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완수 기자의 북가이드 260호

<간절한 신심과 예술혼 묻어나는 국보급 불화 해설서>

사찰불화 명작강의
강소연 / 불광출판사 / 20,000원

불교문화유산 중에 신앙심과 예술혼이 한데 어우러지지 않은 성보(聖寶)가 어디 있을까마는 그중에서도 불화(佛畵)는 종교적 상징성과 회화적 형식미를 고루 갖춰 ‘전통미술의 백미’라 부르기에 부족하지 않은 분야다. 하지만 명작 불화를 찬찬히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귀한 가치만큼 일반에 자주 공개되지도 않거니와 공개해도 가까이 다가가 눈여겨보기가 쉽지 않다. 이 책은 수많은 불화 중에서 국보급으로 불릴 만한 불화 10점을 엄선했다.

기행문 형식으로 써내려간 이 책은 △무위사 ‘아미타삼존도’(국보 제313호) △해인사 ‘영산회상도’(보물 제1273호) △동화사 ‘극락구품도’(시유형문화재 제58호) △용문사 ‘화장찰해도’ △쌍계사 ‘노사나불도’(보물 제1695호) △법주사 ‘팔상도’ △운흥사 ‘관세음보살도’(보물 제1694호) △갑사 ‘삼신불도’(국보 제298호) △직지사 ‘삼불회도’(보물 제670호) △안양암 ‘지장시왕도’(시문화재자료 제16호)의 순으로 명작 불화를 소개하고 있다.

1,700년 전 한반도에 전래된 만큼 불교는 우리 선조들의 삶의 전반, 즉 인간관·세계관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불화에 그려져 있는 극락과 지옥, 정토와 사바세계 등을 통해 표현된 ‘삶의 이치’는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장의 사진촬영을 위해 2년을 기다리는 등 저자의 오랜 집념과 정성이 곳곳에 묻어난다. 그리고 섬세한 사진 보정작업은 수백 년 전의 불화에 신선한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저자는 원로미술사학자 강우방 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의 딸이다. 부친의 영향으로 문화재 공부를 시작해 고려대·영국 런던대·서울대·일본 교토대·대만 국립중앙연구원 등에서 수학했다. 동아시아학술원 연구원과 동국대 불교학과 연구교수를 역임했고, 홍익대학교 겸임교수로 10년 간 강단에 서기도 했다. 현재 중앙승가대학교 문화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무위사 극락보전 ‘아미타삼존도’. 1476년 작품으로 현존하는 마지막 ‘고려 화풍’의 불화로 극세필의 유려함과 화려한 장식이 돋보인다. 하지만 존상의 배치와 광배, 배경 등은 조선적 창조성이 더해진 부분이다. 거의 완벽하게 보존된 국내 유일의 후불벽화로도 손꼽힌다. 토벽에 채색을 했으며, 크기는 270cm×210cm. 국보 제313호.
운흥사 ‘관세음보살도’ 부분도. ‘붓의 신선’[毫仙]으로 칭송되던 의겸 스님이 1730년 그린 작품이다. 조선후기 그려진 수많은 관세음보살도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꼽힌다. 조선 불화의 특징인 녹색과 붉은 색의 대비가 눈에 띠면서도 다른 작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섬세함과 은은함이 느껴진다. 마본에 채색을 했다. 보물 제1694호.

<새로 나온 책>

초보 불자 위한 필독서 2권

초발심자경문 강설

무비 스님 / 조계종출판사 / 13,800원

대강백 무비 스님이 들려주는
경책을 양분 삼는 수행지침서

〈초발심자경문〉은 세 명의 고승들이 남긴 저술을 한 권으로 엮은 책이다. 바로 ‘정혜결사’라는 불교혁신을 주도한 지눌 스님의 〈계초심학인문〉, 불교사상의 융합을 위해 화쟁을 주창했던 원효 스님의 〈발심수행장〉, 나옹 혜근 스님의 제자인 야운 스님의 〈자경문〉이다. 세 스님은 스스로를 경책하기 위해 이 책을 저술했다. 그런 만큼 짧게는 700년, 길게는 1300년 전의 저술임에도 오늘날 수행하는 이들에게 전해지는 울림은 작지 않다.

