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전령사 오셨네(263호)

순천 금둔사 매화.

눈을 뚫고 피는 매화처럼

겨울을 넘어 이제 봄입니다. 황벽희운 선사는 “차가움이 한 번 뼈 속 깊이 사무치지 않으면, 코를 찌르는 매화향기를 어찌 얻을 수 있으리오.[不是一番寒徹骨 爭得梅花撲鼻香]”라고 읊으셨습니다. 지난 겨울, 사회·경제·정치계에도 차디찬 칼바람이 매섭게 불어 우리들의 뼈 속 깊이 사무쳤습니다. 이제는 눈을 뚫고 피는 매화처럼, 절망을 거름 삼아 희망의 싹이 움터나길 소망합니다. 순천 금둔사에 활짝 핀 청매화처럼 말입니다.

 

강진 무위사 동백. ⓒ김성철

관음의 미소 머금은 동백

수백 년을 살아 온 동백나무에 핀 짙붉은 꽃 한 송이가 탐스럽습니다. 고려 천태종의 원묘국사 요세 스님은 전각을 화재로부터 보호하고자 동백나무를 심었습니다. 그 덕에 봄이면 상춘객이 산사로 봄맞이를 옵니다. 남도 월출산 자락에도 햇살 머금은 붉은 동백이 얼굴을 내밀었네요. 천 년 고찰 강진 무위사에 핀 한 송이 동백에 스님도, 재가자도 설레기는 마찬가지겠지요. 그윽한 동백 향기에 실린 관음보살의 미소가 마음에도 봄을 피웁니다.

 

재스민으로도 불리는 말리화.

말리화, 부처님 하얀 치아를 닮았네

석가모니 부처님의 하얀 치아를 묘사할 때 인용된 식물이 ‘재스민’, 바로 ‘말리화’입니다. 동남아 국가를 방문하면 사찰은 물론 공항이나 숙소에서 화환을 만들어 목에 걸어주는 꽃이지요. 늦은 봄 피는 이 꽃의 꽃말 중 하나는 ‘행복’입니다. 새 봄, 이 말리화 꽃잎에 깃들어있는 진한 행복의 향기가 독자님들의 가정에 가득 퍼져나가길 기원합니다.

 

북한산 심곡암 목련. ⓒ전제우

화려하게 피었다가 조촐하게 지는 목련

목련은 단아하면서도 화려한 빛깔의 꽃을 피웁니다. 불가(佛家)에서는 목련을 ‘나무에 핀 연꽃[木蓮花]’이라 부릅니다. 이 목련화는 나무에도 피고, 사찰 전각의 문(門)에도 핍니다. 중국 당나라 때 시불(詩佛) 왕유(王維)는 선시(禪詩) ‘신이오(辛夷塢)’에서 ‘나무 끝의 부용[연꽃]/ 산 속에 붉은 꽃 피었구나 / 개울가 빈집은 한적해 인적이 없고 / 어지러이 피었다가 지는구나’라고 읊조렸습니다. 화려하게 피었다가 조촐하게 지는 목련의 운명이, 인간사와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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