

“쉼 없이 굴러가는 수레바퀴처럼 온 세상 사람들에게 진리를 알려주실 분입니다. 발바닥에 새겨진 수레바퀴 문양이 그 증표입지요.”

아시따의 기뻐하는 얼굴을 보면서 왕은 한숨을 쉬었어요.

‘왕이란 부러지지 않는 활처럼 힘이 있어야 되거늘, 진리의 수레를 굴린다니! 나는 원치 않는다. 어떤 나라도 넘보지 못할 강한 나라의 왕으로 키울 것이다.’

아시따와 왕을 지켜보던 참이가 속삭였어요.

“맞아, 왕자님 발바닥에 수레바퀴 무늬가 있었어. 너희도 봤지?”

맹이가 말했어요.

“응, 본 것 같아. 그런데 전륜성왕이 뭐야?”

꽁이가 대답했지요.

“바른 정치를 하는 왕인가?”

참이가 말했어요.

“이제야 알겠어. 진리의 수레를 굴려서 세상을 편안하게 할 거라는 말이었어.”

그때 갑자기 울음소리가 들려왔어요.

“큰일 났습니다. 왕비께서... 흑흑!”

왕자가 태어난 지 칠 일째 되는 날이었지요. 룸비니 동산의 웃음과 노랫소리는 울음소리로 바뀌어버렸답니다. 불행히도 마야왕비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에요. 왕은 해맑게 웃고 있는 왕자를 보며 울부짖었어요.

“매정한 사람, 이 어린 것을 놓아두고 어찌 떠났는가!”

카필라 성으로 돌아가는 샤카족의 행렬은 무겁고, 길은 길기만 했지요.

참이와 꽁이, 맹이가 탄 마음 비행기는 아주 낮게 떠 행렬을 따라갔어요.

“너무 슬프다. 엄마 없이 어떻게 살아가실까?”

글ㆍ김미정 동화작가/그림ㆍ김환진  ggbn@ggbn.co.kr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글ㆍ김미정 동화작가/그림ㆍ김환진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