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비워내는 연습 필요해요.

문 : 저는 사람이나 음식, 제 자신에 대한 집착은 별로 없는데 유독 물건에 대한 집착이 심합니다. 큰 맘 먹고 버리려 하다가도 나중에 다시 쓸 일이 있겠지, 예전에 이런 추억이 있었는데 하면서 도로 집어넣어요. 어떻게 하면 물건에 대한 집착 없이 시원하게 버릴 수 있을까요?

답 : EBS에서 ‘물건 다이어트’라는 다큐를 방송한 적이 있어요. 독일에서 조사한 내용인데요. 1970년대에는 약 6,000개개의 물품을 소유했다면 2011년에는 약 1만개의 물건을 소유하게 됐는데 행복지수는 오히려 낮아졌다고 합니다. 나라별로도 차이가 많은데 몽골에서 3인 가족이 300개의 물건을 소유한다면 일본에서는 6,000개의 물건을 소유했다고 합니다.

라이프 스타일의 차이겠죠? 요즘 우리나라 주부들 사이에서 냉파가 유행이라면서요? 냉장고 파먹기라고 냉장고에 쌓인 식재료를 모두 소진하도록 해서 냉장고를 비우고 줄이는 거예요.

불자님께서는 유독 물건에 대한 집착이 많다 하셨는데 먼저 집에 있는 물건을 세 가지로 분류해 보세요. 비움박스, 나눔박스 그리고 고민박스로. 당장 버려야할 것들은 담아서 버리고, 나눠 쓸 수 있을만한 것은 모아서 기증하세요. 중고로 파셔도 되고. 문제는 고민박스에요.

우리 불자님은 고민박스가 넘쳐날 거 같은데, 무조건 세 가지로 분류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고민박스가 가득하면 비움박스와 나눔박스로 꼭 나누세요. 주기적으로 비움박스를 채워나가세요. 한번으로 그치지 마시고 조금씩이라도 주기적으로 고민박스에 담긴 물건을 비움박스로 옮기세요.

옷도 2년 이상 안 입으면 평생 안 입게 된다고 합니다. 옷장 가득 옷이 있는데 입을 옷 없다고 남편한테 사달라고 하면 남편이 사주겠어요? 비우고 없다고 해야 남편이 정말 없다고 믿죠. 버리는 게 이익이 되는 거예요. 버리면 청소도 수월하고, 스트레스도 덜 받습니다.

수행을 할 때도 마찬가지에요. 물이 가득 담긴 물잔에 물을 더 담을 수 없듯이, 번뇌가 가득한 마음으로는 깨달음을 담을 수 없는 겁니다. 물건 또한 마찬가지예요. 정말 추억이라면 그 추억이 담긴 물건을 사진으로 남겨두세요. 어차피 추억상기용이지 실제 쓸 것이 아니잖아요.

집착은 마음의 문제입니다. 내 마음을 자꾸 가볍게 비워내야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 수 있습니다. 물건에 대한 집착 또한 번뇌이자, 악업, 털어버려야 할 망상이라고 생각하세요.

비우면 행복으로 채울 수 있습니다.

문 : 스님, 구인사에 다니는 신도입니다. 저는 2012년부터 매년 다쳐서 크고 작은 수술을 반복하고 있는데요. 몸이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자꾸만 여기저기 아프니 우울증까지 오고 있습니다.

계속 안 좋은 일이 생기니까 제가 뭘 크게 잘못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불심이 약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올해도 어깨 때문에 몸이 많이 불편한데요. 제가 어떻게 해야 몸이 아프지 않을지 스님께 말씀을 청합니다.

답 : 제가 허리가 아파서 치료를 받으러 다닌 적이 있어요. 몸의 상처도 아플 만큼 아파야 치료가 됩니다. 하루아침에 마법처럼 나을 수는 없는 거예요. 쉽게 해결되는 건 없어요. 쉽게, 빨리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해결은 더더구나 요원해집니다.

몸이 아픈 것 또한 수행자들은 마장이면서도 공부라고 합니다. 불자님의 고통 또한 내가 전생에 지은 업 때문이다 라고 생각하면서 기도를 하세요. 하심하고, 참회하는 기도를요.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라는 기도가 아닙니다. 전생에 지은 악업을 참회하고, 현생에 지은 악업 또한 참회하고, 남은 생에서 악업을 짓지 않겠다는 굳은 맹세. 이게 바로 참회기도입니다.

전생에 지은 업이 그냥 사라지지 않으니 불자님에게는 병으로 온 겁니다. 얼른 낫고 싶고, 고통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에 삿된 가르침이 스며들 수 있으니 마음 더욱 단단히 먹고 기도를 놓지 마세요.

절에 오면 부처님이 말씀하신 좋은 가르침들을 배우잖아요. 듣고 돌아서서 실천하셔야 해요. 그래야 현생에 선업을 더 쌓을 수 있습니다. 내가 지금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선업을 쌓을 기회를 외면한다면 내생에 태어날 나 역시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가 없게 됩니다. 그게 윤회에요.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들었다면 머리로만 알고 외우고 있지 말고 온 몸으로 체득해서 내 것으로 만들고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그걸 꾸준히 반복해야 내 안의 불성이 감응해서 깨달음의 순간이 찾아오는 거예요.

아무리 훌륭한 가르침도 생활에 적용하지 못한다면 가치가 없어집니다.

소를 키우는 사람이 자기 소는 안 돌보고 남의 집 소만 쳐다보고 있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남의 집 소는 주인이 잘 돌봐서 건강하겠지만 내 집 소는 내가 안 돌봤으니 쓰러져 죽어버렸어요. 그때 정신이 들어 돌보려 한들 죽은 목숨이 살아 돌아올 순 없죠. 좋은 말 많이 듣고, 좋은 말 많이 하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하나라도 확실하게 이해하고 실천해야 내 뼈가 튼튼해지고, 내 살이 오르는 겁니다.

아프면 절실해집니다. 기도는 절실할 때 이루어지는 겁니다. 지금이 기회에요. 불자님에게는 기도 영험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겁니다. 이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기도로 극복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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