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화를 일구는 사람들 262호

‘만만하다’는 말은 ‘쉽게 다루거나 대할 만하다’ 또는 ‘부족함 없이 넉넉하다’는 의미를 지닌다.카툰과 만화로 부처님 가르침을 표현하는 ‘만만한 뉴스’에는 누구에게나 어렵지 않게, 그리고 풍부하고 넉넉하게 그 가르침을 전해 모든 이를 성불케 하리라는 큰 서원이 담겨있다.
이번 달에는 불교만화의 선구자 인터넷신문 ‘만만한 뉴스’ 팀원들을 만나봤다.

김동범 作 '괜찮다 다 괜찮다'.

‘만만한 뉴스’의 탄생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불교를 이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불교만화’는 어쩌면 그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터넷 매체의 발달로 온라인에서 볼 수 있는 웹툰이 다양해지고, 만화를 즐기는 독자층이 두터워지면서 만화는 이 시대의 새로운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만화는 어린이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선입견은 사라진지 이미 오래. 정보화 시대에 발맞춰 만화는 다채로운 지식을 먹음직스럽게 요리해 생동감 있게 정보를 전달하는 효과적인 매체로 탈바꿈했다. 이제 만화는 모두가 향유하는 문화코드가 된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 발맞춰 불교카툰신문 ‘만만한 뉴스’는 ‘불교’와 ‘선(禪)’이라는 큰 주제 아래 2014년 5월 출범했다. 2600여 년 전 부처님의 가르침을 만화와 카툰(주로 한 컷으로 그려지는 만화를 지칭)을 통해 인터넷 공간에서 선보인 ‘만만한 뉴스’는 낡은 불교 이미지를 젊은 감각으로 표현하며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이들은 작품을 그리며 함께 전시회를 준비하고, 만화학교 템플스테이를 여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같은 해 3월에 열린 불교박람회 만화기획전 ‘만화로 만화(卍話)하다’에 작품을 출품하며 서로를 알게 된 지찬 스님, 배종훈 작가, 양경수 작가와 카투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김동범 작가 네 명이 한 배를 타고 새로운 모험을 시작한 것이다.

‘만만한 뉴스’ 팀원 중 세 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스로 ‘만만 브라더스’라고 부르는 이들은 지금 어떤 활동을 하고 있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더불어 불교만화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만만한 유스' 팀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배종훈 작가, 지찬 스님, 김동범 작가.

소통·나눔의 ‘만만 브라더스’

지찬 스님 “얼마 전 백제 유물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수많은 전시품을 보면서 ‘이곳에 있는 물건들이 처음부터 예술적 가치가 있었을까?’ 하는 질문을 던져보았죠. 만들 때부터 예술적 가치가 있었던 물건도 있겠지만, 사소한 것이라도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른 뒤에 귀중한 유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호기심이 가득한 ‘어라 스님’과 꼭 닮은 지찬 스님이 매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어라 스님’은 지찬 스님의 필명이자 단행본 〈어라, 그런대로 안녕하네(2016)〉의 주인공이다.

‘이 뭣꼬?’의 화두를 담고 있는 ‘어라’라는 이름에는 만화를 그릴 때도 수행자임을 늘 잊지 않겠다는 지찬 스님의 마음이 담겨 있다. 만화 속 ‘어라 스님’의 일상적인 이야기가 ‘평상심이 곧 도[平常心是道]’라는 마조도일 선사의 가르침과 무엇이 다르랴.

캐릭터 ‘어라 스님’은 카카오톡 이모티콘 ‘힘내어라’에서도 만날 수 있다. 지찬 스님은 이모티콘을 출시해 매달 들어오는 비용으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배종훈 작가 “여행을 다녀오거나 작품전시를 하고 나면, 그림 기증이나 작품 판매를 통해 생긴 금액을 얼마간 기부해 왔습니다. 다음 스토리펀딩을 통해 모은 후원금에 제가 작품 활동으로 얻은 수익금을 더해 작년 겨울에는 ‘승가원 장애아동시설’, ‘성북 장애복지관’ 어린이들에게 커다란 인형 100여 개를 선물했습니다.”

인형은 어린이뿐 아니라 후원자들에게도 따스한 마음과 함께 전달됐다. 배종훈 작가는 매번 색다른 아이디어로 여러 차례 후원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훈훈함을 나누고 있다.

