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완수 기자의 북가이드 261호

마음은 변치 않는 궁극적 실재
과학과 철학도 마음의 산물이다.
- 아비담마 관련 신간 2권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은 후 45년 동안 설한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경율론(經律論) 삼장이다. 부처님이 일상 언어로 가르친 내용이 경장이라면, 출가자가 따라야 할 규율은 율장, 마지막 논장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깊이 있게 분석한 내용이다. 경장과 논장을 합해 ‘담마(法, Dhamma, Dharma)’라고 부르는데, 논장은 별도로 ‘아비담마’, 즉 최고의 가르침으로 손꼽는다. 아비담마 관련 신간 두 권이 잇달아 나왔다.

체계적으로 배우는 <붓다 아비담마>
멤틴몬 저·김종수 옮김/불광출판사/25,000원

도입부에서 이 세계를 관습적 실재와 궁극적인 실재로 구분했다. 관습적 실재가 눈에 보이는 대상, 즉 인간이 이름 붙인 인식의 대상이라면, 궁극적 실재는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더 이상 환원할 수 없는 그 대상의 궁극적인 구성요소다.

밀린다 왕과 나가세나 존자의 대화를 인용하면서, 마차가 관습적 실재라면 마차를 구성하는 말·바퀴·차축·수레 등이 궁극적 실재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이런 궁극적 실재는 인간에 의해 창조되거나 파괴되지 않는 대상이다. 그리고 자연에 실제로 존재하고, 소멸할 때까지 자신의 특성을 유지한다.

아비담마는 궁극적 실재를 마음·마음부수·물질·열반 등 네 가지로 나눈다. 이 책은 이를 △마음(욕계 마음, 색계 마음, 무색계 마음, 출세간의 마음) △마음부수(心所, 마음에서 나오는 것, 52가지) △혼합 항목 △인식과정 △인식과정에서 벗어난 마음과 존재계 △물질 △궁극적 실재의 범주 △조건 △명상주제 등 총 9장으로 구분해 부처님이 인간의 육신과 마음, 인간들이 사는 세상을 어떻게 보는 지를 설명하고, 어떻게 하면 부처님처럼 이 세상을 보고 경험할 수 있는지를 안내한다.

저자 멤틴몬은 미얀마의 저명한 화학자이자 불교학자이다. 그는 수십 년 동안 화학교수로 재직한 이후 미얀마 종교부 고문을 거쳐 국제테라와다불교선교대학에서 사마타와 아비담마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는 불교 강연에 열중하고 있다. 책을 집필할 때 여러 강의 현장에서 사용한 강의안을 뼈대로 강의 참석자와 주고받은 피드백을 적극 반영해 쉬운 아비담마 해설서를 썼다. 전현수 박사가 감수했다.

<아비담마 연구-마음과 시간에 대한 불교적 탐구>
냐나포니카 테라 저·김한상 옮김/씨아이알/2만원

부처님 열반 후 기원전까지 아비담마와 관련해 두 체계가 생겨난다. 하나는 설일체유부에서 생겨나 티베트와 동아시아의 불교인들이 지금도 학습하고 있는 〈아비담마구사론〉에 전하는 체계이고, 다른 하나는 스리랑카와 동남아에서 성행하는 테라와다 체계다. 이 책은 마음과 시간에 대한 테라와다 불교의 철학적 해석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안내서다.

남전의 문헌들을 참고해 아비담마의 근본 원리를 탐구하는 △아비담마 철학-과거의 평가와 현재의 가치 △아비담마 철학의 두 방법론을 수록한데 이어 아비담마 논서인 〈담마상가니〉의 분류 도식과 〈담마상가니〉의 법의 목록에 대한 연구, 마지막으로 시간의 문제에 대해 풀어놓고 있다.

저자는 아비담마에서 심리적 분석의 길라잡이로 사용되는 심소법(心所法)의 상세한 목록에 기초해 조건성·마음의 성질·경험의 일시성·정신적 변모의 심리적 기반을 탐구했다. 그는 책 서문에서 “이 연구는 심리적·철학적 조사, 관련 교설을 실제로 응용하기 위한 참고사항들, 묵과되거나 간과된 아비담마의 측면들에 대한 조언, 문헌학적 연구 등을 두루 포괄하기 때문에 내용이 다소 다양하다.”고 전제한 후, “이 작은 시도가 향후 아비담마의 연구가 보다 넓어지고 깊어지게 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편저자는 빅쿠 보디, 옮긴이는 김한상.

