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과 생각 259호
바람의 숨결조차 느끼지 못하고
앞만 보고 달려온 그런 나날들이었습니다.
어느새 들녘은 낮과 밤의 기온차로
아침마다 안개가 짙습니다.
발등으로부터 땅 속 깊은 잔뿌리까지
이 계절의 척후병 서리가
상강의 문고리를 잡고 문지방을 넘습니다.
서슬 퍼런 저 계절의 본진이 당도하기 전에
나무는 나이테의 지문으로 이미 알았다는 듯
저리 잎사귀를 떨구고 있습니다.
몸을 비우는 일은 쉼을 얻는 일입니다.
이 계절 잠시 유유자적하다 보면
겨울 강은 제 스스로 꽁꽁 얼붙어 버립니다.
우리는 그 틈을 타고 강을 건너면 됩니다.
쉼이 주는 삶의 미학입니다.
이승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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