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도란도란' 261호

정진도량 구인사로 가는 벗에게
신강석 /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송포로

네가 구인사를 간다는 말을 듣고 나는 언뜻 '정진'이라는 경지가 생각이 났다. 오래전에 내가 구인사를 참배하러 갔을 때, 공을 들여서 가꾸어 놓은 울창한 산림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모두가 수행하는 스님들이 가꾸셨다는 이야기에 참으로 감동을 받았다. 스님이라고 하면 늘 한가로운 도인으로,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세속을 초월한, 우리랑은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사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그 시점에서 바뀐 듯싶다.

수행을 한다거나 불교를 공부한다면, 언제나 결론은 '팔정도(八正道)'를 잘 이행하는 것이다. 그 여덟 가지 수행방법이 다 중요하고 훌륭하지만 '정정진(正精進)'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을 한다. 영어로는 'Right Efforts'로 번역을 한다. 우리말로 쉽게 표현하면 '올바른 애씀, 또는 노력'이 적당할 것 같다. 그럼 무엇이 '올바른 애씀'일까?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자비로움으로 감싸려고 애씀이다. 지금까지 자비롭지 못했다면 더욱 자비롭도록 애쓰는 것이고, 자비로웠다면 계속 자비롭게 살아가도록 애쓰는 것이고, 또한 앞으로도 자비롭게 살아갈 것을 잊지 않고 애쓰는 것이다.

구인사에서 수행하시는 스님들께서 몸과 마음으로 가꾼 울창한 숲을 보면서 그 안에 녹아 든 '애쓰심'을 본다. 척박한 산에 물과 거름을 주면서, 정성을 다한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그 숲을 바라보는 참배객이 흐뭇해하고, 수많은 짐승과 새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무척 멀리 있거나 어려운 것은 아닌 것 같다. 내 마음에 숨은 자비로움을 찾아내고자 하는 노력과 애씀이 아닐까 한다.

친구야, 구인사에 도착하거든 두 눈 크게 뜨고 찾아 보거라. 아주 멋지고 훌륭한 자비를 잔뜩 몸에 지닌 너의 반쪽이 있을 거다. 아마도 그 분은 관세음보살께서 다른 모습으로 너에게 다가온 것이고 너의 모든 어려움을 다 들어 주실 분 일거다. 못생기고 볼품없다고 무시하지 말기다. 자비로움으로 웃음으로 넉넉함으로 대해보시게나. 아름다운 여행이 되길 빈다. 안녕.

빈자일등(貧者一燈)
정연아 / 전남 순천시 장천동

연일 나라가 시끌시끌합니다. 더욱이 토요일에는 광화문 광장부터 시청광장까지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선 인파로, 촛불로, 함성으로 거리가 들썩입니다. 착잡한 마음과 뿌듯한 마음 동시에 듭니다.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는 작금의 현실을 생각하면 한숨이 땅을 뚫을 듯합니다. 그러나, 저마다의 한숨 작지 않을 것이나, 비정상의 시국을 외면하지 않고 광장에 모여든 사람들을 생각하면 그래도 ‘이 나라에 희망이 있구나’ 하고 안도하게 됩니다.

민중총궐기가 열린 어느 날, 금쪽같은 주말을 반납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정치적 의견 표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지켜보는 쪽이었습니다만, 이번에는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나서지 않으면, 행동하지 않으면, 가만히 있으면, 훗날 부채의식을 떨쳐버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행렬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았지만 미처 촛불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인파를 헤치며 전전하다 세월호 광장에 이르렀습니다. 거기에 저처럼 촛불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종이컵과 양초가 놓여있었습니다. 아직 세월호 안에서 나오지 못한 아홉 명의 미수습자가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가족들이 애끓는 심정으로 정부와 국민들에게 ‘세월호 인양’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아직 가족을 찾지 못한 그들과, 혹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딸들을 저승길에 앞세운 유가족들이 시민들을 위해 준비한 촛불을 보면서 먹먹한 마음 숨길 길이 없었습니다.

빈자일등이라고 했지요. 수많은 크고 찬란한 등불 가운데서도 가난한 여인 난타가 온 마음을 다해 켠 작은 등불 하나만이 꺼지지 않고 깜깜한 새벽을 홀로 밝혔다는 그 이야기 말입니다. 세월호 광장에서 나눠주는 작은 초를 얻어가면서 빈자일등이 떠올랐습니다. 부처님께 지극한 마음으로 공양 올리는 난타의 등불만큼 간절한 촛불이 바로 이것일 거라고 말입니다.

그날 광화문 광장에 모인 사람은 백만이라 했습니다. 그 촛불들, 신새벽까지 꺼지지 않고 기꺼이 어둠을 물리치며 끝내 환한 아침 맞이할 수 있기를, 춥고 고된 밤을 보내는 모든 빈자들에게 따스한 온기 전해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진심으로 발원했습니다.