〈초발심자경문 강설〉은 동국역경원장을 지낸 대강백 무비 스님이 인터넷 카페 ‘염화실’을 통해 출·재가들에게 강의한 내용을 정리해 묶은 책이다. 스님은 독자가 구절에 담긴 뜻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도록 현재 상황에 빗대기도 하고, 비슷한 뜻을 담고 있는 다른 경전이나 어록의 구절을 인용하기도 한다. 또 자신의 학인 시절 경험을 털어놓으며, 독자의 이해를 돕기도 한다.

 

발심수행장

공파 스님 / 불광출판사 / 18,000원

원효 스님 초심 담긴 706字
현대인 눈높이 맞춰 풀어내

한국불교에서 가장 존경받는 스님, 원효(元曉, 617~686) 대사는 ‘해동보살’로 추앙을 받아왔다. 〈발심수행장〉은 스님의 300여 저술 가운데 길이가 가장 짧은 글이지만 그 가르침의 진수가 ‘바라밀 수행’이란 키워드를 통해 오롯이 담겨 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찰 강원(승가대학)에서 사미, 사미니들이 가장 먼저 공부하는 책이다.

〈발심수행장〉은 총 706자의 사언절구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불교 수행의 이유와 목적, 수행자의 바람직한 생활태도, 수행자가 머물러야 할 이상적인 장소와 닦아야 할 수행법 등을 낱낱이 소개하고 있다. 부산 원효센터에서 수년간 〈대승기신론 해동소〉를 강의해 온 저자는 원문을 한 문장 한 문장 떼어내 해석을 붙이고, 거기에 담긴 함의를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썼다. 초기경전과 대승경전에서 관련 내용을 인용해 부연했고, 현대인들이 공감할 만한 적절한 예시와 비유를 곁들였다.

 

현대인 위한 선어록 2권

조당집 읽기

정영식 / 운주사 / 15,000원

과거칠불부터 당나라까지 선사 253명
행적·법어·게송·선문답 한 권에 정리

‘조사들이 당우(堂宇)에서 나눈 문답을 기록한 책’이란 뜻의 〈조당집(祖堂集)〉은 중국 오대(五代) 때 ‘정(靜)’과 ‘균(筠)’ 두 스님이 과거칠불부터 당나라 말기까지 선사(禪師) 253명의 행적과 법어·게송·선문답을 정리한 책이다. 1,900년 해인사 팔만대장경 경판에서 발견됐는데, 당나라 때 선승들의 모습을 생생히 전해주는 한편 그 시대의 언어 연구에도 귀중한 자료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조당집〉은 크게 세 가지 특징으로 주목받는 책이다. 첫째, 과거칠불·서천이십팔조·동토육조 등으로 불맥이 단절되지 않고 이어져 왔다는 조통설(祖統說)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 둘째, 수많은 게송이 실려 있어 문학성이 풍부하다는 점. 셋째, 신라와 고려의 승려 10명의 전기가 서술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조당집〉에 수록된 중요 문답이나 어구는 물론, 여타 선종 어록을 참고해 등장 선사들의 전기와 그들이 남긴 일화, 선어록을 덧붙인 후 간략히 해설했다.

 

 백장어록

김태완 역주 / 침묵의 향기 / 16,000원

선종 기틀 다진 백장 회해 선사
그의 어록을 국내 최초로 완역

백장 회해(百丈懷海, 720~814) 선사는 육조 혜능-남악 회양-마조 도일로 이어지는 선종의 법맥을 황벽 희운, 위산 영우 등 걸출한 선사들에게 전했다. 그는 선종에 알맞은 규범과 제도를 새로 정하고, 기존의 교종 사찰과는 다른 형식의 선원을 최초로 개창했다. 또한 그의 문하에서 출현한 위앙종과 임제종은 중국 선종의 가장 큰 맥을 형성했다. 한마디로 선종 교단의 기틀을 세웠다고 평가할 만하다.

이 책은 무심선원 김태완 선원장이 국내 최초로 완역한 백장 선사의 어록이다. 〈천성광등록〉에 실린 〈백장어록〉을 빠짐없이 번역했을 뿐만 아니라, 〈전등록〉·〈조당집〉·〈송고승전〉·〈전당문〉 등에 실린 백장 선사 관련 기록을 모두 번역해 부록에 실었다. 당나라 시대의 구어체로 기록된 〈백장어록〉은 내용이 방대하고, 난해하다. 오랜 선어록 번역 경험을 갖고 있는 역자는 덧붙인 1,000여 개의 각주를 통해 용어 설명과 경전 내용을 인용, 어록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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