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해요, 천태수행 (261호)

숨결을 잘 가꾸면
번뇌망상을 벗어나
편안한 삶을 누린다

대학입시의 시즌이 돌아왔다.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시험은 그것이 어떤 형태이든 부담이 되고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은 것이다. 일단 시험이란 이름이 붙으면 그때부터 긴장하기 시작한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시험 볼까 리포트로 할까를 물어보면, 대다수 학생들이 시험을 피하고 리포트를 선택한다.

요즈음 우리 주위를 보면 인생의 첫 사회생활인 유치원 들어가는 것부터, 가장 치열한 대학입시, 취직시험, 그리고 마지막 인생의 길인 좋은 양로원 들어가는 데에도 소위 자격을 따진다. ‘인생은 시험의 연속’이라는 말이 정말 실감난다.

그런데 시험 때가 되면 가슴이 뛰고 숨이 가쁘고, 심지어는 시험지를 보면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 아무 글자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수험생도 있다. 이와 같이 지나치게 부담스런 일을 만나면 몸과 마음이 긴장하여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어려운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스트레스를 풀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데 매우 유용한 것이 천태 호흡명상이다. 비단 학생뿐 아니라 운동선수들이나 정밀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할 때 익혀두면 유용하다.

천태명상법은 중국의 천태 지자대사(智者大師, 538-597)의 지관법문(止觀法門)에서 유래하며, 세 가지 호흡 수행을 통해 이루어진다. 숫자를 세어 호흡을 조절하는 수식법(數息法), 호흡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수식법(隨息法), 선정 삼매에 들어가는 관식(觀息)의 세 가지 문으로 되어 있다.

호흡명상에 들어가려면 우선 자세부터 가다듬어야 한다. 좌선 자세를 갖추고 고요히 앉아서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데, 우선 숨을 조절해야 한다. 보통 숨 쉬는 모습은 풍상(風相)ㆍ 천상(喘相)ㆍ기상(氣相)ㆍ식상(息相)의 네 가지가 있다고 한다.

풍상은 앉아서 숨을 쉴 때 코 속에 드나드는 숨소리가 바람 소리처럼 느껴지는 호흡으로, 산만한 호흡이다. 다음으로 천상은 숨소리가 나지는 않지만 호흡이 맺어져 통하지 않는 호흡을 말한다. 또한 기상은 소리나 맺힘은 없지만 미세하지 않아 피로한 호흡을 말한다. 식상은 숨 쉬는데 호흡이 있는 듯 없는 듯 안정되고 조절된 호흡이다. 호흡은 이와 같이 소리 나지도 않고 맺어지지도 않으며 길게 이어져 있는 듯 없는 듯한 호흡이 가장 좋다.

시험장에 들어가면 심장이 콩콩 뛰고, 열이 오르면서 진땀이 나는 사람들은 가슴이 벌렁벌렁하여 숨소리부터 달라진다. 앞에서 본 풍상이나 천상이나 기상의 호흡이 나타나서 시험을 망치는 경우다.

이런 사람들은 다음의 세 가지 방법으로 호흡을 조절 한다. 첫째, 의식을 배꼽 아래쪽에 두고, 둘째, 몸을 느긋하게 풀어주며, 셋째, 호흡이 온 몸의 털구멍으로 두루 퍼져서 출입하는데 아무 장애가 없다고 상상하며, 숨을 되도록 길게 들이쉬고 길게 내쉬는 호흡을 세 번 정도 해준다.

이렇게 해서 마음이 세밀해지면 호흡도 따라서 미세해진다. 이렇게 호흡이 너무 거칠지 않고 매끄럽지도 않도록 숨을 조절해야, 안정적인 호흡이 되어 긴장을 해소할 수 있다. 위와 같이 호흡이 안정되어 마음이 편안한 상태로 돌아오려면 평소에 호흡법을 익혀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람은 물이나 음식은 며칠 안 먹어도 견딜 수 있지만, 숨은 잠시라도 쉬지 않으면 사망에 이른다. 이처럼 호흡은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고 마음을 다스리는데 중요하다.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자신들의 외모를 가꾸는 데는 돈과 정성을 쏟으면서도, 정작 우리 정신을 가다듬는 가장 좋은 투자인 숨결을 가꾸는 데에는 너무 인색한 감이 있다.

우리의 숨결을 잘 가꾸는 방법으로 천태 호흡법을 추천한다.

그 첫 단계는 ‘숫자를 세어 선정에 들어가는 호흡법[數息法]’이다.

