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유대교 절대자가 계율 제정

오신채를 비롯해 불교의 음식 관련 계율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만, 다른 종교의 음식 관련 계율은 해당 종교 신도들을 제외하고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슬람교의 ‘할랄(halal, halaal)’과 유대교의 ‘카셰르(kasher, kosher)’도 그런 음식 계율 중 하나다.

할랄, 도축 시 동물 고통 최소화

아랍어로 ‘할랄’은 ‘허용된’이란 뜻으로 이슬람교의 경전 코란(Koran)에서 먹어도 된다고 한 음식이다. 허용되지 않는 음식은 ‘하람(haram)’이라고 한다. 할랄은 음식에 대한 의미를 지니지만, 이슬람교에서는 보다 넓은 의미로 허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말한다. 하람 역시 금지된 모든 것을 말한다. 여기서 모든 것이란 사람의 행동, 말, 옷 등을 포함한다.

이슬람의 음식 계율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Shariah)’에 따른다. 샤리아는 코란과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Muhammad, 570~632)의 가르침[言行]을 법학자들이 발전시킨 율법이다. 샤리아는 사회공동체의 표준이 되는 법전으로 인간생활의 모든 면을 통괄할 만큼 영향력이 지대하다.

그럼 금지된 식품, 하람은 무엇이 있을까? 돼지고기가 포함된 음식, 동물의 피로 만든 음식, 알라의 이름으로 도축되지 않은 고기, 도축하지 않고 죽은 동물 고기, 육식하는 야생동물의 고기, 메뚜기를 제외한 모든 곤충, 개와 고양이 등 애완동물, 사람을 돕는 당나귀·노새·말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해산물은 이견이 있다. 비늘이 있는 모든 물고기는 먹을 수 있지만, 수니파는 모든 물고기를 먹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새우와 비늘 있는 물고기만 먹기도 하고, 반대로 새우·가재·게 등 모든 갑각류를 금하기도 한다.

허용된 고기도 이슬람식으로 도축해야만 먹을 수 있다. 이슬람에서는 (유대교도 동일) 동물이 신의 창조물이고, 영혼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인간은 신의 허락 없이 불필요하게 동물을 죽일 수 없고, 식량을 얻을 때와 자신의 보호를 목적으로 할 때만 예외로 한다. 이슬람식 도축 방법은 동물의 머리를 성지 메카(Mecca)를 향하도록 한 후 기도를 하고,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칼에 목을 잘라 피를 모두 뺀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고기는 금한다.

카셰르, 고기·유제품 함께 못 먹게

음식에 대한 계율이 까다롭기로는 유대교도 이슬람에 못지않다. 이슬람에 할랄이 있다면 유대교에는 ‘카셰르’가 있다. 카셰르는 히브리어 ‘카슈루트’에서 유래한 단어로 ‘적합’이란 뜻을 갖고 있다. 이슬람과 유대교가 한 뿌리이듯 두 종교는 금기와 허용 음식도 유사한 부분이 많다. 비늘과 지느러미가 있는 물고기는 허용하는 반면 조개·게·거북이·오징어·문어·뱀장어·상어·돌고래 등 지느러미와 비늘이 없는 물고기는 금한다는 점이다.

부처님께서는 계율로 금기음식을 정할 때 그에 따른 이유를 설명했는데, 성경이나 탈무드에서는 음식과 관련해 합리적인 설명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유대인들은 이런 계율을 철저히 지킨다. 대형 항공사들이 유대인들을 위한 별도의 기내식을 제공한다는 점도 근거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이런 음식 계율이 수천 년 동안 이방 민족 사이에 섞여 살면서도 그들 나름대로의 동질성을 지켜 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왔다”고 분석한다.

그럼, 이슬람교와 유대교의 음식 계율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되새김을 하는 포유류 동물 중 발굽이 갈라진 동물의 고기를 섭취할 수 있는 점은 같지만, 이슬람교만 낙타고기를 먹는다. 또 유대교가 갑각류와 조개류를 먹지 못하게 하는 반면 이슬람교는 통일돼 있지 않다. 다수의 이슬람교도들이 생선과 조개류와 갑각류를 먹는다는 말이다. 술은 이슬람교가 훨씬 엄격해서 이슬람교도들은 알코올 성분이 조금이라도 남은 음식은 먹지 않지만, (유럽 이주 이슬람 노동자들은 맥주나 포도주를 마시기도 하지만 이슬람국가들은 엄격히 금지한다) 유대교인들은 상관하지 않는다.

고기와 유제품(우유·치즈 따위)을 같이 요리하지 않는다는 점은 유대인들만의 특징이다. ‘신명기’에 나오는 “어린 염소를 그 어미의 젖에 삶지 말라.”는 구절에서 유래됐는데, 조리기구를 구분할 정도로 엄격하다. 유대인의 음식 계율을 완벽하게 지키기란 너무나 어렵기 때문에 신앙심이 아주 돈독한 유대인들만 제대로 지킬 뿐 일반 유대인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도록 조심하는 정도다.

불교를 포함해 각 종교의 금기 음식은 차이가 크지만 생명의 존엄함을 바탕에 두고 있다는 점은 일치한다. 대신 불교가 수행에 방해가 되거나, 남에게 피해를 준 사건을 계기로 금기 음식을 정한 사례가 많다면 이슬람과 유대교는 합리적 설명보다 성서에 근거한 절대자의 의해 음식 계율을 제정한 것이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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