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은 음식 먹기보다 해로운 음식 삼가 하세요!”
선재 스님/불광출판사/18,000원

간이 좋지 않은 건 집안 내력이었다. 효도하겠다고 출가했다가 시한부를 선고받았다. 수행에는 먹을거리가 중요하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인 ‘식자제 법자제(食自制 法自制)’를 떠올려 절집 음식으로 건강을 회복했다. 이후 자신과 같은 아픔을 세상 사람들이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찰음식’을 전공, 음식 수행자로 나서 활동했다. 지난해 ‘조계종 사찰 음식 명장’이 된 선재 스님 이야기다.

선재 스님이 〈선재 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의 후속편인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를 출간했다. 책은 요리책이 아닌 바른 먹을거리를 주제로 한 산문집이다. 불교적 음식관이 바탕에 깔려 있지만 자연과 음식, 그리고 인간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냈다. 결혼을 앞둔 딸을 둔 어머니가 “우리 딸은 공부만 하느라 음식을 할 줄 몰라요.”라고 말했다. 이 말에 스님은 “자랑이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음식을 배우게 하라”고 당부한다. 스님은 아이들도 어려서부터 쉬운 요리를 하나씩 해야 한다고 말한다. 요리는 삶을 살아가는 중요한 능력이자, 지혜이고, 즐거움이며, 기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는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까? 스님은 “몸에 좋은 음식을 찾아먹기보다 몸에 해로운 음식을 먹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동물을 빨리 키워서 잡아먹으려는 인간의 욕심이 AI(조류인플루엔자) 등 세상에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란 것이다. 이런 이유로 “초기경전에는 육식과 관련해 삼종정육(三種淨肉), 오종정육, 구종정육 등 예외규정을 두셨는데, 불가피하게 고기를 섭취하게 될 때는 깨끗한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찰음식처럼 몸에 이로운 음식을 가정에서 먹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보다 ‘무엇을 버릴 것인가’부터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진간장 등 화학 간장을 비롯한 조미료, 식용유와 물엿 등 각종 화학첨가물이 들어간 제품을 쓰지 말라는 얘기다.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어도 나쁜 음식을 끊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게 스님의 지론.

책 후반에는 가려 뽑은 ‘한국인이 사계절 꼭 먹어야 하는 사찰음식’이 51가지 소개돼 있다. 각 재료에 대한 풍부한 이야기와 더불어, 맛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쉽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조리법이다. 우리가 늘 먹어온 음식이지만, 의미를 알고 직접 요리해 먹으면 몸과 마음의 건강이 배가 될 것이다.

스님은 서문에서 “나는 요리사도 의사도 과학자도 철학자도 아니다. 그저 스님이면 족하다. 얼마 전 조계종에서 ‘사찰음식 명장’ 칭호를 받았다. 그러나 진정한 사찰음식 명장은 산중 절에서 사찰음식의 정신을 실천하고 그 음식을 드시며 수행하는 스님들이다.”면서 “나에게 명장이란 칭호를 준 것은 산중 스님들이 드시는 사찰음식에 담긴 정신과 의미가 세상 속에서 변질되지 않도록 바르게 전하여, 모든 생명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이 되라는 뜻”이라고 밝혔다.

1980년 경기도 화성 신흥사 성일 스님을 은사로 출가, 봉녕사승가대학을 졸업한 스님은 여러 선방에서 정진했다. 1994년 중앙승가대학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며 발표한 ‘사찰음식문화연구’는 교계 안팎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전국비구니회관, 기업, 학교, 종교기관 등 국내 강연만 4,000여 회, 세계슬로푸드대회와 세계 3대 요리학교인 프랑스의 르 꼬르동 블루 등 해외에서의 강연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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