그는 현재 중학교 교사로, 여행 작가로서 〈이젠 흔들리지 않아(2016)〉 등 단행본도 출간했다. 대형서점이나 문화센터에서 열리는 배종훈 작가의 여행 드로잉 강연은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도 여행풍경을 그릴 수 있도록 돕고 있어 수강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여행 드로잉은 풍경을 그림으로 옮기며 여행지에서 느꼈던 감정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기록하는 기법이다.

김동범 작가 “태국과 라오스를 여행하며 재미있는 일화를 모은 책이 2월 초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10년 동안 있었던 일을 한 여행의 흐름 속에 넣어 카툰과 글, 사진을 담았습니다.”

조만간 출간될 책은 네팔을 여행한 〈가끔은 길을 잃어도 괜찮아(2010)〉와 비슷한 형식으로 김동범 작가가 직접 쓰고 그린 두 번째 단행본이다.

김동범 작가는 학기 중에는 대학에서 강의하고, 강의가 없을 때는 네팔 등지에서 여행교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네팔 어린이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학교에 크고 깨끗한 칠판을 달아주는 게 그가 이루고 싶은 일 가운데 하나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면 그것이 결국에는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생각합니다. 지은대로 받는다는 인과의 법칙에 따라 좀 더 베풀면서 살아간다면 모두의 삶이 더 풍요로워진다고 믿습니다.”

양경수 작가 양경수 작가는 최근 방송국 출연과 강연회 일정 등으로 본 인터뷰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엄연히 만만한 뉴스 팀원이다. 작년 11월부터 네이버 웹툰 ‘잡다한 컷(Job!多!한!컷!)’을 연재하고 단행본 〈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2016)〉을 출간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의 작품은 고려당에서 출시한 ‘직장인 사이다 빵’에서도 볼 수 있다.

지찬 스님 作 '신불사 벽화'.

불교만화·카툰의 과제

전시회 준비와 템플스테이 만화학교 등 다양한 활동으로 불교만화를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로 뛰어다녔던 ‘만만한 뉴스’는 팀원이 함께 작업하고 계획하는 일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각자의 활동으로 바쁜 탓도 있지만, 열정만으로 예술 활동을 꽃피워나가기에 ‘불교계’라는 무대는 황량한 사막이기 때문이다.

“처음 전시회를 할 때는 동기부여도 되고, 체력이 달려도 힘든 줄 모르고 준비했는데, 현실적인 문제들이 쌓이다 보니 함께 활동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전시회나 강연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 정성을 쏟아 부어야 한다. 그러나 불교계는 보살의 수행덕목인 ‘보시’ 정신을 강조하며 작가들에게 적절한 대가를 주는데 인색하다. 또한 불교계에서 주는 고료는 일반 작품보다 훨씬 더 낮은 금액으로 책정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불교만화 또는 카툰작가들이 오로지 작품에만 매진해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 차가운 현실이다.

만화와 카툰이 불교문화의 한 영역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와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져야만 가능하다고 ‘만만한 뉴스’ 팀은 입을 모았다. 안정적인 수익이 뒷받침되어야만 불교만화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작도 어렵지만 작품 활동을 유지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 ‘만만한 뉴스’ 팀원으로서의 활동은 줄어들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꿋꿋하게 자신의 작품을 그려 나가며 서로의 활동을 응원해주고 있다.

삶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기보다는 공감과 위로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불교카툰신문 ‘만만한 뉴스’. 용기를 내어 시작했다면 더디더라도 언젠가는 목표한 곳에 다다를 수 있지 않을까. 사막에서도 씩씩하게 자라나는 선인장처럼, 차가운 겨울에도 향기롭게 피어나는 한 떨기 매화꽃처럼, ‘만만한 뉴스’가 용감하게 걸어간 길을 따라 언젠가 또 새로운 길이 만들어질 것을 우리는 안다. 척박한 사막 어딘가에 살아남은 씨앗들이 싹을 틔워 푸른 숲이 일구어지고, 매화꽃이 피고 진 다음 온갖 화사한 꽃들이 만발하는 봄이 오는 것처럼. 그들이 2014년에 그랬던 것처럼 단단한 배짱과 모험심으로 무장하고 불교만화계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음을 알리는 힘찬 뱃고동 소리가 다시금 울리기를 간절히 기다려본다.

배종훈 作 '천수천안'.
양경수 作 '꽃미남 만만 브라더스'.
김동범 作 '만만 브라더스' 4인방 캐리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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