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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에게 꼭 필요한 손글씨
  • 글 : 고평석 스마트에듀 대표이사
  • 승인 2016.10.2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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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 향상 뇌 발달 도와

손글씨로 '행복을 쓰고 있는 어린이. ⓒ연합뉴스

세상이 디지털화되고 있다. 편리해졌지만 감성이 메마를 수 있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한다. 대표적인 것이 글 쓰는 일이다. 과거 같으면 글씨는 손으로 써야 했다. 지금은 워드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그 덕분에 다양한 그림을 삽입하거나 글을 수정, 편집하는 일은 편해졌다. 반면 글을 쓸 때 손을 통해 전해지던 감성은 사라졌다. 마찬가지로 손글씨를 읽는 사람이 받던 느낌도 더 이상 체험할 수 없게 되었다. 사실 손 글씨의 소중함은 이런 감성적 측면만은 아니다.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손 글씨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3가지를 만나보자.

첫째, 손글씨는 자신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사람들은 스스로를 드러내기 위한 노력을 다양하게 한다. 그런 열망 덕분에 페이스북이 먹고 산다. 지난 2분기에는 7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17억 명이 모여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내가 어떤 글이나 사진을 올리면 다른 이들의 즉각적인 반응이 온다. 몇 명이 내 글을 봤는지, ‘좋아요’를 눌렀는지를 알 수 있기에 상당한 짜릿함을 안겨준다. (책 <마인드 체인지>, 수전 그린필드 저) 하지만 자신을 제대로 드러내기에 페이스북은 부족하다. 글쓴이의 마음을 정확히 읽기 어렵다. 글을 쓴 사람이 키보드를 두드려 그것이 입력이 되어 데이터 값이 되고 상대방의 화면에 그것이 인출되는 과정 속에서 마음은 사라져 버린다. ‘거짓 웃음과 행복이 넘쳐나는 곳 아니냐’는 일부 부정적인 의견이 존재하는 이유다.

반대로 손글씨는 글을 쓴 이의 마음이 정확히 표현된다. 심지어 성격까지 드러난다. 이를 ‘필적학(grapholoy)’이라고 하는데, 뇌의 작용이 손을 통해 글씨로 나타난다는 주장이다. 프랑스의 J.H. 미숑이 책 <필적학의 체계>에서 처음 언급하고 그의 제자 J. 크레피외-자맹이 필적을 형태ㆍ크기ㆍ방향ㆍ강도ㆍ속도ㆍ필순ㆍ조화 등을 기준으로 분류하면서 본격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실제로 유명인들의 글씨를 통해 그들의 성격을 필적학자들이 분석한 것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때가 많다. 이렇게 자신을 표현하는 데 있어 직접 써 내려간 손글씨만 한 것이 없다. 요즘 같은 인터넷, 모바일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대중의 기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팬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쓰거나, 불미스러운 일이 있을 때 손글씨 편지를 공개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본인의 마음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페이스북에 집착하지 말고 손글씨를 쓰는 편이 낫다.

둘째, 손글씨는 뇌 발달에 도움을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디지털 시대에 생존을 위해 아이들은 손글씨 연습보다 키보드를 빠르고 정확히 치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한다. 그렇지만 정신의학자들이나 신경학자들은 손글씨를 과거의 유물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전히 손글씨와 그 교육적 효과에 대한 연관 관계의 증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뉴욕타임즈 기사에 따르면, 인디애나 대학의 캐린 제임스(Karin James) 교수는 “손 글씨를 통해 뇌 발달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직 글씨를 읽고 쓰는 것을 배운 적이 없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글씨를 보여준 후 세 그룹으로 나누어서, 한 그룹은 점선을 따라 그 글씨를 써보게 하고, 다른 한 그룹은 빈 종이에 써보게 하며, 나머지 한 그룹은 컴퓨터로 타이프를 치게 하면, 자유롭게 글을 쓰게 한 그룹의 뇌가 활성화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른들이 글을 쓰거나 읽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세 부분(좌방추피질회전, 아전두피질회전 그리고 후정수피질)이다”라고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밝혔다. 또한 손 글씨 전문가 마크 자이퍼 박사는 “글씨를 아름답게 쓰다 보면 좌뇌와 우뇌가 골고루 발달한다. 또한 키보드에서 자판을 두드리는 것보다 느린 과정이기 때문에 창의성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직접 손으로 무언가를 쓰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효과가 있다. (특히 아이들) 기억력 유지에 확실히 도움이 된다는 수많은 연구 결과들이 이미 있다”며 뇌 발달을 위해 손글씨를 적극적으로 쓸 것을 추천했다.

셋째, 손글씨는 오히려 보존될 확률이 높다. 디지털 시대에 구닥다리와 같은 소리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이 그렇다. 우리는 다양한 디지털 저장 매체를 보아왔다. CD, SD카드, 외장하드디스크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CD만 해도 사용할 당시에는 플로피 디스크에 비해 무척 편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지금은 이용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너무 많아졌다. 다른 매체로 주도권이 넘어갔기 때문이다. 중요한 정보를 담아 놓았다고 해도 볼 수 있는 기기 자체가 사라지면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불과 20년 전의 CD가 그런 처지다. 이에 비하면 종이 위의 글씨는 영원해 보인다. 그 덕분에 우리는 세종대왕의 아들 안평대군의 글씨를 <훈민정음 혜례본>을 통해 볼 수 있다. 또한 조선 전기 뛰어난 서예가였던 한석봉(한호)이나 조선 후기 명필 김정희의 글도 감상할 수 있다. 안중근 의사의 글씨에는 기개와 비장함이 느껴진다. 여타 다른 저장매체였다면 느끼지 못했을 이들 손글씨(서예)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나의 무언가를 남기려고 마음먹었을 때 종이 위에 적은 손글씨만한 것이 없다는 증거다.

초등학교 교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글씨는 예전 같지 않다. 엉망이 되어간다. 손글씨에 익숙했던 어른들마저 PC나 스마트폰으로 글씨를 쓰고 있어서 그 실력이 줄어들고 있다. 아이들의 손글씨가 엉망이 되어 감은 ‘필적학’ 측면에서는 아이 뇌가 뒤죽박죽이 되어간다고 볼 수도 있다.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면서, 균형 잡힌 두뇌 발달에도 도움이 되고, 오랜 세월 보관이 용이한 손글씨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다. ‘너의 마음을 알고 싶어’라는 쪽지와 함께 자녀에게 멋진 펜이나 연필과 종이를 선물해 보는 것은 어떨까?

 

고평석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한국경제TV 저자대담프로그램 ‘스타북스’ 앵커를 역임했다. 현재 (주)스마트에듀 대표이사,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북섹션 총괄, 한겨레신문 사람과디지털 연구소 객원연구원, 한겨레신문 ‘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및 매일경제프리미엄 ‘디지털&휴먼’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글 : 고평석 스마트에듀 대표이사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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