아비담마는 불교의 실천수행을 통해 건널 수 있는 정신의 내면 지형도를 엄격하고 정밀하게 그려 의식계의 전 영역을 체계화하고 있다. 그만큼 심오한 가르침이다. 상좌부 불교국가에서는 아비담마를 주로 출가수행자들이 공부한다. 그래서 초심 불자들이 다가서기에는 난해한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아비담마가 마음의 전 영역에 대한 분석을 다루었고, 철저하고 현실적인 방법으로 인간의 마음이 지닌 가능성을 측량했다는 점에서 공부하는 불자라면 읽어볼만한 책이다.

기원 후 2세기경 쿠샨 왕조 때 야자수잎에 브라흐미 문자로 기록한 아비담마 문헌 중에 <염유경(鹽喩經)>의 주석서.

<은유와 마음>

감춰진 나를 찾는 수업 ‘은유’
명법 스님/불광출판사/14,000원

문학적으로 은유법은 사물의 상태나 움직임을 암시적으로 나타내는 수사법이다. 예를 들면 ‘내 마음은 호수’와 같이 나를 다른 무언가로 나타낸다. 은유는 예전부터 정신분석을 비롯해 많은 심리치료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돼 왔다. 정신분석에서 은유는 무의식의 존재방식이라고 일컬어진다. 프로이드는 은유를 무의식이 의식세계를 숨기고 변형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은유와 마음〉은 은유로 스스로를 치유하고, 무의식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도록 돕는 책이다.

저자 명법 스님은 2011년부터 은유와 이야기치료를 결합한 새로운 방식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은유와 마음’ 첫 번째 수업 시간, 참가자들에게 묻는다. “당신을 생각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참가자들은 마음에 떠오르는 대로 이야기한다. “앉아 있는 새요.”, “가시가 돋은 선인장이 떠오릅니다.”, “저는 열매가 안 열리는 은행나무입니다.”, “내 인생은 잔고가 0원인 저금통장이에요.”

이후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새는 왜 앉아 있는지, 선인장에 돋은 가시가 싫은지 좋은지, 열매가 안 열리는 은행나무 마음은 어떤지, 잔고가 0원이어서 불행한지 홀가분한지. 스님이 묻고 참가자들이 답하면서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확장되고, 문제의 윤곽이 점점 뚜렷해진다. 문득 떠오른 이미지에서 촉발된 이야기가 자기를 숨김없이 보여주고 있음을 참가자들이 실감하는 사이 이야기는 계속된다. 참가자가 왜 그렇게 아픈지, 자기가 몰랐던 것들이 왜 지금 이야기로 나오는지, 어떻게 해야 문제가 해결되는지 자기를 말과 글로 표현하면서 생각의 감옥에서 조금씩 빠져나온다.

책은 이렇게 ‘은유와 마음’ 프로그램의 밑바탕이 된 철학, 심리학, 불교, 인류학 이론을 쉽고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소개하고 있다. 더불어 12편의 실제 사례 이야기를 함께 담았다. 명법 스님은 에필로그에서 “불교학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은유와 상상력에 대한 연구는 언어학, 철학, 미학, 심리학, 문화인류학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분야이다. 은유와 이야기는 무의식에 감춰진 무한한 원천들을 건져 올리는 방법으로 더 연구되어야 할 것들이 많다.”면서 “불교학이 인간의 내면을 이해하는 학문이므로, 불교학계에서도 명상과 더불어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명법 스님은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미학과 대학원에서 석사논문을 쓴 후 해인사 국일암으로 출가했다. 동국대 등 여러 대학과 대안연구공동체에서 미학, 명상, 불교를 강의 중이다. 최근 도반들과 ‘미르문화원’을 열고, ‘은유와마음연구소’를 맡아 운영 중이다. 저서로 〈선종과 송대사대부의 예술정신〉, 〈미술관에 간 붓다〉 등 다수가, 논문으로 ‘심리치료의 언어로서 은유와 그 불교적 의미’, ‘자아의식에 대한 두 가지 해석-유식의 말나식과 라깡의 거울단계’ 등이 있다.

