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륵신앙의 역사와 정신
이봉춘 천태불교문화연구원장

역사의 계승과 창조적 발전이라는 과제를 전제로 한국 미륵신앙에서 이어받고자 하는 정신을 창의성과 주체성 두 가지 측면에서 간략히 검토한다.

그 구체적 사실의 하나로는 먼저 신라 진흥왕의 불교적 통치이념과 그 실천을 예로 삼을 수 있다. 화랑도의 창설, 신라 청소년 국선(國仙)의 화작(化作)과 예경, 미륵정토의 이상을 구현하고자 한 진흥왕의 전륜성왕적 면모 등은 창의적이고 주체적인 신앙 정신의 궁극을 보여준다. 꿈결 같은 미륵정토를 축소된 형태로나마 신라의 현실 속에 이룩하고자 한 진흥왕의 통치와 그 이념은 오늘의 불교인들에게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또 다른 하나의 예로는 진표율사의 점찰법회를 통한 참회불교운동이다. 업과 윤회의 교리적 이해, 십선계 등 각종 계법의 수지를 통한 불교윤리의 실천, 신앙인으로서의 철저한 자기반성, 참회불교운동의 사회적 의의 등이 그러하다. 우리 시대의 또 다른 창의성과 주체적 미륵신앙이 대광사 도량에서도 피어나기를 염원한다.

대광사 3층 미륵보전의 건축 특징과 가치
김동욱 경기대 명예교수

불교가 동아시아에 전파된 이래로 무수히 많은 건축물들이 세워지고 장엄한 부처의 세계를 구현해 내는 일들이 이어졌다.

그 중에도 지붕을 다층으로 겹쳐 세우거나 실내 공간을 여러 층으로 꾸미는 층각건물은 동아시아 건축이 이룩한 돋보이는 성과로 손꼽는다.

조선시대의 다층 건물은 고주를 세우고 툇보로 바깥 기둥과 연결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방식은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통용되던 방식이었다.

이와 달리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이 귀고주였다. 귀고주는 상하층을 관통하면서 상층 모서리의 무게가 지면에 전달되도록 하는 안정적인 방식으로 궁궐건물이나 도성의 성문에 채택된 고급 기술이었다.

대광사 미륵보전은 고주와 툇보를 쓰는 조선시대 3층 불전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귀고주를 채택하여 궁궐건축의 고급 기술을 도입했다. 그 건축 형태와 실내 장엄은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건축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데 조금도 손색이 없다.

대광사 미륵대불 조성과 그 신앙
이기선 불교조형연구소장

바미얀에서 시작된 대불 조성은 비단길을 따라 점점 동진(東進)하게 된다. 쿠차·호탄·돈황·천제산·병령사·맥적산을 지나 낙양의 용문(龍門)석굴에도 조성됐다.

이러한 중국의 대불 조성은 한국과 일본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최근에도 대불조성이 한창이다.

대광사 미륵대불은 불모(佛母) 김문섭(金文燮)이 조성했다. 청동으로 주조한 후 그 표면에 금박과 금분을 입힌 금동상으로 앉은 모습을 형상화 하였다.

손가짐[手印]은 오른손은 시무외(施無畏)인처럼 손바닥을 앞쪽으로 펴서 가슴 높이로 들어 올리고 있는데 엄지와 중지를 맞대고 있고, 왼손은 왼쪽 무릎 위에 얹어 놓고 있는데 손바닥 위에는 보주(寶珠)가 있다.

좌대는 복련(伏蓮) 위에 앙련(仰蓮)을 얹은 연화좌(蓮華座)이다. 불상의 크기는 좌고 14.3m, 좌대고 1.8m로, 총고 16.1m이다. 재료는 청동 88톤이 소요되었고, 금박 1,500속(束)과 금분 800포(包)가 들어갔다.

중국 미륵신앙의 전개와 천태종
오지연 천태불교문화연구원 상임연구원

중국에서 미륵신앙은 어느 한 종파에 국한되지 않았다. 불자라면 모두 석가모니불에 귀의하듯이 모든 불교 대중들은 석존이 직접 법을 부촉한 당래불인 미륵불을 신앙해온 것이다.

천태종에서 가장 강력한 미륵신앙을 보였던 것은 천태지의의 스승인 남악혜사이다. 그는 말법시대에 대한 투철한 자각과 더불어 〈반야경〉과 〈법화경〉을 금글씨로 하여 미륵불이 오실 때까지 전해지기를 서원하였다. 더구나 현세의 이 몸으로 정법을 수호하며 미륵회상에 함께 할 수 있도록, 수명장수와 신통을 겸하는 수행을 직접 행하기도 하였다.

천태지의는 석성사의 미륵대불상 앞에서 입적하며, 의발을 나누어 미륵불에게 공양하였다.

결론적으로 말하여, 법화와 미륵 그리고 천태종의 접점은 무엇인가. 그것은 후오백세 오탁악세 나아가 먼 미래까지도 석존이 설하신 정법을 수호하고 바르게 전하는 것이다. 그것을 직접 부촉 받은 분이 미륵불이며, 그러한 메시지를 강조하는 것이 〈법화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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