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가이드 263호

‘도롱뇽 소송’ 지율 스님의 농사일지
<지율스님의 산막일지>
지율 스님/사계절출판사/15,800원

이 책은 ‘천성산 지킴이’, ‘도롱뇽 소송’으로 잘 알려진 지율 스님이 경북 영덕 칠보산 기슭의 산막에서 쓴 농사일지이자, 열 가구가 모여 사는 오지마을 어르신들이 평생 땅을 일구며 살아온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지율 스님은 천성산을 살리기 위해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총 5차례에 걸쳐 단식을 강행했다. 이후 경북 영덕 칠보산 기슭의 마을에 들어갔다. ‘양지 마을’, ‘구릉 마을’, ‘황토목’으로 불리는 이 마을은 열 가구가 수십 년째 늘 같은 모습으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작은 마을이다. 한동안 마을을 기웃거리던 외부인으로 지내야했던 스님은 문 앞에 슬그머니 음식을 놓고, 고장 난 낡은 집을 손봐주고, 어설픈 텃밭 농사를 거들어주는 마을 어르신들의 무심한 듯 다정한 보살핌 속에서 점차 ‘마을 사람’이 되어 간다.

생명을 파괴하는 자본과 권력에 맞선 오랜 기간의 단식을 끝내고,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는 몸으로 마을에 들어온 지율 스님은 심고, 가꾸고, 수확하고, 나누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기록하며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올 수 있었다. 초봄 땅이 풀린 후 절기에 따라 진행되는 소농들의 소박한 농사 이야기를 통해 농사꾼의 한해살이를 찬찬히 엿볼 수 있다.

책에는 칠순, 팔순을 넘긴 어르신들이 옛 방식 그대로 농사를 지으며 한 해를 보내는 모습이 담겨 있다. 스님은 관찰자이자 참여자로서 어르신들의 농사일지를 대신 써내려간다. 한 해 농사를 시작하기 전, 마을 주민들이 모두 모여 동제를 지내고, 분뇨를 모아 거름을 만들고, 소를 몰아 밭을 가는 식의 전통 농경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귀한 풍경이다. 스님은 그 사소한 일상 하나를 꼼꼼히 수집하듯 기록했다.

아울러 35년 동안 마을 살림살이를 수첩에 적어온 이장님, 늘 막대사탕을 물고 다니며 사탕이 입안에서 녹는 시간으로 거리를 계산하는 나무 할배, 이야기 중에 늘 ‘대한민국’을 끼워 넣는 옥이 할아버지 등 짧은 글 안에 그 사람의 삶이 드러나도록 한 사람 한 사람을 성심껏 묘사했다.

지율 스님은 글머리에 “이 일지는 닷새에 한 번 버스가 들어오던 오지마을의 이야기며, 소농들의 농사일지”라며 “표현이 어눌하고 매끄럽지는 않지만 산비탈에 엎드려 땅을 일구고 살아가는 분들의 소박한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고,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에게는 고향 소식으로 전해지면 좋겠고, 고향으로 발걸음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성산 습지 훼손을 계기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지율 스님은 41만여 명이 참여한 도롱뇽 소송의 원고 대리인으로 활동했다. 4대강 공사 착공 이후 산에서 내려와 30여 회에 걸쳐 도보와 자전거로 낙동강을 답사한 후 상류 지천인 내성천 영주댐 수몰지구에서 텐트 생활을 하며 〈모래가 흐르는 강〉, 〈물위에 쓰는 편지〉 등의 강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현재 내성천 친구들과 영주댐 철거 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강의 범람원((氾濫原)을 만들자는 취지로 ‘한 평 사기 운동’을 전개했고, 4대강 기록관 건립과 웹사이트 운영 등을 통해 환경문제의 터전 만들기에 노력해 오고 있다.

천태 지의 삼종지관 체계화
<천태지관>
최기표/도피안사/15,000원

불교에서 수행은 끊임없이 외부로 향하는 마음을 내면으로 돌려 집중하는 것이다. 우리가 수행을 통해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행복의 조건이 외부에 있지 않고, 내면에 있기 때문이다. 수행하는 사람은 주어진 환경, 선천적 체질, 익숙해진 습관 등을 자신의 의지로 개선할 수 있는데 이런 점에서 수행을 통해 ‘운명’을 바꾼다고도 말할 수 있다.

‘천태지관의 체계적 이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천태 지의대사의 여러 저서를 통해 ‘삼종지관(三種止觀 ; 점차지관·부정지관·원돈지관)’을 중심에 두고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지관수행(止觀修行)을 사례를 들어가며 쉽게 풀어냈다.

책의 서술은 〈마하지관〉ㆍ〈차제선문〉ㆍ〈천태소지관〉ㆍ〈육묘법문〉 등 천태 지의대사의 논서를 중심에 두고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지관수행의 방법 △지관수행론이 필요한 이유 △선정과 지관, 명상의 차이점 △지관수행에 필요한 심신의 요소들 △삼매의 단계 △오정심관 △부정지관 △원돈지관 △수행 중 나타나는 현상과 대처법 △현대 사회에서 천태지관 수행론이 갖는 의미를 밝히고 있다.

수행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불교수행의 깊이와 무게를 느낄 수 있고, 수행을 해본 불자라면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이 책의 내용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일부이지만 지관 수행과 현재 한국에서 행해지고 있는 다른 수행법들을 연결해 설명한 점도 눈길을 끈다.

