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상담 심리 분야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이혼상담을 법제화하기 위해 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고, 육군 제2군 사령부에서는 군 상담위원을 위촉해 군상담을 본격화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또한 6월 19일부터 22일까지 3박 4일 동안 ROTC 학생중앙군사학교(문무대)에서 한국상담전문가연합회와 제2군 사령부의 공동 주최로 '제3회 전국상담가 전문가교육대회'가 열린다. 이 대회에는 무려 1천 명에 이르는 전국의 상담전문가가 참가해 이혼상담과 군 상담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실제로 서울 가정법원의 상담위원으로 위촉돼 1년여 동안 이혼상담을 해오면서 상담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흔히 이혼이란 성인 남녀가 자유 의지로 결혼해서 또한 자신의 책임 아래 선택한 것인데 상담이니 뭐니 하는 게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반박하는 사람도 있다. 인간의 자율적인 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고 역설하는 사람도 있다.

인간으로서의 자율성에 대한 기본 입장에는 십분 동의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이혼 상담을 해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인간 심리의 행로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경우도 많이 본다. 이혼이란 힘든 결심을 하기 전에 심리 상담을 받았다면 저 지경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다.

서울 가정법원에서 몇 달 전에 상담한 사례다. 40대 초반의 부부가 이혼 상담을 받으러 왔다. 서울 가정법원에서는 이혼상담 제도를 시범실시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이혼서류를 제출하면 바로 다음날 판결을 해주었지만, 지금은 상담을 받으면 1주일, 상담을 받지 않을 경우 3주일의 숙려 기간을 가진 다음 판결을 받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이혼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은 3주일을 기다리지 않고 1주일 만에 이혼하기 위해 온 사람들로 이혼 욕구가 매우 높다.

이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자기들은 대화가 안 통해서 도저히 더 이상 함께 살 수 없다고 하였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이혼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들 부부의 대화 양상을 지켜 보니, 대화가 안 통할 만도 했다. 대화 내용의 문제가 아니었다. 태도가 문제였다. 두 사람 모두 말을 쏟아내기만 했다. 둘 중 아무도 '듣지'를 않았다. 한 사람이 말을 하고 있는 동안 다른 사람이 자기 주장을 펴고, 상대방이 말을 하면 "내가 먼저 말할게"하면서 가로막았다. 그러니 대화가 통할 리가 있겠는가.

그런 모습을 지켜보다가 물었다.
"두 분이 대화 안 통해서 이혼한다고 하셨는데, 대화만 통하면 이혼 안 하실 건가요?"
부부는 동시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자기들은 여전히 사랑하고 있고, 자식들을 위해서도 함께 살고 싶다고 하였다. 

그래서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대화 잘 통하는 방법을 알려줄 테니 그 방법을 써보고도 대화가 안 통하면 그때 이혼하라는 내용이었다. 부부는 흔쾌히 동의했다.
"법원에서 나가면서 약국에 들러 마스크를 사십시오. 그리고 한 사람이 말하는 동안 다른 분은 마스크를 쓰고 그 말씀을 끝까지 들어 보세요. 상대방이 아무리 가당찮은 얘기를 하더라도 그 사람이 할 말 다 했다고 할 때까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말고 끝까지 들으세요."

대화란 말을 잘 해야 통하는 게 아니라 '들어야'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간단한 원리를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안 됐던 것이다. 이들 부부는 실제로 마스크를 쓰고 대화해 보겠다며 이혼 보류에 체크하고 상담실 문을 나섰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