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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탁발, 그 아름다운 나눔
  • 권갑하 시인·문화콘텐츠학 박사
  • 승인 2017.03.28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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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상관없이 공양체험
라오스 대중화된 불교문화
본받아야 할 종교적 관용

라오스 여행의 인기코스 중 하나는 루앙프라방에서 스님들의 탁발 행렬에 공양하는 문화체험이다. 루앙프라방은 1975년 왕정이 폐지될 때까지 국왕이 머물렀던 150여 개의 황금빛 사원이 빛나는 고대도시로 유명하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과 같아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보존되고 있다.

공양 체험을 하기 위해 아내와 이른 새벽 서둘러 사원 근처 장소에 자리를 잡았다. 돗자리와 음식은 가이드가 구입해주었다.

조금 있으니 맨발에 황색 가사를 입은 탁발 행렬이 새벽 여명을 뚫고 끝없이 이어지는 진경이 펼쳐졌다. 스님들은 아침 4시경 일어나 1시간 정도 좌선을 한 뒤 탁발에 나선다고 했다. 공양에 참여한 사람들은 합장하며 음식과 돈, 과일과 과자 등을 경건한 마음으로 스님들에게 조금씩 나누어 공양했다.

공양으로 공덕을 쌓아야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 내세에서 복을 받는다는 믿음이 담긴 불교의식이다. 그런 만큼 위대한 불상의 도시 라오스 사람들에게 공양의식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양이 많지 않아 준비해 간 공양이 금방 동이 났다. 기념사진을 찍고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스님들의 탁발행렬은 계속 이어졌다. 공양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스님들의 탁발 발우도 금세 가득 찼다. 그런데도 행렬에서 이탈하는 스님은 보이지 않았다.

어찌된 일일까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스님들이 비닐봉지를 들고 따라 다니는 아이들에게 탁발한 음식을 다시 나눠주는 것이었다. 공양과 탁발의 진수가 있는 자는 베풀고 얻은 자는 또 다른 이에게 베푸는 아름다운 나눔에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출가수행자는 사유재산을 가지지 않아 누구나 탁발에 나서게 된다. 2500년 전 부처님도 직접 탁발에 나섰다고 한다. 탁발한 음식은 스님의 하루 식량이 되는데, 탁발을 하지 못할 경우엔 굶기도 한다.

그렇기에 탁발한 음식을 다시 중생에게 베푸는 모습은 부처님의 무한하신 자비심을 느끼게 한다. “불심은 자비심이요, 구호중생(救護衆生)이야말로 최상의 길”이라는 부처님의 말씀이 들리는 듯 했다.

나눔은 내 몫을 덜어주는 것이 아니라 잠시 내가 맡았던 그의 몫을 되돌려주는 것임을 공양 체험을 통해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라오스인들은 승려가 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한다. 그래서 짧게는 1주일에서 수개월 동안 견습승〔沙彌〕으로 출가생활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다. 출가에는 돈이 들지 않기 때문에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은 출가하여 교육을 받은 후 다시 환속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하니 불교의 사회적 역할이 큼을 알 수 있었다.

어쨌든 절도나 음주 등을 하지 않는 금욕과 절제의 생활 속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익히게 되는 출가 체험은 비록 짧은 기간이라 할지라도 깨달음을 얻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자도 자신의 종교와 상관없이 공양 체험에 참여할 수 있는 라오스의 대중화된 불교문화가 무척이나 부럽게 느껴졌다. 문득 모든 종교에 관용의 자세를 가졌던 마하트마 간디의 위대한 정신이 오버랩 되어 가슴이 훈훈해졌다.

권갑하 시인·문화콘텐츠학 박사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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