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가이드 262호

공허함과 두려움을 놓는 지혜의 경지
<모든 순간 껴안기>
아남 툽텐 저·임희근 옮김/담앤북스/14,000원

“내가 회사에 다니려고 사는 건지, 살려고 회사에 다니는 건지….” 누구나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한두 번씩 한다. 앞날을 생각하면 이런저런 걱정만 커지고, 지난날을 돌아보면 후회만 가득하다. 생각이 깊어지면 내일이 오는 것조차 반갑지 않다. 이렇게 우리가 잊고 사는, 혹은 알지만 걱정과 두려움, 강박관념에 휩싸여 알아차리지 못하는 중요한 삶의 진실들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즐겁고 기쁜 순간은 누가 껴안지 말라고 해도 덥석 껴안을 수 있지만, 슬프고 괴로운 순간은 끌어안기 어렵다. 오히려 회피하거나 절망하거나 분노한다. 하지만 저자 아남 툽텐 린포체는 “모든 순간을 껴안으라.”고 말한다. 그는 대중법문 때 사람들에게 자주 질문을 던진다. 추려보면 △삶의 목적이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지금 삶이 재미있는가? △살면서 한 번이라도 성공이나 안락으로 생겨난 게 아닌 행복을 느껴보았는가? △오늘이 삶의 마지막 날이라면 무엇을 하겠는가? 등이다.

이런 질문은 삶을 성찰하게 만든다. 돈이나 지위로는 내면의 공허를 채울 수 없음을, 세상에 저 홀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는 무아(無我)의 진리를, 세상에 변하지 않는 실체는 없다는 무상(無常)의 이치를 깨닫게 한다. 한마디로 “인생의 소중함과 덧없음을 동시에 자각”하는 것이다.

이런 알아차림은 불편함이나 불안, 두려움을 낳기도 하지만, 저자는 이를 “정신적 깨어남이 발현하는 신호”라 말한다. 아울러 그런 불편함과 두려움을 깊이 들여다보라고 조언한다.

책은 △인생을 살면서 꼭 한 번 던져야 할 질문-행복에 관한 불교의 가르침을 시작으로 △‘나’는 누구인가?-무아에 관한 통찰 △평범한 것들에 바치는 찬가-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기쁨 △확실한 것도, 안전한 것도 없다-실상에 대한 바른 이해 △결국 사라지기에 소중한 것들-무상에 대한 명상 △가슴에 박힌 가시를 뽑다-용서, 홀가분해지는 수행 △지금 재미있게 살고 있습니까?-움켜쥐지 않는 연습 등 총 16장으로 나눠 자신을 옭아매는 집착, 강박관념, 환상에서 벗어나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을 제시한다.

‘놓아 버림(내려놓음)’은 아남 툽텐이 법문에서 자주 언급하는 화두다. 티베트에서 태어나 티베트 4대 종파의 하나인 닝마빠에서 수행한 그는 어린 시절과 청년 시절 대부분을 사원에서 보냈다. 여러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았고, 1990년대 초 미국으로 건너가 일상적인 언어와 유머, 자신의 수행 경험을 통해 진리에 대한 통찰을 이끌어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리치먼드에 설립한 다르마타 재단을 중심으로 세계 곳곳에서 가르침을 펴고 있다.

시대의 큰 스승, 성철 스님의 삶 조명
<성철 평전>
김택근 지음·원택 스님 감수/모과나무/3만원

성철 스님(1912~1993)은 20세기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인물로 많은 이들의 추앙을 받았다. 10·27법난 직후인 1981년 1월 조계종 제6대 종정에 추대된 후 “산은 산, 물은 물”이라는 법어로 혼돈의 불교계를 다독였다. 생전에 ‘자기를 바로 봅시다.’, ‘남을 위해 기도합시다.’, ‘남모르게 남을 도웁시다.’라고 가르쳤던 성철 스님의 참되고 소박한 가르침은 오늘도 메아리가 되어 불자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책은 성철 스님의 삶과 사상을 기반으로 한 첫 평전이다.

2015년 1월부터 75주간 〈법보신문〉에 연재됐던 내용을 새롭게 엮었다. 전국에 흩어져있는 제자들을 만나 자료를 보탰으며, 관련 100여 권의 문헌을 참고했다. 성철 스님의 일대기와 가르침을 정리하면서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시대적 아픔을 함께 엮어 독자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더해준다. 스님을 22년 간 곁에서 모셨던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이 감수를 했다.

저자는 “성철 스님은 산 속에 머문 수행자였지만 그 분의 가르침은 살아있는 뭇 생명에, 시대를 함께 살아간 불자와 민중들에게 희망을 주었고 빛이 되었다.”면서 “책을 통해 지금 이 시대,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시대에 스님의 청정하고 맑은 죽비의 울림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택근은 동국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83년 〈현대문학〉에 故박두진 시인의 추천을 받아 등단했다. 〈경향신문〉 문화부장과 종합편집장, 경향닷컴 사장ㆍ논설위원을 역임했다. 〈김대중 자서전〉 편집위원으로 집필에 참여했다. 저서로 〈새벽 : 김대중 평전〉, 〈사람의 길-도법스님 생명평화 순례기〉,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김대중이 남긴 불멸의 유산〉 등이 있다.

