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봄, 화두를 읽다(262호)

한 해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인 입춘은 만물의 소생이 시작되는 날이고 만 생명에 새 기운이 움트는 날이다.

예로부터 한 해의 평안을 기원하고, 다복을 염원하는 입춘첩을 붙이고, 대문을 활짝 열어

삼동의 묵은 먼지를 털어내며 새 봄을 맞는 것이 입춘의 풍속이다.

우리 불자들도 새 봄을 맞아 새로운 발심의 ‘화두’ 하나를 마음 문에 붙여야 하지 않을까? 독자들을 위해 마음의 대문에

입춘첩처럼 붙일 만한 법구를 선정했다. 이를 일가를 이룬 한국 서예계의 중진 작가들이 일필휘지로 재능기부를 해 주셨다.

一枝花開 天下春(일지화개 천하춘)

“한 꽃이 피니 천하가 봄이다.”

‘꽃 한 송이가 열리니 천하가 봄인 것을 알겠다’는 뜻입니다. ‘나와 더불어 한 뿌리이고 만물이 나와 더불어 한 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일체를 하나로 인식하고 나와 이웃과 자연을 하나로 여기고 살 수 있을 때, 참 불자의 길도 열리게 됩니다. 올 봄에는 피어나는 한 송이 꽃을 보며 새로운 꽃으로 피어나시기 바랍니다.

이상배(李相培)

호는 심천(深泉)이며 한국 문인화단에 일가를 이룬 작가다. ‘정직하고 올곧게 문인화의 정통주의를 지켜온 화단의 엘리트’라는 평을 받고 있는 그는 현재 경북 문경에서 작품 활동을 하며, 문경대학·문경문화원 등에서 후학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문인화협회 부이사장, 한국미술협회 문인화분과 이사 등을 지냈다.

一切聲是佛性(일체성시불성)

“일체의 소리가 바로 불성(佛性)”

일체의 소리가 부처님 설법이라는 뜻입니다. 일찍이 소동파가 상총선사로부터 무정의 설법을 들을 줄 알아야 진면목을 본다는 가르침을 받고 폭포수 떨어지는 소리에 한 소식을 얻고 썼다는 오도송 ‘계성산색(溪聲山色)’의 의미와 통합니다. 일상에서 들리는 모든 소리를 잡음으로 들으면 마음이 심란하지만, 부처님 법문으로 들으면 환희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서동형(徐東亨)

호는 현사(玄史) 붓재이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부문초대작가 등을 역임했으며 충주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한 수련을 통해 독특한 필법을 개척하여 수차례 개인전을 열어 서단의 주목을 받았다. 한시창작에도 조예가 뛰어나 인사시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한국예총문화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해동고전연구소를 통해 서법과 한시를 연구하며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一點水墨 兩處成龍(일점수묵 양처성룡)

“한 점의 수묵, 두 곳에서 용이 되다.”

달인의 손이 닿으면, 붓끝의 먹물을 한 점 떨어뜨린 것만으로도 두 곳에 용이 묘사된다는 뜻입니다. ‘천하의 주인은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선가(禪家)의 말처럼,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사는 사람은 그야말로 ‘생활의 달인’이 되어 활달자재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정진의 끈을 놓지 않고 항상 여여부동한 불심을 지켜가는 격조 높은 불자가 되기를 발원해 봅시다.

리홍재(李洪宰)

호는 율산(栗山)이며 신명이 서린 서법과 다양한 퍼포먼스로 서화의 대중화와 동시에 전위적 작품세계를 개척해 주목 받고 있는 중진서예가다. 1980년부터 서예전과 서예와 도자기 결합전 등을 꾸준히 개최했다. 한국서예의 세계화를 위한 DVD 제작 보급, 중국 몽골 초대전 등을 개최하기도 했다. 현재는 대구에 율림서도원을 열어 서법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信心不二 不二信心(신심불이 불이신심)

“믿음과 마음은 둘이 아니다.”

믿음과 마음은 둘이 아니며 둘이 아닌 믿음과 마음을 뜻합니다. 불교는 양 극단으로 치우치거나 분열 혹은 대립을 초월하여 중도의 실상을 깨우치는 자타불이의 삶을 지향합니다. 믿음은 마음의 작용이 분명하지만, 믿음과 마음이 하나로 결합되지 않은 채 방황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몸 따로 마음 따로, 믿는 마음 따로 살아가는 마음 따로, 그렇게 분열되는 마음을 타파하고 오직 하나로 향해 가는 ‘바른 믿음 바른 마음’을 챙겨야 하겠습니다.

김선숙(金善淑)

호는 심재(沁齋)이며 경기대학교 미술·디자인대학원에서 서예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자와 한글 서예에 두루 통하여 광범위한 서법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국내 권위 있는 공모전의 운영 심사위원을 지냈다. 대한민국서예대전 등 여러 전시에 출품했으며, 한국서도협회 이사, 세종한글큰뜻모임 이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 심재서실을 운영하고 있다.

萬法齊觀 歸復自然(만법제관 귀복자연)

“만법을 평등하게 보게 되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만법을 평등하게 보게 되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선가의 화두 중에 ‘만법이 하나로 돌아가는데 그 하나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일체 존재의 근원을 묻는 것입니다. 우리가 인식하는 모든 것의 근본자리, 그 자리는 과연 어떤 것인가를 탐구하는 질문입니다. 그 근원에 닿기 위해 가장 먼저 분별하는 마음을 버려야 하고, 분별과 집착이 사라지면 모든 것이 평등하여 자연의 순리를 따르게 됩니다.

권성하(權聖河)

아호는 유정(柳亭)이며 일찍 서법에 입문하여 초정(艸丁) 권창륜(權昌倫) 선생에게 사사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 심사위원을 비롯 많은 공모전 심사와 운영위원으로 활동 했으며 개인전(3회)과 단체전 초대전도 20회 이상 동참했다. 현재 (사)한국미술협회 이사, (사)서울미술협회 부이사장 등이며 연촌(硯村)서예원에서 서법을 연구하며 제자들을 양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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