숨을 세는 방법은 호흡을 하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숨을 세는 것이다. 이때 마음을 세밀하게 호흡에 매어두고 뚜렷하게 숫자를 세기만 하고 숫자에 대한 생각을 많이 취하면 안 된다. 하나에서 열까지 셀 때 마음이 산란하지 않도록 하고, 중간에 하나도 빠뜨리지 않는다. 화가 난 사람이나 성격이 조급한 사람은 숨소리부터 다르다.

󰡔삼국지󰡕에서 장비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벌컥 화를 잘 내어 때때로 전쟁을 그르치고, 제갈량은 침착한 마음으로 지혜를 내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가 침착한 마음을 유지한 데에는 아내 황씨가 선물한 부채 때문이라고 한다. 그녀는 남편에게 “감정을 드러내지 말고 침착하라”고 하면서 부채를 선물했다고 한다. 제갈공명이 부채를 저으면서 숨을 고르고 침착한 마음을 유지한 덕분에 총명한 지혜를 발휘할 수 있었다. 화나는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조급한 마음을 가라앉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이 수식법이라고 할 수 있다.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숫자를 쉬다보면 숨결이 부드러워지고 조화로워지면서 가늘고 긴 숨결이 만들어진다.

좋은 수식법은 숫자를 하나하나 세밀하게 기억하여 하나에서 10까지 세어나간다. 이와 같이 오래도록 익히고 연습하면 힘들이지 않더라도 자연히 마음이 서로 응하게 되어 쉽게 삼매에 들 수 있다. 천태대사는 들이쉬고 내쉬는 숨을 셀 때 두 가지 중 하나만 취하고 둘을 다하지는 않는다. 내쉬는 숨이나 들이쉬는 숨 한쪽만을 쉬고 다른 쪽을 쉴 때는 마음으로 따라 간다. 또 숫자를 세다가 다른 생각으로 빠지거나 잊어버리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신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이 호흡법으로 몸과 마음이 가벼워져서 빨리 삼매에 들어갈 수 있고, 숨을 따라 안으로 마음을 거두어들일 수 있게 되어 쉽게 선정에 들어갈 수 있다.

첫 단계에서 숫자를 세는 호흡법이 잘 이루어지면 부드러운 숨결이 이루어져, 이제는 숫자를 헤아리는 일이 번거로워지고, 숫자를 세지 않아도 저절로 호흡이 잘 맺어진다. 이때에는 숫자를 버리고 호흡을 따라 마음이 움직이게 되어 저절로 선정 삼매에 들어가는데, 이것이 두 번째 단계인 ‘숨을 따라 선정에 들어가는 호흡법[隨息法]’이다. 숨을 들이쉴 때는 마음이 따라 들어가서 코에서부터 목구멍에 이르고 다시 배꼽, 응치뼈, 넓적다리뼈에 가며, 끝에는 발가락에 이른다. 숨을 내쉴 때에도 이와 같이 마음이 따라 나온다. 이렇게 연습하면 호흡과 마음이 서로 응하여 뜻과 생각이 고요하고 편안해진다.

세 번째 단계 관식이란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길을 따라 관찰하는 방법을 말한다. 앞의 수식으로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 한 마음으로 오직 대상을 따라[緣] 움직이고 어지럽지 않으면, 이제 심안(心眼)으로 몸속으로 미세하게 들어오고 나오는 숨을 관찰한다. 이를 통하여 자신이 스스로 대상에 대하여 마음이 생기고 사라지는 것을 보게 되어 무상(無常)함을 알고, 한 찰나도 머무르지 않고 집착할 것이 없는 것을 관찰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이 깊은 관해(觀解)가 이루어져서 깊은 선정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근래 외국의 학계에서는 <천태소지관(天台小止觀)> 수행에 의한 자율훈련법 프로세스를 통한 심리요법으로, 변성의식상태(變性意識狀態, Altered State of Consciousness)라는 명상상태를 유도하는 기법을 시행하였다. 이 수행에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의식의 신체적 요소에 집중시키는 일종의 심리치료법으로 천태지관인 호흡명상법이 사용되었다.

아이들은 종종 책상에 앉아서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책상 위에 있는 여러 가지 도구나 물건을 괜히 만지작거리고, 책상서랍을 뒤적인다. 책을 보더라도 한 장 넘기기가 어렵고, 다른 생각이 떠오르면 급기야 공부를 팽개치고 일어나고야 만다. 이와 같이 산란한 마음이 일어나는 아이들에게도 천태의 호흡명상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집중력을 생기게 하여 학습효과를 높여줄 수 있다.

이기운

현재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교수이며 <선문화연구>, <불교학보> 등의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경희대학교와 동국대학교 졸업 후, 동국대 대학원에서 법화천태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희대·원광대·동국대에서 강의했으며, <법화삼매의 전승과 수행>, <한국천태종사>(공저). <한국불교와 법화사상>(공저) 등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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