‘마음 밝히는~’ 선물용 경전세트 출간
<법구경>·<숫타니파타>·<화엄경>

경전 속 부처님 말씀은 우리를 행복의 길로 나아가게 하는 나침반이다. 불교전문출판사인 민족사가 그동안 펴낸 경전시리즈 중 독자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던 경전을 선정, 선물용 양장본으로 출간했다.

선물용 경전시리즈는 〈법구경〉(석지현 스님 옮김/248면/9,500원)과 〈숫타니파타〉(석지현 스님 옮김/240면/9,500원), 〈화엄경〉(김지견 옮김/320면/12,000원) 등 3권. 독자들이 평소 들고 다니며 읽기 편하도록 작은 판형으로 제작했다. 반면 글씨 크기는 읽기 편하도록 확대했다.

〈법구경(法句經)〉의 팔리어 이름은 〈담마파다(Dhammapada)〉이다. ‘담마(Dhamma)’는 ‘진리, 불멸(不滅)’을, ‘파다(Pada)’는 ‘언어, 말, 길’을 뜻한다. 전 26장 423편의 시구로 구성돼 있는 〈법구경〉은 초기경전의 묶음인 5부 니까야(阿含) 중 제5 소부경전(小部經典)의 두 번째에 해당한다.

〈숫타니파타〉는 〈담마파다〉와 쌍벽을 이루는 부처님의 시 모음집[詩集]이다. 연대적으로는 〈담마파다〉보다 앞선다. 편찬연대는 대략 A.D. 3세기경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장 오래된 불교경전인 〈숫타니파타〉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하나의 경전으로 체계화되기 이전, 즉 거의 원형에 가까운 부처님의 육성(肉聲)이 담겨 있다.

〈화엄경(華嚴經)〉의 원래 이름은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으로, 대승불교의 대표적인 경전 중 하나다. 화엄의 범어 명칭은 ‘간다뷔하(Gaṇḍū)’이다. ‘Gaṇḍ’는 잡화(雜華)를, ‘vyū’는 ‘엄식(嚴飾)’을 의미한다. 즉 이름 없는 꽃을 포함한 수많은 종류의 꽃으로 법계를 아름답게 장식한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꽃’은 우리 중생의 마음에 피어나는 작은 진실의 꽃이다. 〈화엄경〉은 이름 없는 한 송이 꽃에서도 무한한 우주의 생명이 약동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과학시대에 읽는 종교 이야기
<교양으로 읽는 세계종교>
류상태/인물과 사상사/15,000원

우리나라는 ‘종교박물관’이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한 정통종교와 신흥종교가 공존한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손꼽히는 불교 유적, 1만 명이 넘는 신도가 다니는 초대형교회, 유교적 가치관이 뿌리 깊은 의식구조 등이 혼재해 있지만, 종교간 큰 충돌은 일어난 적이 없다. 종교학자들은 이런 공존의 현상을 기적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책은 2005년 출간돼 관심을 모았던 〈세계 종교의 문을 열다〉의 개정증보판이다. 세계 각 종교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간결하게 구성한 게 특징. 불교·그리스도교·이슬람교·힌두교를 비롯해 유교와 도교·자이나교·시크교·유대교·일본의 신도, 한국의 신흥종교인 천도교·대종교·원불교·증산교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현시점에서 종교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일까? 과학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오늘날, 더 이상 종교는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과학의 발전이 곧 세상의 풍요라고 말할 수 있을까? 종교는 첨단 과학과 자본주의의 부조리에서 우리를 보호해주는 최후의 보루일 수 있다. 종교가 개인의 양심을 일깨우고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해 살기 좋은 공동체를 만드는데 이바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개개인이 종교를 지닐 필요는 없지만, 사회를 구성하고 세계 정세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인 종교에 대한 이해는 필수불가결하다.”고 말한다. 종교에 대한 이해는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주며, 지식과 교양적 측면으로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또 “이를 통해 종교 간의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좀 더 평화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스도교인이면서 불교에 심취한 저자는 중앙대 철학과와 장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1985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숭의여중과 대광중·대광고에서 20년간 교목으로 일했다. 종교다원주의적 성향으로 학교 운영자들과 마찰을 빚었던 그는 2004년 발생한 학교 내 종교 자유사건 이후 교단에 목사자격증을 반납하고, 학교를 떠났다. 이후 종교 작가의 길로 들어서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 〈당신들의 예수〉, 〈손에 잡히는 사회교과서(종교)〉, 〈소설 콘스탄티누스〉, 〈신의 눈물〉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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