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화천태불교사전 262호

법화경십칠명 (法華經十七名)

인도의 세친(世親, Vasubandhu)이 지은 『법화경론(法華經論)』에서 『법화경』의 깊고 부사의한 뜻을 나타내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17가지 명칭을 열거한 것을 말한다. 이러한 명칭들을 통하여 『법화경』의 깊고 미묘한 종지인 일불승(一佛乘)과 제법실상의 도리를 나타내었다. ① 무량의(無量義): 부처님께서 법화실상(法華實相)의 진리를 설하기에 앞서 『무량의경(無量義經)』을 설하였다. 한량없는 뜻[無量義]이 하나의 실상 이치에로 모여 돌아가므로 ‘무량의’라고 한다. ② 최승수다라(最勝修多羅): 『법화경』이 삼장(三藏) 가운데 가장 뛰어나며 미묘함을 뜻한다. ③ 대방광경(大方廣經): 『법화경』에서는 오직 일승(一乘)의 실상(實相)을 설하여, 이치를 갖춤이 크고[大] 바르며[方] 풍부함[廣]을 뜻한다. ④ 교보살법(敎菩薩法): 『법화경』에서는 이미 근기가 성숙하여 법을 받아들일 수 있는 근기 즉, 일체 선근이 성숙된 보살을 위하여 궁극적인 법을 곧바로 설하여 교화한다는 뜻이다. ⑤ 일체제불소호념(一切諸佛所護念): 『법화경』의 일승실상 이치는 부처님이 깨달은 바이므로, 여래는 항상 이 법을 마음에 간직하고 있다가 중생들에게 그것을 설하여 그들이 대승의 법에 머무르면 여래는 곧 그들을 호념(護念)해 주신다는 뜻이다. ⑥ 일체제불비밀법(一切諸佛秘密法): 『법화경』에서는 오직 일승실상만을 설하는데 이 법은 깊고 깊어 오직 부처님만 알 수 있음을 말한다. ⑦ 일체제불지장(一切諸佛之藏): 일승실상의 이치는 여래의 온갖 공덕과 삼매(三昧)를 다 거두지 않음이 없기 때문이다. ⑧ 일체제불비밀처(一切諸佛秘密處): 선근이 아직 성숙되지 않은 중생은 법화 일승의 가르침을 받아들일 근기가 아니므로, 부처님께서 그들에게는 바로 설하지 않기 때문에 ‘비밀처’라고 한다. ⑨ 능생일체제불경(能生一切諸佛經): 이 법문을 들으면 능히 불보리(佛菩提)를 성취할 수 있으니, 삼세의 모든 부처님들이 이로 말미암아 대보리과(大菩提果)를 성취하지 않음이 없기 때문이다. ⑩ 일체제불지도량(一切諸佛之道場): 이 법문을 들으면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함이, 나머지 다른 경전들과 같지 않다. 그러므로 이 경전은 불과(佛果)를 성취하는 도량이 된다는 뜻이다. ⑪ 일체제불소전법륜(一切諸佛所轉法輪): 세상에 나신 모든 부처님들께서 이 법문으로써 일체 중생의 번뇌와 장애를 타파하여 해탈을 얻도록 하지 않음이 없기 때문이다. ⑫ 일체제불견고사리(一切諸佛堅固舍利): 이 경은 모든 부처님의 진여법신(眞如法身)의 사리(舍利)와 같으며, 과거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조금도 변하거나 손상됨이 없으므로 ‘견고하다’고 한다. ⑬ 일체제불대교방편문(一切諸佛大巧方便門): 모든 부처님은 이 법문으로 말미암아 큰 깨달음을 성취하셨고, 다시 넓고 큰 선교방편(善巧方便)으로써 중생들을 위하여 하늘·사람·성문·연각·보살법을 설하여 그들을 부처님의 경계에 깨달아 들어가도록 하기 때문이다. ⑭ 설일승보전(說一乘寶典): 이 경은 부처님이 깨달으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궁극적 본체를 드러내 보이니, 성문이나 연각 등이 증득할 수 있는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⑮ 제일의주(第一義住): 이 법문은 여래의 법신(法身)이 궁극에 머무르는 곳이기 때문이다. ⑯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이 경에서는 묘법을 연화(蓮華)에 비유하였다. 미묘한 가르침[妙法] 가운데 방편[權]과 진실[實]이 다름없음이 마치 연화에서 꽃[華]과 열매[果]가 동시에 있음과 같다고 하기 때문이다. ⑰최상법문(最上法門): 이 경에는 일체의 한량없는 글자와 문구로 설명된 법의 뜻을 모두 포괄하여, 여러 경전에 설해진 가장 수승하고 최상의 진리를 거두지 않음이 없기 때문이다.

