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주자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국과 맞물려 이른 시일 내 대통령 선거가 예상되는 가운데 유력 주자들의 행보가 종교계에도 빈번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선 유력 후보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은 지난달 20일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을 예방하고 현 시국과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 앞서 대선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도 지난해 11월 자승 총무원장을 만나 “종교계에서 위기를 극복할 힘과 지혜를 모아 달라.”고 협조를 구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시점이었다.

이들 유력후보 외에도 향후 대선주자들의 불교계 방문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표를 의식한 행보다. 이러한 때 불교계 지도자들의 처신은 매우 중요하다. 괜한 말 한마디로 특정후보를 지지한다는 등 오해를 살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중립적 자세를 견지하되, 부처님의 말씀에 따라 좋은 지도자와 나쁜 지도자를 가려내는 안목은 있어야 한다.

정파적 이해관계에 휩쓸려 잘못된 선택을 했을 경우 국민 전체가 불행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는 〈잡아함경〉 ‘목우자경’에서 소치는 목자를 예로 들어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목자는 무모하게 소떼를 강물에 몰아넣어 죽이지만 지혜로운 목자는 이런 저런 상황을 잘 살핀 뒤 힘이 세고 잘 길들여진 소를 먼저 강물에 넣어 건너게 하는 지혜로운 방법으로 모든 소를 안전하게 먹이가 풍부한 곳으로 이동시킨다는 내용이다. 불교계 지도자들은 대선후보들이 표를 위해 찾아올 때 이런 지혜를 깨우쳐 주어야 할 것이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종교계 지도자들의 현명한 대응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