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구석구석 불교문화재(261호)

함통 6년명 금고, 865년, 국립중앙박물관.
통일신라시대의 유일한 금고로 군더더기 없는 장식이 오히려 정갈함을 드러낸다. 

우리는 사찰 구석구석에 들어와 있는 많은 불교문화재를 보며 눈으로 쓰윽 스쳐보며 지나갈 뿐 그들의 의미나 숨겨진 내용에 대해서는 궁금해본 적이 별로 없을 것이다. 어쩌면 사찰 안 구석구석에 이러한 불교문화재가 있는지 조차 모르고 지나간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사찰 속에서는 잘 보이는 곳부터 안 보이는 곳까지 불교 공예품들로 가득 차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하나하나 떼어서 살펴보면 얼마나 아름다운 그림이 숨겨져 있고 재미있는 내용이 숨겨져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엄숙하고 화려하게 장엄하는 불교 공예품
불교 공예는 종교미술 가운데 불교와 관련된 공예품으로 사찰에서 일상적으로 쓰이는 물건이나 의식에서 사용되는 모든 공예품을 말한다. 범종, 금고(金鼓), 목어(木魚), 향로, 정병, 석장(錫杖), 업경대, 번(幡), 당(幢), 사리장엄구 등 익숙한 이름도 있고 낯선 이름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공예품들은 사찰에서 행해지는 다양한 의식에 사용되는 범음구(梵音具), 부처님이나 보살, 사천왕, 팔부중과 같은 수호신들 등 다양한 존상(尊像)에게 공양할 때 사용되는 공양구(供養具), 부처님의 세계인 사찰을 아름답게 꾸며주기 위해 사용되는 장엄구(莊嚴具) 등 사용 목적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부처님의 세상을 아름답게 하기위한 것들이다.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에는 부처님이 처음 깨달음을 이룬 마가다국의 적멸도량(寂滅道場)의 아름다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그 땅은 금강으로 되어 장엄과 청정함을 갖추었고 온갖 보배와 꽃들로 장식하였으며, 가장 묘한 보배 바퀴(寶輪)는 원만하고 청정하며 한량없는 묘한 빛깔로 갖가지로 장엄하여 마치 큰 바다와 같았다. 보배로 된 당기(幢)와 번기(幡)와 일산들은 광명이 번쩍이고, 묘한 향과 화만(華鬘)은 그 주위를 둘러쌌다. 칠보(七寶)로 된 그물로 위를 덮고 한량없는 보배를 비 오듯 내리어 변화가 자재하며 온갖 보배 나무는 꽃과 잎이 무성하고 빛났다."

라고 하여 부처님의 세상에서 사용되는 모든 물품들은 아름답고 엄숙하게 장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구려 수산리 고분벽화의 북,  안악3호분, 덕흥리 고분, 약수리 고분 등에 특정 의례에 사용된 다양한 형태의 북이 등장한다. 

맑은 소리로 깨달음을 전달하고자 하는 범음구 금고

경암사 금고, 1073년, 국립중앙박물관.
중앙부터 연씨, 연판문, 구름무늬 순으로 이루어진 고려시대 금고의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다.

 범음(梵音)은 부처와 보살의 맑은 음성, 부처의 설법, 부처의 가르침과 부처와 보살에게 바치는 모든 소리를 뜻한다. 부처님의 맑고 깨끗한 음성을 통해 깨달음을 들은 중생은 그 소리에 보답하기 위해 부처님에게 아름다운 소리를 공양하는 모든 것이 범음이다.
부처님의 말씀이 널리 퍼지도록 만든 범음구에는 범종(梵鐘), 법고(法鼓), 목어(木魚), 운판(雲版) 등이 있는데 이 네 가지를 사찰의 사물(佛殿四物)이라고 하였다. 이외에도 통일신라시대부터 제작되어 사용되어 온 금고(金鼓)도 있다.

부산 국청사 금고, 1666년, 보물 1733호.
6자의 광명진언 중 5자만 원 안에 넣어 장식하였다. 다른 금고와는 달리 뒷면에 양각으로 명문이 새겨져 있다.

금고는 금구(禁口) 또는 반자(半子, 般子) 라고 불리며 처마 밑이나 법당 안에 두고 망치 모양으로 생긴 당목(撞木 절에서 종이나 징을 치는 나무 막대)으로 쳐서 공양 시간을 알리거나 사람을 모을 때 사용되었다. 범종이 낮고 잔잔하게 마음을 울린다고 하면 금고는 높고 날카롭게 머리를 울리는 소리를 낸다 하겠다.
금고는 보통 청동으로 만든 쇠북으로 보통 구리, 은, 금으로 만드는데 집결하고자 하는 사람의 숫자에 따라 각기 다른 재료가 쓰였다고 한다. 『현우경(賢愚經)』에는 “사위국(舍衛國)에는 18억의 인구가 살고 있었는데 동고(銅鼓)를 치면 8억이 모이고, 은고(銀鼓)를 치면 14억이 모이며, 금고(金鼓)를 치면 모든 사람이 다 모인다”라고 나와 있다.
형태는 얇은 북 같은 모양으로 한쪽은 막고 한쪽은 비게 만들어 막힌 쪽을 두드려 소리를 낸다. 금고 앞면은 당좌구(撞座區), 중구(中區), 외구(外區)로 나눠져 있으며 당좌구는 범종의 당좌(撞座 종을 칠 때 망치가 닿는 자리)처럼 연판무늬로 장식하고 그 주위를 보상화문, 당초문, 구름모양 등으로 장식한다. 얇은 측면에서는 제작연대, 사찰이름, 발원문, 무게 등의 명문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가장 오래된 통일신라시대 금고, 함통 6년명 금고