<세포에게서 배우는 포용과 선택>

세포는 생명이자 마음공부의 열쇠
손드라 배릿 저·김용환, 원민정 옮김/학지사/17,000원

1996년 영국의 윌머트 박사는 체세포 유전자를 이용해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켰다. 인류가 처음으로 생식세포가 아닌 체세포로 포유동물을 복제한 사례다. 최근에는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생명체 복제를 넘어 특정 유전자를 붙이거나 삭제하는 유전자 편집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반면 인간의 지능과 인식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인지과학에서는 인간의 정신 작용을 좇아가는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있다. 기계의 지능이 인간을 넘어설 수 있는가 하는 점은 많은 이들의 관심사다.

과학기술의 끝없는 발전을 우리는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우리가 세포와 생명의 비밀을 더 알아 갈수록 우리는 생명을 더 잘 이해하게 될까? 그래서 자기 자신과 다른 생명을 더 소중히 여기고 살아가는가?

‘과학과 인문학의 만남’이란 부제를 지닌 이 책은 이런 질문에 직접적인 답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이 모든 질문의 근원이 되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하나의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우리가 세포 여행을 통해 세포가 생명을 담은 그릇이고, 세포 하나하나에 마음이 있으며, 이런 점은 진정한 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히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분자와 세포의 구조가 영적인 가르침과 성스러운 예술에 대한 근본 틀을 제공한다는 것, 이 주제가 나의 여정에 스며들어 있다. 때로 나는 이것을 세포 인류학이라 부른다. 세포 인류학은 우리 세포 구조가 어떻게 인류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하는 것”이라 설명한 후, “이 책은 과학과 정신의 세계를 연결하는 나의 오랜 여정의 수확물을 담고 있다. 고대의 지혜와의 관계에서 세포와 분자에 관해 독특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생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손드라 배릿(Sondra Barrett)은 캘리포니아 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면역학과 혈액학으로 박사 후 과정을 마치고, 10년 이상 교수로 재직했다. 치명적인 질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을 위해 일하며, 암 연구와 지원 간호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며, 20년 이상 표현미술, 기공 수련과 정신세계를 연구해오고 있다. 〈궁극의 면역〉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나’라는 증상 삶이라는 환상>

불교에서 본 예술·꿈·신화·언어
김권태/민족사/11,000원

‘나라는 증상, 삶이라는 환상’이라는 책 제목은 불교의 근본 교의를 나타내는 중요한 용어인 ‘무아(無我)’와 ‘무상(無常)’을 현대적 언어로 표현한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해가며, 고정된 실체가 없다. 따라서 삶은 하나의 환상이며, 변하지 않는 고정불변의 나[我]가 있을 거라는 착각은 하나의 증상일 뿐임을 의미한다. 그 핵심은 ‘예술, 꿈, 증상, 신화, 그리고 언어에 관한 짧은 시론’에서 보듯 불교적 관점에서 심도 있게 분석한 예술과 꿈, 신화와 언어에 대한 내용이다.

저자는 현재 유행하는 타 학문의 이론을 불교식 언어로 차용해 설명하는 ‘불교의 세속화’가 아니라, 불교의 핵심교리를 바탕으로 대중들의 관심과 흥미가 집중되는 분야를 분석하고 소화하는 ‘세속의 불교화’를 꾀하고 있다. 또한 고리타분한 교리 해석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학술서가 아닌 에세이 형식으로 현대 철학의 가장 첨예한 논쟁 주제라 할 수 있는 ‘예술, 꿈, 증상, 신화, 언어’를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붓다의 위대한 연기적 사유야말로 증상과 환상에서 벗어나 오롯이 삶의 진실을 체험할 수 있는 오직 한 길, 우리 모두의 길이 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다. 2003년 계간 〈시와 반시〉로 등단했다. 동국대에서 불교학과 한문학을 전공했으며, 가톨릭대 교육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전공했다. 현재 동대부중 교법사로 종교학을 가르치고 있다. 번역서 〈노자독법〉, 에세이 〈행복성찰〉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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