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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문을 두드리는 큰 울림 법고(法鼓)사찰 구석구석 불교문화재 263호
  • 윤효진/칼럼니스트
  • 승인 2017.03.2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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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고, 조선 19세기.북ㆍ간주ㆍ법구대가 다 남아있으며, 연꽃모양 받침의 간주를 둥글게 만들어 북을 받들도록 하였다. 높이는 140cm로 소형이다<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소리들이 모여서 하나의 음악을 형성하고 그 음악이 분위기와 만날 때 사람들은 감동을 받는다.
특히 시끄럽고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서 사찰로 들어가면 평상시에 듣지 못하는 소리가 묘한 울림을 주는데 고요하고 차가운 공기를 뚫고 둥둥 울리는 북 소리는 마치 내 심장이 열정적으로 요동치는 듯 느껴지게 한다.

축생의 영혼 제도하는 두드림

법고대, 조선 19세기.경직되고 움직임이 없는 다리와 꼬리의 표현이 앞서 보여준 법고의 해태와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법고(法鼓)는 홍고(弘鼓)라고도 하며, 아침·저녁 예불시간을 알리거나 불교의식을 거행할 때 사용하는 북[鼓]을 말한다.

법고는 북을 두드려[鼓] 불법(佛法)을 전하는 불구(佛具)로, 날짐승들을 위한 운판(雲版), 물짐승들을 위한 목어(木魚), 그리고 인간을 위한 범종(梵鐘)과 함께 사찰이 지닌 사물(四物)의 하나이다.

북은 축생(畜生, 짐승)들을 제도하기 위해 치는 것으로,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북을 울리면 모든 짐승들의 영혼이 제도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 모든 소리들은 특정 집단을 위한 소리라기보다는 우리를 깨워 경책하고 수행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부처님의 음성일 것이다.

법고는 잘 건조된 나무로 북의 몸통을 만들고 북통 양쪽 중 좌측에 숫소, 우측에 암소 가죽을 메워 북통과 밀착되게 한 후 못을 박아 고정시키고 북통에 단청을 한 후 주석 고리를 달면 완성된다.

북의 가죽을 씌우는 일은 제작과정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북을 메운다’라고 한다. 기름을 뺀 소의 가죽을 사용하는 것은 질기고 탄력이 좋기 때문이며, 좌우측에 다른 가죽을 쓰는 것은 음양의 조화를 나타냄과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은 소리, 조화의 소리를 의미하며 기술적으로는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한 것이다.

법고를 장엄하는 삼태극과 용 문양

큰 것은 2m부터 작은 것은 30cm 내외의 작은 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큰북은 주로 아침·저녁 예불에 사용하고, 소북은 염불 의식 때 주로 사용한다. 북을 두드리는 부분에는 만(卍)자를 태극모양으로 둥글게 그리거나 가죽 중앙에 삼태극 문양을 그리기도 한다.

삼태극(三太極)은 삼파문(三巴紋)이라고도 하며 사찰이나 향교, 서원 등에서도 자주 볼 수 있고, 사찰에서 사용하는 쇠북인 금고에서도 볼 수 있는 친숙한 문양이다. 삼태극은 천(天)·지(地)·인(人)으로 하늘·땅·사람의 공간적인 개념을 나타내고, 청색·적색·황색은 하늘의 창조성·땅의 변화성·인간의 주재성을 나타내며, 회전하는 삼태극의 모양은 움직임을 나타내는 시간적인 개념이다. 불법을 전하는 소리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존재라는 것을 나타낸 것이 아닐까 싶다.

법고의 몸체 부분에는 보통 용을 단독으로 그리거나 구름과 함께 그리는데 중국 지리서 <산해경(山海經)>에 기룡(夔龍)의 이야기가 나온다. 기룡은 절도와 위상을 갖춘 용의 우두머리로 일컬어지며, 더러운 곳에서 노닐지 않고 더러운 샘물은 마시지 않는데, 기룡의 가죽으로 법고를 만들면 500리까지 퍼져 간다고 한다. 법고의 용은 기룡을 나타내고 그 소리가 멀리 퍼져나가기를 기원한 것이다.

