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휘두른 권력
과보는 반드시 돌아온다
‘저 악업중생은 어찌하나’

지옥 이야기를 좀 하고 싶다.

경전에는 천상에서 누리는 즐거움에 대해서 보다는 악업을 지어서 그 과보로 가게 되는 삼악도에 대한 구절이 자세하다. 그중에 지옥을 설명하는 부분은 그 표현이 어찌나 살벌한지 읽기가 겁이 날 정도다.

특히 〈경율이상〉에서는 지옥에 대한 설명이 아주 세세한데,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고 수행자들을 업신여기며 보시하지 않고 살생을 함부로 저지르면 뜨거운 물에 삶기거나 뜨거운 불에 태워지는 건 물론이요, 예리한 칼날과 쇠가시가 잔뜩 달린 나무나 산을 오르내리는 지옥에 떨어진다고 하고 있다.

사실 우주를 여행하고, 인간보다 더 지능이 뛰어난 로봇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21세기에 그런 지옥묘사는 생뚱맞다. 사후세계로 사람들을 겁박(劫迫)하는 게 아닌가 해서 마음이 불편해지기까지 하다. 하지만 대체 무슨 악업을 저질렀기에 지옥에서 그런 괴로움을 겪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 부분에서는 꽤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령, 합회지옥이란 곳을 보자. 합회(合會)란 말 그대로 ‘합쳐진다’는 뜻으로, 거대한 산이 양쪽에서 죄인을 향해 서서히 다가와서는 그를 가운데에 두고 합쳐지는 지옥이다. 얼핏 봐서는 뜨거운 물에 삶기거나 불길에 태워지는 것보다 조금은 나은 것도 같다. 하지만 거대한 두 산이 자신을 향해 서서히 몰려온다는 걸 상상해보라. 얼마나 두렵겠는가. 게다가 그 어마어마한 산이 자신을 사이에 놓고 조여들면, 그 고통은 어떻겠는가.

〈경율이상〉에서는 합회지옥을 “두 산이 서로 합쳐지면서 시뻘겋게 달아오른 쇠로 만들어진 수레바퀴에 치이고, 쇠 절구에 넣고 찧어지듯 하고, 기름 짜이듯 괴로움을 당한다.”고 설명한다. 기름 짜듯 조여드는 그 압박감이 과연 어떨까?

그렇다면 대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 같은 무시무시한 압박감과 두려움에 시달린단 말일까?

다시 〈경율이상〉을 보자. “힘으로 상대방을 업신여기고, 자기보다 힘이 약한 이를 농락하고 억눌렀기 때문에 두 산이 서로 합쳐지는 벌을 받으며, 인색하고 탐욕스럽고 성을 잘 내고 어리석고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바른 도리를 따르지 않았고 바른 이치를 깨뜨렸기 때문에 쇠로 만들어진 수레바퀴에 치이거나 쇠절구에 찧어지거나 갈리는 형벌을 받는다”라고 말하고 있다.

어마어마한 권력과 금력을 가진 자의 횡포를 당할 때 약자는 거대한 두 개의 산에 짓이기는 심정이었으리라. 그러니 살면서 약한 이를 그렇게 괴롭혔으니 딱 그만큼의 과보를 받는 게 마땅하리라.

지금 우리 사회를 보자. 권력을 가진 자가 함부로 행세하고 있다. 권력을 빙자해서 기업의 팔을 비틀어 거금을 거둬들였고, 자기보다 약한 자들을 멋대로 부렸다. 사람들은 두려워 부정을 함께 저질렀고, 순응한 자에게는 달콤한 이권이 주어졌다. 하지만 맞서서 대항하려는 이는 자리에서 쫓겨나거나 불이익과 수모를 당했다. 심지어 병을 얻어 세상과의 연을 놓은 이도 있다지 않은가.

비선 실세를 알고도 알지 못한다고, 만났을 텐데도 본 적 없고, 들은 적도 없다는 뻔뻔한 거짓말, 이 역시 악업이요, 그에 따른 괴로운 과보는 반드시 찾아올 테니 마치 어둔 밤 어디선가 날아오는 화살을 맞는 것과 같다고 경에서는 말했다. 지옥의 문을 활짝 열고 있는 저 악업중생들이 안타까워 차마 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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