천태구조전 (天台九祖傳)

전체 1권. 남송(南宋)의 사문 사형(士衡)이 편찬하였으며, 『대정신수대장경』제51책에 수록되어 있다. 천태종 9대조사들의 전기를 기술한 책이다. 아홉 조사들은 다음과 같다. 고조(高祖)는 인도의 용수(龍樹), 제2조는 북제 혜문(北齊慧文). 제3조는 남악 혜사(南嶽慧思), 제4조는 천태 지자(天台智者), 제5조는 장안 관정(章安灌頂), 제6조는 법화 지위(法華智威), 제7조는 천궁 혜위(天宮慧威), 제8조는 좌계 현랑(左溪玄朗), 제9조는 형계 담연(荊溪湛然)이다. 용수보살은 비록 인도 출신이지만, 북제 혜문이 『중론』에 의거하여 일심삼관의 묘지(妙旨)를 깨달음으로써 제1조인 고조(高祖)로 받들고 있다.

일대사인연 (一大事因緣)

부처님이 세간에 출현하신 오직 한 가지 크나큰 목적을 뜻한다. 『법화경』「방편품」에 “모든 부처님은 중생으로 하여금 불지견(佛知見)을 열어[開] 청정하게 하고자 세상에 출현하시고, 중생에게 불지견을 보이고자[示] 세상에 출현하시고, 중생에게 불지견을 깨닫게[悟] 하고자 세상에 출현하시고, 중생에게 불지견의 도에 들어가게[入] 하고자 세상에 출현하시느니라. 사리불아, 이것이 모든 부처님께서 일대사인연으로 세상에 출현하신다는 뜻이니라.”라고 한 것을 가리킨다. 즉 부처님은 중생들에게 불지견을 개시오입(開示悟入)하시려고 세간에 오셨다는 것이다. 세친(世親)은 『법화경론(法華經論)』 권하(下)에서, 개시오입의 뜻을 다음과 같이 풀이하였다. 첫째, 개(開)불지견은 ‘무상(無上)’의 뜻이다. 여래는 일체지(一切智)를 갖추시어 제법의 깊은 뜻을 모두 아신다. 그러므로 그것을 중생에게 열어서 그들로 하여금 제법의 깊은 뜻을 알도록 하시고자 함이다. 둘째, 시(示)불지견은 ‘평등’의 뜻이다. 이승(二乘)과 부처님의 법신(法身)은 모두 같아서 차별이 없다. 여래는 그 뜻을 보이시고자 세상에 나셨다. 셋째, 오(悟)불지견은 ‘부지(不知)’의 뜻이다. 성문 연각의 이승은 일불승이라는 궁극의 진실한 뜻을 깨달아 알 수가 없다. 여래는 그들에게 깨달아 알도록 하고자 세상에 오셨다. 넷째, 입(入)불지견은 불퇴전[不退轉]의 자리를 증득하게 함이다. 여래는 무량한 지혜의 수행을 베풀어 그들로 하여금 불퇴전의 계위를 증득하여 들어가게 하고자 세상에 나셨다. 천태 지의는 『법화문구』권4상(上)에서 세친의 이러한 해석을 수용한 다음, 다시 개시오입 각각에 대하여 자세한 해석을 붙였다.

혜문(慧文)

북제(北齊)의 고승이며, 혜문(慧聞)이라고도 한다. 천태종의 제2조이며, 세간에서는 북제존자(北齊尊者)라 일컫는다. 발해(渤海: 山東)사람으로, 속성(俗姓)은 고(高)씨이다. 생몰연대는 미상이나 활동 시기는 대략 동위(東魏) 효정제(孝靜帝) 천평(天平) 2년(535)으로부터 북제(北齊) 문선제(文宣帝) 천보(天保) 8년(557) 사이로 추정된다. 어릴 때 출가하여 총명하고 영리함이 남달랐으며, 성년이 될 때까지 배움에 힘쓰고 깊이 사유하였다. 어느 날 『대지도론(大智度論)』을 읽다가 27권에 이르러, 홀연히 크게 깨달아 ‘일심삼지(一心三智)’의 미묘한 뜻을 증득하였다고 한다. 또 『중론(中論)』「관사제품(觀四諦品)」의 게송에 “여러 인연으로 생겨난 법을 / 나는 곧 공이라 하네. / 또한 이것을 가명이라 하고 / 또한 이것은 중도의 뜻이네.[衆因緣生法, 我說卽是空, 亦爲是假名, 亦是中道義.]”라고 함을 읽고서 단박에 공(空)과 유(有)가 둘이 아니라는 중도(中道)의 뜻을 깨달았다. 그로부터 용수(龍樹)보살의 교학을 계승하여 종풍(宗風)을 세워서 교화하니, 하북(河北)과 회남(淮南)지방에서 단연코 독보적이었다고 한다. 널리 대승(大乘)으로 법을 펴니 따르는 무리가 천여 명이었다. 관심법(觀心法)을 남악 혜사(南嶽慧思, 515~577)에게 전수하니, 혜사선사는 법을 받아 남방으로 내려가며 교화하여 마침내 천태교관(天台敎觀)을 확립하는 토대를 마련하게 되었다. 혜문선사의 문인들은 대부분 북반에 있었으므로, 남방에는 그 전수자가 드물다. [『석문정통釋門正統』권1, 『불조통기(佛祖統紀)』권6, 『천태구조전(天台九祖傳)』, 『불조역대통재(佛祖歷代通載)』권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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