그리운 언니
김진희 /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내게는 참 그립고 언제나 보고픈 언니가 있다. 나는 지금 공황장애라는 병을 진단받고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받고 있다. 2013년에 발병하여 몹시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큰 이모댁 근처로 잠깐 1년 정도 독립하여 생활했는데 바로 큰 이모의 딸, 이종사촌 언니다. 언니는 5년 전에 난소암 판정을 받아 2년간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그 전에는 서로 바쁘게 사느라 안부정도만 묻고 살았는데, 언니가 암에 걸린 것이 너무 충격적이었고 안타까워 자주 연락하면서 지냈다. 게다가 큰 이모댁 바로 앞에 살았기 때문에 같이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놀러도 다니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언니는 특히 맛집을 잘 알아서 유명한 음식점을 자주 데리고 가 주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참 행복하다. 하지만 2014년 말에 언니의 암은 재발하였고, 다른 장기까지 전이되어 남은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되었다. 언니가 마음을 정리하는 동안 얼마나 힘들고 외롭고 서러웠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 나는 매일 부처님께 기도했고 언니가 조금이라도 더 살아서 하고 싶은 것 다 해보고 마쳤으면 좋겠다 생각했지만 결국 작년 10월 언니는 우리 곁을 떠났다. 만약 나의 생을 조금이라도 나누어줄 수 있다면 그렇게 해서라도 언니를 더 살게 하고 싶었지만 현생에서의 언니와의 인연은 다했다.

가까운 가족의 죽음은 남은 가족들에게도 고통이고, 무엇보다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프게 만든다. 우리 모두는 죽음을 피할 수 없고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경전의 말씀처럼 중생의 마음은 쉽게 정리되지 않고, 희노애락의 감정에 끄달려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수행을 통해서 망상과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여여하게 받아들이며 사는 것,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깨달음을 얻는 것이 목표이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부처고, 불보살임을 알아, 주변 사람들과 원만하게 잘 지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니는 투병 중에도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고 긍정적이어서, 불만 많고 부정적인 마음이 많은 내게 불보살이고 부처님이었다. 이제 다시 볼 수 없지만 어디에선가 언니가 잘 지내기를 마음속으로 항상 기도하고 있다. 추운 겨울, 언니의 따뜻한 미소가 더없이 간절히 생각나는 날이다.

가족의 멋진 어울림이 가장 큰 행복
황지선행 / 서울시 관악구 대학동

“저희 어머니께서 많이 불안하신가 봐요.”

기관 상담실에 어머니와 40대의 두 아들이 함께 앉아 있었다. 상담실에서 가족의 모습을 보기란 흔치 않다. 다소 풀이 죽은 어머니의 심기를 살피면서 조심스레 건네는 큰 아들의 첫 마디는 염려와 걱정으로 가득했다. 어머니가 평소답지 않게 가족과 상의도 없이 갑작스레 집을 팔아 오갈 곳이 없는 신세가 되어 온 집안이 발칵 뒤집힌 탓이다.

두 아들과 딸을 둔 어머니는, 결혼 전에는 가난한 집안의 맏딸로 태어나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어린 나이부터 동생들을 굶기지 않으려고, 동생들만은 어엿한 학교에 보내려고 악착같이 살아온 분이었단다. 결혼 후에는 이발사 남편 덕에 그나마 편안하게 사는 듯 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달동네 연탄배달, 가사 도우미 등을 하며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를 했다고 한다.

타고난 부지런함과 재치 있는 판단력으로 서울에서 일찍이 가족이 살 집을 장만하였고, 올곧은 성격 탓에 남과 자신에게 부끄러운 행동은 삼가며 그저 열심히 살아왔다는 그들의 어머니다.

“나는 행복이란 게 뭔지 몰라요. 그런 걸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어요. 나 자신을 위해서 무엇을 바란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자신을 위해서는 먹고 싶은 음식을 앞에 두고도 손이 떨려서 선뜻 돈을 쓰지 못했다는 어머니의 말에 자식들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 그런 어머니가 남편이나 자식들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집을 팔고는 앞으로 닥칠 일을 생각하니 두려워 잠을 못 이루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너무 불안해.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라고 내뱉는 눈물 섞인 목소리에서 자신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 것에 대한 당혹감과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러한 어머니지만 이 상담의 전조는 매우 밝다. 어머니와 함께 사는 작은 아들을 비롯해 장가 간 큰 아들이 달려오고, 시집 간 딸이 달려와서 어머님께 상담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았다. 자식들이 하나가 되어 어머니를 이해하려 애쓴 결과이기 때문이다.

살면서 모든 사람이 이러저러한 불안과 갈등 요인들을 안고 산다. 그 원인의 대부분은 가장 사랑하는 존재로서의 가족에게서 일어나고 또한 가족들로 인해 갈무리 되는 것 같다. 가족 속에서 혼자이기 때문에 문제가 일어나고, 가족이 함께 어우러졌을 때 문제의 해결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려운 시절, 자기희생으로 행복이 무언지 모르는 부모님 세대들은 자신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부모님의 고단함으로 온정적인 사랑을 경험하지 못한 자식 세대들은 따스한 온기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해본다.

요즈음 두 아들의 어머니는 함께 상담을 받고 있는 작은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들, 오늘은 맛있는 게 먹고 싶네. 맛있는 거 사 줄 거지?”

어머니와 아들의 얼굴에 가득 번진 환한 미소가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청년불자가 띄우는 새해 인사 /긍정적인 마음으로 나아갑니다.
이승언 /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동

어느덧 2017년 정유년입니다.
작년에 반드시 이루어야겠다고 결심한 계획들 모두 이루셨는지요?
저는 몇 가지를 제외하고 아직 이루지 못한 일이 많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그 목표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욕심이 많아서 이루지 못한 나머지를 놓칠까 봐 걱정도 많이 하지만요.
2016년도에는 여러 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힘든 일도 즐거운 일도 다 자신의 생각에 달린 것 같습니다.
힘들다는 마음으로 매사를 보내면 자꾸 힘든 일이 생기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움직이면 스스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최대한 긍정적이고 밝은 마음으로 2017년 보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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