저자는 금강대학교 불교문화학부 교수다. 1984년 숭실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동양철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다시 동국대 대학원에서 불교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역주서로 〈역주 차제선문〉·〈천태사교의〉, 번역서로 〈천태대사의 생애〉(공역), 저서로 〈금강경·반야심경 읽기〉가 있다.

中 강남 문화와 한국불교 잇는 기행문
<중국 속의 중국>
김성문/서교출판사/17,000원

중국 문화의 본류는 강남이다. 고대 중국 문학과 미술을 비롯해 현대 중국 예술의 대부분은 강남에서 비롯됐다. 강남은 양쯔강 유역의 상해ㆍ남경ㆍ항주ㆍ소주ㆍ영파ㆍ양주ㆍ소흥 등의 지역을 일컫는다. ‘강남’을 알면 중국의 본류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2017년은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은 지 25주년이 되는 해다. 이에 발맞춰 중국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중국의 역사ㆍ문화ㆍ예술을 다각도에서 이해하고 분석한 역사ㆍ문화 기행문이자 비평서가 출간됐다.

이 책은 춘추전국시대 말기 공자 때부터 상해가 현대 중국 경제를 선도하는 문화적 기반이 되기까지의 긴 역사를 모두 아우른다. 일목요연한 대서사시 안에는 초패왕 항우와 우희의 사랑, 서시의 경국지색, 이태백과 두보의 시심과 오파ㆍ절파의 그림 이야기 등 학문과 역사와 예술이 응축돼 있다.

특히 중국 역사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한반도의 불교와 신라ㆍ백제ㆍ고려ㆍ조선의 역사가 큰 지류를 이루고 있다. 책에는 △의상과 혜초 △등신불이 된 신라 왕자 김교각 △천태산과 고려 왕자 의천 △불긍거관음(중국 4대 불교성지와 신라인, 뮤지컬과 영화와 보타산 불긍거관음, 보타산 불긍거관음과 심청) △일본에서 신이 된 장보고 △〈표해록〉의 조선 문신 최부 △강남의 신라 천재 최치원 △가락국 허왕후의 뱃길 △동양 제1인물 장보고 △심청이 이곳으로 시집 왔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등 한국불교와 인물, 역사에 대한 내용이 실렸다.

KBS와 MBC라디오에서 다큐드라마 작가로 활동하던 저자는 돌연 중국 강남으로 터전을 옮겼다. 이후 12년 간 강남 전 지역을 취재해 고대 중국의 바다 관문에 관한 이야기, 바닷길에 얽힌 한ㆍ중ㆍ일 3국의 고대사 등 서사적 스토리를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이고 있다.

‘니카야’로 읽는 부처님 일생
<붓다의 삶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
나카무라 하지메·타나베 쇼우지 저
이미령 옮김/솔바람/15,000원

나카무라 하지메(1912~1999)는 인도불교에 관한한 세계적인 석학이다. 그는 생전에 NHK-TV를 비롯해 여러 텔레비전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초기 인도불교를 주제로 강연했고, 다수의 책을 출간했다. 이 책도 그 중 하나다.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12회에 걸쳐 붓다의 가르침을 원시불교의 경전구절을 인용해 질의응답 형식으로 풀어낸 후 수정·보완했던 〈붓다, 그 삶과 사상〉의 개정판이다. 14년 전 번역했던 역자가 잘못 옮긴 내용을 바로잡아 새로 출간했다.

역자의 말마따나 ‘황금불상의 풍만한 부처님이 아닌, 인도 그 더운 땅을 하루도 쉬지 않고 자박자박 걸어 다닌, 딱 당신과 나와 조금도 다르지 않을 부처님’에 대한 이야기다. 개정판 작업을 시작하며 초판 번역 당시 교만으로 똘똘 뭉쳐져 있었음을 ‘송구스러움’이란 말로 반성한 역자는 초판 번역 후 강의를 다닐 때 나름의 관점으로 풀어냈다고 생각했던 많은 부분들이 나카무라 하지메 박사의 관점과 견해였음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역자의 말’을 통해 털어놓았다.

원로학자가 방송에서 강의를 한 만큼 어려운 말보다는 쉬운 언어를 사용했고, 불교를 잘 모르는 이들도 이해가 쉽도록 부처님의 말씀을 마음의 내면으로부터 설명한 게 특징이다. 총 12장 69개의 주제로 구성된 책은 부처님의 일생을 설명하면서 가장 이른 시기에 성립한 경을 매 주제마다 인용하고 있다. 출처는 팔리 5부 니까야 중 〈쿳다카 니카야〉(소부경전)이다. 〈숫타니파타〉, 〈법구경〉, 〈본생경〉도 이 니카야에 포함된다.

나카무라 하지메는 1936년 도쿄대학교 문학부 인도철학범문학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로 재직했다. 하버드대학교와 스탠퍼드대학교의 객원교수를 역임했고, 은퇴 후인 1970년 재단법인 동방연구회를 설립해 원장을 맡아 오랫동안 후학을 양성했다. 학사원 은사상과 문화훈장을 받았다. 한국관계학을 처음으로 개강하고, 여러 대학에 관련 학과를 개설하게 하는 등 한·일불교학 교류에도 큰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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