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롱뇽 소송’ 지율 스님의 농사일지
지율 스님/사계절출판사/15,800원

이 책은 ‘천성산 지킴이’, ‘도롱뇽 소송’으로 잘 알려진 지율 스님이 경북 영덕 칠보산 기슭의 산막에서 쓴 농사일지이자, 열 가구가 모여 사는 오지마을 어르신들이 평생 땅을 일구며 살아온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지율 스님은 천성산을 살리기 위해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총 5차례에 걸쳐 단식을 했다. 단식을 중단한 뒤 경북 영덕 칠보산 기슭에 있는 마을로 들어갔다. ‘양지 마을’, ‘구릉 마을’, ‘황토목’으로 불리는 이 마을은 단 열 가구가 수십 년째 늘 같은 모습으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작은 마을이었다.

처음 한동안은 기웃거리는 외부인에 불과했던 스님은 문 앞에 슬그머니 음식을 놓고 가고, 고장 난 낡은 집을 손봐주고, 어설픈 텃밭 농사를 거들어주는 마을 어르신들의 무심한 듯 다정한 보살핌 속에서 점차 ‘마을사람’이 되간다.

생명을 파괴하는 자본과 권력에 맞서 오랜 단식을 끝내고, 걸음도 걷지 못하는 몸으로 마을에 들어온 지율 스님은 심고, 가꾸고, 수확하고, 나누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기록하며 죽음의 문턱에서 삶을 돌아올 수 있었다. 또한 초봄 땅이 풀리자마자 시작되어 절기에 따라 진행되는 소농들의 농사짓는 이야기를 통해 농촌의 한해살이를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책에는 칠순, 팔순을 넘긴 어르신들이 예전 방식 그대로 농사를 지으며 한 해를 보내는 모습이 담겨 있다. 지율 스님은 관찰자이자 참여자로서 어르신들의 농사일지를 대신 써내려간다. 스님은 한 해 농사를 시작하기 전에 온 마을이 모여 동제를 지내고, 분뇨를 모아 거름을 만들고, 소를 몰아 밭을 가는 식의 전통적인 농경은 이 땅에 얼마 남지 않은 귀한 풍경이라 여기며 사소한 일화 하나까지 꼼꼼히 수집하듯 적어 넣었다.

아울러 스님은 삼십오 년 동안 마을 살림살이를 수첩에 적어온 이장님, 늘 막대사탕을 물도 다니며 사탕이 입안에서 녹는 시간으로 거리를 계산하는 나무 할배, 이야기 중에 늘 ‘대한민국’을 끼워 넣는 옥이 할아버지 등 짧은 글 안에 그 사람의 삶 전체가 드러나도록 한 사람 한 사람을 성심성의껏 묘사했다.

지율 스님은 들어가는 말에 “이 일지는 닷새에 한 번 버스가 들어오던 오지마을의 이야기며, 소농들의 농사일지”라며 “표현이 어눌하고 매끄럽지는 않지만 산비탈에 엎드려 땅을 일구고 살아가는 분들의 소박한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고,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에게는 고향 소식으로 전해지면 좋겠고, 고향으로 발걸음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자 지율 스님은 천성산 산지 습지 훼손을 계기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으며, 41만여 명이 참여한 도롱뇽 소송의 원고 대리인으로 활동했다. 4대강 공사 착공 이후 산에서 내려와 30여 회에 걸쳐 도보와 자전거로 낙동강을 답사한 후 낙동강 상류 지천인 내성천 영주댐 수몰 지구 안에서 텐트 생활을 하며 <모래가 흐르는 강>, <물위에 쓰는 편지> 등의 강 관련 다큐를 만들었다. 현재 내성천 친구들과 영주댐 철거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강의 범람원을 만들어주자는 취지에서 ‘한 평 사기 운동’을 전개했고, 4대강 기록관 건립과 웹사이트 운영 등 산지, 영상, 기록을 모아 환경문제의 터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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