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이야기(261호)

“내가 힘이 제일 세.”

“아니야, 내가 더 힘이 세. 맹이 네가 말해봐. 우리 중 누가 더 힘이 세?”

“글쎄, 난 잘 모르겠어.”

부처님 공부를 하러 가던 참이와 꽁이가 힘겨루기를 해요.

참이가 말했어요.

“난 우주를 품을 수 있을 만큼 커. 내가 마음만 열면 바다 속 깊은 곳까지 들여다볼 수가 있지. 또 내겐 멋진 날개가 있어서 어디든 날아갈 수 있어.”

그러자 꽁이가 말했어요.

“쳇, 잘난 척은. 넌 지루한 말만 하잖아. 나 좁쌀만 해져서 심장 속에 꽁꽁 숨어 버릴 거야. 그러면 흙탕물 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되지. 하하하!”

맹이가 하품을 하며 말했죠.

“하아암, 싸움은 언제쯤 끝낼 거야. 난 빨리 지루해지고 싶은데.”

참이가 끌끌 혀를 차며 꽁이에게 거울을 보여주었어요.

“그래서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하는 거야. 한 번 비춰봐. 네 마음이 훤히 비칠 걸.”

꽁이가 거울을 이리저리 비춰보더니 말했어요.

“음, 내 까만 안경 어때? 좀 멋지지?”

맹이가 졸린 눈으로 말했어요.

“뭐가 보인다는 거야? 난 모르겠어.”

참이가 가슴을 쾅쾅 치며 말했어요.

“어휴! 답답해. 마음을 열어야 보이지이이.”

참이는 할 수 없이 꽁이와 맹이를 끌고 부처님 세계로 가기로 했어요. 하얀 새털 날개가 달린 비행기 문이 열렸어요. 마음 비행기는 열린 마음만 가지면 문제없이 탈 수 있대요. 꽁이와 맹이는 마음 비행기가 멋져 이번 여행이 즐거울 것 같았어요.

슈우웅~

얼마나 갔을까?

몽실몽실 하얀 구름이 걸린 푸른 산이 보이더니 향기롭고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요.

꽁이가 참이에게 물었어요.

“벌써 도착한 거야?”

“아직. 여긴 수미산이야. 여기서 12만 유순 떨어진 도솔천까지 가야 하니까 180만 킬로미터 남았어.”

꽁이가 말했어요.

“지루한 건 딱 질색이야. 빨리 도착하면 좋겠어.”

또 얼마나 갔을까? 해와 달과 별이 수놓아진 하늘 끝자락에 무지갯빛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어요. 일곱 가지 보석이 열린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새들이 피리소리를 내며 숲속을 날아다녔죠.

하늘하늘한 날개옷을 입은 천인들이 연꽃을 들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어요.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아름다운 비파소리가 흘러나왔어요.

참이와 꽁이, 맹이가 궁금해 뒤따라갔지요.

숲을 지나자 꽃으로 가득한 정원이 펼쳐졌어요. 정원 한가운데에는 마니주 보석으로 지어진 강당이 있고, 온몸이 황금빛인 부처님이 사자좌에 앉아계셨어요.

부처님이 천인들을 맞이했어요.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이제 인간 세상으로 내려가려 합니다.”

천인들이 놀라며 물었어요.

“부처시여, 저희들은 어찌합니까? 이제 더 이상 지혜로운 말씀을 들을 수 없단 말입니까?”

흐느끼는 천인들에게 부처님이 말했지요.

“슬퍼마시오. 도솔천을 그대들에게 맡기니 불국 세계를 굳건히 지켜주시오.”

“이곳은 걱정 마십시오. 헌데 부처시여, 어디로 나투십니까? 정해둔 곳이라도 있으신지요.”

“물론 보아둔 곳이 있습니다. 그곳에 태어날까 합니다.”

부처님이 엷은 미소를 지으며 수정 만물경을 어루만졌어요.

“보여 다오!”

부처님이 외치자 커다란 만물경 속으로 하늘 아래 인간 세상이 환하게 비치더니 눈 덮인 히말라야 산이 나타나는 거예요. 산 아래로 드넓은 평야가 펼쳐지고 푸른 숲속에는 건강한 동물들이 뛰어 놀고 있었지요. 부드러운 강을 따라 난 기름진 농토에는 여러 가지 곡식이 자라고, 풍요로운 나라에 사는 백성들은 너그러웠어요.

천인들이 감탄하며 물었어요.

“참으로 아름다운 곳입니다. 이곳이 어디입니까?”

부처님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어요.

“태양의 후손들이 사는 사꺄라는 왕국입니다.”

천인들이 다시 물었죠.

“태어날 곳을 정하셨다면 부모님도 정하셨겠습니다.”

부처님이 만물경 속을 더 크게 보여주었어요.

 

사꺄 왕국의 궁전이 나타났어요. 궁전 뜰에는 탐스러운 과일이 주렁주렁 달려있고, 노인은 나무 그늘에 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었어요. 남자들은 예의가 바르고 여인들과 아이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어요. 왕과 아름다운 왕비는 온화한 미소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지요.

만물경을 본 천인들이 안심하며 부처님께 절하고 연꽃을 드렸어요.

“인간 세상에 나투실 부처시여, 사람들에게도 지혜로운 말씀을 전하소서.”

부처님이 연꽃을 받아들자 꽃봉오리가 활짝 피어났어요. 피리새들이 날아와 기쁨의 노래를 불렀지요.

참이는 모든 광경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어요. 아름다운 도솔천에 오랫동안 머무르고 싶었어요.

꽁이가 참이에게 귓속말로 속삭였어요.

“부처님이 인간 세상에 다시 태어나신다는 거야?”

참이가 말했어요.

“응.”

꽁이가 까만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어요.

“하늘나라에 있다가 어떻게 또 사람으로 태어날 수가 있어? 난 눈앞에 안 보이는 건 믿지 않아.”

맹이가 말했어요.

“아함! 진짜인지 아닌지는 직접 따라가 보면 되잖아. 난 조금 궁금해지는 걸.”

참이와 꽁이, 맹이는 부처님을 따라가 보기로 해요.

하늘나라 도솔천에 머무시던 부처님이 어떻게 인간 세상에 나투실까요?

 

김미정

대구효성카톨릭대학교에서 역사교육을 전공했고 동양사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국립공원 힐링로드 77선> <얘기꾼이 들려주는 우리 문화재 이야기> <오늘은 태안> <오늘은 태백>등 기획출판에 작가로 참여했다. 2015년 <불교문예>를 통해 동화작가로 등단했다.

 

김환진

가천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후 동국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수료했다. 현재 일러스트, 카툰, 페인팅 등을 통해 전시와 패션회사와의 콜라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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