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철승(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음력 6월은 늦여름이니 계하(季夏)다. 복날이 드니 복월(伏月)이요, 소서, 대서의 절기가 드니 서월(暑月), 혹은 성염(盛炎)이다. 장마가 들어 습하므로 썩은달이라 했고, 덥고 습해 드는 각종 액(厄)을 조심하라고 액달이다. 장마가 드니 장하(長夏)요, 유두(流頭) 풍속이 전해지므로 유월(流月)이다.
6월의 가장 큰 농사는 김매기다. 하지 이전에 모내기를 마치고(현대의 모내기는 한달에서 보름 정도 빨라졌다), 이어 각종 잡초를 제거하는 김내기는 한해 농사 중 가장 고된 노동이었다. 6월에 첫김매기(초벌), 둘째 김매기(두벌)를 하고 7월에 마지막 김매기(만두레)를 한다. 논매기는 대개 두레(공동노동조직)를 조직해서 하지만, 밭작물 김매기는 가정별로 한다. 전통 시대의 농사는 실로 잡초와의 전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해 농사는 이 시기의 비에 좌우되므로 비가 아니오면 기우제를, 비가 너무 오면 기청제(祈晴祭)를 지냈다. 기우제는 전국 어디서나 나름대로 지냈지만, 나라의 가장 중요한 의례로서, 고려, 조선 조정 할 것 없이 승려, 무당, 도사 등을 모두 불러모아 명산 대천에서 비를 빌었다. 취무도우(聚巫禱雨)는 고려, 조선의 대표적인 농경의례이자, 종교의례였다.
때로 모내기가 늦어 하지 후에 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 모습이 안타까워 “칠월 늦모는 원님도 말에서 내려 도와준다”거나 “늦모내기에 죽은 중도 꿈쩍거린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6월에는 보리와 밀을 거두고, 조, 메밀, 팥 등을 심는다. 또한 이 시기 거두는 참외나 수박, 복숭아 등은 가장 맛이 있어 반드시 조상에 먼저 천신(薦新)을 드렸다. 바다에서는 민어, 농어, 새우, 오징어, 고등어 등이 잡히고, 새우 젓갈을 담근다.
6월의 대표적인 풍속은 유월 보름의 유두다. 유두는 동류수두목욕(東流水頭沐浴)의 준말로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는다는 뜻이다. 유두는 신라 이래로 전해지는 6월의 풍속으로 양반들은 햇곡식과 과일로 조상에 제사지내는(유두천신) 한편 머리를 감은 다음 술 마시는 유두음(流頭飮)을 했다. 일반에서는 다양한 유두 풍속이 있는데, 농신제(農神祭)가 가장 대표적이다. 농신제는 지역이나 작물에 따라 명칭과 풍속이 다른데, 용신제, 밭제, 복제(伏祭), 참외밭고사, 쥐밥주기 등이 있었다. 농신제 외에 폭포수나 약수처를 찾아 부스럼을 예방하고 액을 막는 물맞이, 천렵 등이 있고, 상화병(霜花餠), 수단, 유두면(밀국수) 등의 절식(節食)이 있다.
유두 시기에는 보리나 밀 등의 밭작물을 수확하는 한편 늦모내기와 김내기가 동시에 행해진다. 따라서 수확한 밭작물로 수확의례를 지내고, 심은 농작물의 풍작을 기원하는 것이다. 유두고사는 삼복, 칠석, 백중으로 이어지는 농경의례라 하겠다.
음력 유월에는 복날이 든다. 복날 중 초복(初伏)은 하지 후 셋째 경일(庚日)이고, 중복은 넷째 경일, 말복은 입추 후 첫째 경일이다. 삼복(三伏)이 10일마다 차례로 오면 매복(每伏)이라 했으나, 대개의 경우 말복은 중복 후 20일마다 오기 때문에 월복(越伏)이 일반적이었다. 삼복은 24절기를 기준으로 하여 양력으로 정해지는 절기로 양력 7월 8일-8월 23일 사이에 든다.
한편 경일을 복날로 잡는 것은 경이 오행으로 금(金)이고 가을이기 때문이다. 가을인 경의 기운으로 쇠(금)조차 녹이는 불(火)더위를 이겨내려는 것이다. 복날 개장을 먹는 것도 금의 기운이 불더위에 약해지므로 금의 기운이 강한 개고기를 섭취하여 기운을 보충하는 것이라는 설도 있다.
삼복지간은 가장 더운 시기이면서, 동시에 각종 작물의 풍흉이 결정되는 시기다. 따라서 피서(避暑)의 풍속과 함께 농작물의 풍작을 기원하는 복제(伏祭)나 논멕이기도 진행되는 것이다. 삼복지간에는 개장국, 육개장, 삼계탕, 용봉탕, 팥죽(복죽), 복수제비(민어탕), 어죽 등 몸 보하는 음식을 먹고 시원한 물가를 찾아 더위를 이긴다. 이를 복달임, 혹은 복놀이라 한다.
양반들이나 스님들의 점잖은 피서법은 흐르는 물에 발만 담그고 명상에 잠기는 탁족(濯足)이다. 벌거벗고 놀 수 없는 선비나 스님들의 피서법이자 정신수양법이라 할 만하다. 조선 후기의 고승탁족도(高僧濯足圖)나 고사(高士)탁족도 등에 잘 묘사되어 있다. 혹 선비들은 선유(船遊) 놀이를 하며 고기 잡는 것을 구경하거나 물고기를 보고 즐기는 관어(觀魚)로 더위를 잊기도 했다.
한편 6월은 썩은달(액달)이라 이사도 금하고, 혼사도 금했다. 문병도 금했고, 문안인사도 꺼려했다. 오뉴월 손님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속담은 이 시기 손님맞이의 어려움을 잘 표현한 것이다.
6월의 불교 관련 세시는 5월과 마찬가지로 거의 전하는 바가 없다. 다만 환주청규(幻住淸規)에 곡식의 성장을 기원하는 청묘경회(靑苗經會) 등의 기록이 전하여 농작물 성장기 불가의 기원법회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또한 고려 시기 수많은 법회, 도량 중 유독 보살계도량(菩薩戒道場)이 6월에 집중되어 있어 유두와의 연관을 추측해보는 견해(안계현)도 있으나 더 이상의 연구가 이루어진 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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