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이야기 262호

숲속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왔어요.

“샛별이 뜨는 구나~
흰 코끼리야 등을 내어 놓아라 ~
향기로운 꽃목걸이 만들어 줄 테니~”

참이와 꽁이, 맹이가 소리 나는 곳으로 달려갔더니 피리새들이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 거예요. 꽁이가 손을 뻗자 피리새는 잡힐 듯하다가도 포로롱 날아가 버렸죠. 약이 오른 꽁이는 피리새를 따라 펄쩍펄쩍 뛰어다녔어요. 참이가 말렸지만 꽁이는 못 들은 척 했어요.

“꼭 잡고 말겠어. 새들이 어떻게 노래하는지 궁금하단 말이야.”

맹이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어요.

“나도 잡기 놀이 할래. 와! 재밌다. 우리 도솔천에서 실컷 놀다가자.”

발을 동동거리던 참이가 말했어요.

“우리 이제 마음 비행기 타고 가기는 글렀어.”

꽁이가 참이를 힐끗 쳐다보며 물었어요.

“왜?”

“남 괴롭히고 욕심 부리면 비행기 문이 안 열린단 말이야.”

맹이가 울먹이며 물었어요.

“그럼 어떻게 되는데? 우리 이제 부처님 따라 못 가는 거야?”

꽁이는 그만 시무룩해져 손을 늘어뜨리고 서 있었지요.

꽁이와 맹이가 잡기 놀이를 멈추자 피리새가 다시 날갯짓을 하며 노래를 불렀어요.

“흰 코끼리야 등을 내어 놓아라~
시원한 샘물이 먹고 싶지 않니~
설산에 눈이 녹았단다~”

여섯 개의 상아를 황금으로 치장한 흰 코끼리가 나타났어요. 피리새들이 코끼리 목에 꽃목걸이를 걸어주자 마니주 보석으로 지어진 강당으로 성큼성큼 걸어갔어요. 그러고는 사자좌에 앉아계시는 황금빛 부처님에게로 다가가 등을 내밀고 앉았지요. 부처님이 올라앉자마자 떨어지는 별을 타고 도솔천을 내려갔답니다.

번쩍!

한 가닥 빛줄기가 떨어졌어요. 천인들이 연꽃을 뿌리자 하늘 아래로 꽃비가 내렸어요.

“우리도 빨리 가자!”

참이, 꽁이, 맹이도 마음 비행기를 타고 급하게 흰 코끼리를 따라갔지요. 마음 비행기의 하얀 새털 날개에도 꽃비가 떨어졌어요.

수미산을 지나고 눈 덮인 히말라야 산기슭에 푸른 숲으로 둘러싸인 샤카족의 나라 카필라에 도착했어요. 이른 아침인가 봐요. 숫도다나왕과 마야왕비가 정답게 궁전 뜰을 거닐고 있었어요. 아침 햇살이 아름다운 왕비를 비추고 있었죠.

왕비가 말했어요.

“간밤에 이상한 꿈을 꾸었답니다. 여섯 개의 상아를 가진 흰 코끼리가 제 옆구리로 들어오지 뭡니까.”

깜짝 놀란 왕이 수행자인 바라문들을 불러 꿈 풀이를 하게 했어요.

바라문들이 말했어요.

“왕이시여, 감축드립니다. 왕비께서 세계를 지배하실 왕자님을 가지셨습니다.”

나이 40이 넘도록 아이가 없던 왕과 왕비는 크게 기뻐하였어요. 왕은 네 성문에서 잔치를 열고, 굶주린 이들에게 음식과 의복을 나눠주었지요.

잔치 구경을 하던 꽁이가 말했어요.

“그런데 왕자님은 언제쯤 태어나는 걸까? 지루한 건 싫은데.”

맹이가 하품하며 말했어요.

“배부르니까 졸린다. 난 이 나라가 무척 마음에 들어.”

참이가 시익 웃으며 말했어요.

“왕자님이 태어나시기 전에 미리 왕궁도 둘러보고 마을도 구경해 보자. 재밌을 것 같지 않아?”

참이, 꽁이, 맹이는 카필라 성을 돌아다니며 신나게 놀았어요. 놀 때만은 마음이 척척 맞는 삼총사가 되었지요. 나라는 평화로웠고 비바람도 순조로워 백성들은 태어날 왕자가 분명 축복을 받은 분이라고 여겼어요.

어느덧 아기가 태어날 날이 다가왔어요. 마야왕비는 고향 꼴리야로 떠났답니다. 왕비의 행렬이 지나가면 그 마을 백성들이 나와서 돌을 치우고 꽃길을 만들었어요. 히말라야의 눈 덮인 다울라기리 산이 보이는 룸비니 동산에 다다랐어요. 삼총사들이 탄 마음 비행기도 넘실넘실 구름을 타고 동산에 도착했지요.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왔어요. 풀과 나무들이 온갖 꽃들을 피워 동산은 향기로 가득했어요. 뉘엿뉘엿 해가 저물자 대신들은 포근한 쉼터를 만들어 왕비가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했지요. 동쪽 하늘에서 붉은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이른 아침 촉촉한 풀잎을 밟으며 동산을 거닐던 왕비는 꽃다발처럼 꽃을 피운 아소까 나무 아래에서 걸음을 멈추었어요. 손을 내밀어 부드러운 나뭇가지를 잡는 순간 바람이 왕비의 옷깃을 스치고 지나갔어요. 왕비는 아무런 고통도 없이 선 자리에서 아기를 낳았답니다.

오른쪽 옆구리에서 태어난 아기는 오른손은 하늘을 가리키고, 왼손은 땅을 가리키며 동서남북으로 각각 일곱 걸음씩 걸으면서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지요.

“하늘 위
하늘 아래
오직 나 홀로 존귀하네.
괴로움에 휩싸인 세상을
내가 편안하게 하리라.”

아기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연꽃이 땅에서 솟아올라 발을 받들었어요.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더니 천인들이 내려와 따뜻한 물과 차가운 물을 뿌려 아기를 목욕시켰지요.

신기한 듯 바라보던 참이가 말했어요.

“애들아, 왕자님 발바닥 좀 봐. 수레바퀴 무늬가 그려져 있어.”

눈을 동그랗게 뜬 맹이가 말했어요.

“귀가 무척 큰 것 같아. 팔도 길고 손가락도 길고 발가락도 길어.”

꽁이가 까만 안경을 머리 위로 올리더니 말했어요.

“진짜 신기하다. 통통한 어깨가 꼭 아기 코끼리 같아.”

고개를 갸웃거리던 참이가 문득 물었어요.

“그런데 왕자님이 하신 말이 무슨 뜻일까? 너흰 알아?”

꽁이와 맹이는 눈만 끔벅거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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