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를 마시자(258호)

중금속에 노출된 현대인 맑게 정화해주는 ‘토복령’

흔히 산업화를 인류 문명의 발전과 동일한 선상에 놓고 보는 경향이 있지만, 산업화의 폐해를 생각할 때 이 같은 견해는 맞지 않다. 산업화가 인체에 미치는 직접적 폐해 중 하나는 납·수은 따위의 중금속 오염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중금속의 체내 축적량은 늘어난다. 중금속에 중독되면 체중 감소를 시작으로 빈혈·식욕부진·변비 등이 발생한다. 신경계통이 손상 되고, 면역력도 낮아진다. 이렇게 중금속으로 오염된 몸을 정화할 수 있는 식물이 청미래덩굴의 뿌리인 ‘토복령(土茯笭)’이다.

청미래덩굴은 한국·일본·중국·필리핀·인도차이나 등의 지역에 분포한다. 경기도 지방에서 이 같은 이름으로 불리다가 공식 명칭으로 사용되고 있다. 황해도와 경상도에서는 ‘망개나무’라고 불렀고, 호남지방에서는 ‘명감나무’ 또는 ‘맹감나무’라고 부르고 있다. 예전에는 청미래덩굴의 잎으로 망개떡을 만들어 먹었는데, 요즘도 가끔 볼 수 있다. 떡을 청미래 잎사귀, 즉 망개나무 잎사귀로 감싸 쪄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떡을 잎으로 감싼 이유는 외형 유지를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청미래덩굴 잎이 자연방부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청미래덩굴은 서민의 삶과 어우러진 식물이다 보니 이와 관련한 재미난 이야기가 많다. 어떤 남자가 부인 몰래 못된 짓을 하다가 성병의 일종인 매독에 걸려 죽게 되었다. 부인은 남편이 너무나 미워 산 속에 버렸다. 배가 고팠던 남자는 풀숲을 헤매다 청미래덩굴 뿌리인 토복령을 캐먹었는데 허기도 가셨고, 병도 완쾌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 이야기로 인해 토복령은 ‘산귀래(山歸來)’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게 됐다. 실제 한방에서는 지금도 토복령을 매독 치료제로 쓴다. 동물실험에서 중금속을 해독하는 효능이 입증됐는데 식품영양학회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동의학 사전>에는 ‘토복령’의 약효에 대해 이렇게 적혀 있다.

“맛은 심심하고 성질은 평하다. 위경(胃經)·간경(肝經)에 작용한다. 열을 내리고 습을 없애며 독을 푼다. 뼈마디가 아픈데, 연주창·악창 등 부스럼, 매독이나 수은 중독에 쓴다. 하루 10~15g을 달여 약, 약술, 가루약, 알약 형태로 먹는다.”

한방과 민간에 알려진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돼 기능성 식품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토복령은 항암 작용을 한다고 알려지는 등 인체에 유익한 약성을 고루 내포하고 있다.

음용법

물 2L에 잘게 썰어 말린 토복령 15~20g을 넣고 물이 절반 정도 줄어들 때까지 약한 불로 달인 다음, 하루 3번 식전 30분쯤에 마신다. 따뜻하게 마셔 땀을 내면 몸 안에 있던 독을 몸 밖으로 빼낼 수 있다. 하지만 소변을 참지 못하거나 몸이 허하고 냉한 사람의 경우에는 토복령을 삼가는 게 좋다. 또 약으로 마실 때 녹차 등 일반 차를 함께 마시면 효과가 반감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토복령을 차로 우려 마실 때는 조금 가늘게 썰어 다관에 넣고 우린다. 잘 우려내면 빛깔이 맑은 분홍색을 띤다. 맛은 찻물의 분홍빛 색깔에 비하면 평이한 편이다. 즉 향과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도 몸을 정화하는 의식이라 생각하며 마시면 건강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양흥식

2011년 동국대에서 ‘다선일미의 융화사상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동국대·금강대·목포대 등에서 불교와 다도 철학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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