옆면에 ‘함통6년 을유년 2월12일에 만든 성내시공사 금구(咸通陸歲乙酉二月十二日成內時供寺禁口)’라는 명문이 있어 865년(신라 경문왕 5)에 경상도 어느 절에서 제작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쇠북은 약 50여개이며 보물로 지정된 것은 고성 옥천사 금고(고려시대, 보물 495호), 봉업사명 금고(고려시대, 보물 576호), 양산 내원사 금고(고려시대, 보물 1734호), 영천 은해사 금고(조선시대, 보물 1604호), 부산 국청사 금고(조선시대, 보물 1733호) 등이 있다. 이 외에도 보물 864호 금고(조선시대, 육군사관학교)가 있었으나 2008년 금고에 새겨진 명문과 역사적 사실이 다를 뿐 아니라 현대적 조각 기법의 흔적이 발견돼 보물 지정이 해지된 금고도 있었다.
이 중 가장 오래된 금고는 통일신라시대에 제작된 유일한 금고인 865년 함통(咸通) 6년명 금고이다. 이 금고는 경상도에서 발견되었으며 가장 오래된 쇠북임에도 불구하고 올해에 보물 1907호로 지정되었다. 함통 6년명 금고는 다른 문양은 없고 앞면에 동심원이 몇 줄 돌려진 단순한 형태이며 옆면에 ‘함통6년 을유년 2월12일에 만든 성내시공사 금구(咸通陸歲乙酉二月十二日成內時供寺禁口)’라는 명문이 있어 865년(신라 경문왕 5)에 경상도 어느 절에서 제작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특별한 문양이 있거나 화려한 기술로 제작된 금고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금고 가운데 가장 오래된 연대를 가지고 있으며 간결하고 소박한 것이 특징이며 통일신라시대 공예제작의 수준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불교문화재 이다.
*성내(成內)는 ‘이루다’의 이두식 표기이다.

고려시대 1073년 제작된 경암사 금고와 1085년 제작된 황리현명 금고

황리현명 금고, 1085년, 동아대학교
반자(半子)라고 쓰여진 명문이 발견되어 금고의 다양한 명칭을 확인 할 수 있다.

고려시대의 금고는 앞면에 연씨-연꽃-구름무늬 순으로 문양을 새겼으며 후기로 가면서 화려한 문양이 첨가되고 도식화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문양배치는 중생들이 법음(法音)을 듣고 천상세계에 태어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는 것이다. 고려 13세기 초부터 중엽에 제작된 금고가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가장 이른 금고는 경암사(瓊巖寺) 금고이다. 앞면 중앙에 연씨와 여덟 잎의 연판문이 새겨져 있고 제일 끝에는 구름무늬가 네 곳에 새겨져 있다. 옆면이 아닌 뒷면 구연부에 ‘함옹9년 계축 10월 55근의 중량을 들여 경암사에 시주한 것(咸雍九年癸丑十月日瓊巖寺盤子入重伍拾五斤棟梁僧慶眞)’이라고 쓰여 있어 1073년(고려 문종 27)에 제작되었으며 ‘반자(盤子)’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을 알 수 있다.

부산 황리현명 금고는 연대가 밝혀진 금고 중 4번째로 오래된 것으로 고려 11세기에 제작되었으며 보물 1810호이다. 황리현은 지금의 경기도 여주군으로 황리현 옆의 강원도 원주 법천리에서 출토된 것을 1970년 서울의 현씨로부터 동아대학교에서 구입한 것이다. 명문을 통해 ‘대안 원년 1085년(고려 선종 2) 을축년 7월에 황리현 호장 인용부위 민(閔)씨가 동량이 되어 한 마음으로 반자 1구를 만들었음(大安元年乙丑七月日黃利縣戶長仁勇副尉閔 棟梁等同心鑄成半子一口)’을 알 수 있다. 인용부위 민씨는 고려 초 중국에서 사신으로 왔다가 이 지역에 정착한 민칭도(閔稱道)의 후손일 가능성이 높으며 인용부위는 향리와 탐라의 왕족, 여진의 추장 등에게 주어지는 영예적인 호칭이다. 경암사 금고와는 달리 ’반자(半子)‘라고 쓰여 있다.

조선시대에도 많은 수의 금고가 전해지고 있는데 대부분 조선후기 작품이며 고려시대와는 달리 당좌의 구별이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화려한 문양 대신 범자(梵字)문이 등장하기도하며 문양이 점차 간략화 되거나 사라지기도 한다.

윤효진.

윤효진
동국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하였으며 박물관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였다. 젊은 불자들의 모임 <영108>에서 토크콘서트 ‘법륜스님의 신혼여행’, 조계사 초등아카데미 ‘생크림 : 생각이 크는 林’을 기획하였다. 조계사보 <가피>를 시작으로 월정사보 <오대산 향기>에 일반 대중을 위해 불교문화재를 보다 쉽게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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