북·간주·대좌로 이루어진 법고

법고대, 일제강점기 20세기 초.북은 남아있지 않고 법고대만 남아있다. 19세기에 제작된 해태 법고대와 달리 해학적인 해태의 표정이 익살스럽다.<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법고는 소리를 내는 북과 대좌위에 법고를 올려놓도록 마련해 놓는 장치인 기둥 간주(竿柱), 법고를 받치는 대좌인 법고대로 이루어져 있다. 법고대는 주로 사자·해태·거북·연꽃 등의 형상으로 조각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단순한 사각형 틀을 짜서 그 위에 올려놓기도 한다. 귀부형(龜趺形)은 장수를 의미하고, 산예형(狻猊形)은 상상의 동물로 사자처럼 무섭게 분발하며 자기만 아는 아상을 항복케 한다는 뜻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법고는 북, 간주, 법고대가 온전히 남아있는 형태로 나무의 질감과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아름다운 법고이다. 이 조선시대 말기의 법고는 해태형으로 표정과 다리, 꼬리의 표현에서 역동감이 느껴지기보다는 단순하게 표현돼 있다.

3단으로 된 간주의 상단은 연잎모양으로 만들어져 안정적으로 북을 받치고 있으며, 그 아래 중단은 작은 북 모양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둘레에 소박한 칠보문(七寶文) 6개를 연결하여 문양을 새겨 넣었다. 이 해태형 법고대는 채색은 모두 떨어져 나가고 얼굴 일부분에만 적색과 녹색이 남아 있으며 꼬리에는 당초문이 새겨져 있다.

이 밖에도 불국사 범영루의 법고는 간주가 없는 거북이 형태로 육각형의 문양이 뚜렷한 등 정상부분에 법고를 고정하는 시설을 설치하여 올려놓았다. 여수 흥국사 법고도 간주가 손실된 상태이다.

경전 속에 나타난 북의 의미

경전에는 북에 대한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경전의 내용을 살펴보면 왜 법고를 두 개의 북채로 마음 심(心)자를 그리면서 두드리는지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단순한 북이 아닌 법고의 의미를 알 수 있다.

<대법고경(大法鼓經)>에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내가 열반에 들고 40년이 지난 뒤에 마땅히 지금 들은 설법을 잘 보호하고 지켜서 불법을 알리는 큰 법고를 치고, 불법을 전하는 큰 고동을 불며, 큰 법회를 베풀어 불법의 진수를 세상에 전해야 한다.” 라고 하셨다. 그래서인지 불화 중 신중도(神衆圖)에는 대금·피리·비파 등 다양한 악기와 함께 북을 두드리는 신중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법화경> ‘서품(序品)’에 “번뇌와 망상, 집착과 오욕의 마군(魔軍)을 쳐부수고자 설법(說法)의 대군을 몰고 나갈 때 북을 친다.”는 경구가 있다. 법고의 소리로 불법을 전하고 법을 깨우치고 마음의 소리를 깨치라는 뜻을 전하고 있다.

<금광명최승왕경(金光明最勝王經)> 제5권에는 “법고소리가 나무에 의지하고, 가죽에 의지하여 소리가 나지만 법고소리는 과거에도 공(空)이고 지금도 공이다. 왜냐하면 이 법고소리는 나무로부터 나오는 것도 아니고, 가죽과 북채로부터 나오는 것도 아니며, 삼세(三世)에서 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니, 이것은 곧 나지 않는 것이다.” 라고 나와 있다. 즉 법고의 소리는 불교 최상의 가치인 ‘공(空)’을 함축하고 있으며 나무도 가죽도 북채도 삼세도 아닌 곳에서 소리가 나지만 나지 않는 신비한 이 소리를 통해 중생들의 고통과 번뇌를 벗어나게 해주고 두려움을 없애주는 것이다.

목조 해치고대 및 홍고, 조선 17~18세기.엎드린 해태와 간주 중간 지점에 소형의 해태 한 쌍이 조각되어 있다. 간주 상부에는 넓은 연잎이 법고를 받치고 있다.<사진제공=통도사성보박물관>

윤효진/칼럼니스트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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