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도 천태불교학술대회가 11월 12일 오전 10시 서울 관문사 2층 대강당에서 ‘천태종의 한국적 특성과 그 정체성’이란 주제로 열린다. 천태종총무원이 주최하고, 천태불교문화연구원이 주관하는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이봉춘 천태불교문화연구원장의 ‘천태종의 정체성과 그 확립 방향’이란 주제의 기조발제 외에 5편의 논문과 종합토론이 이뤄진다. 기사에 누락된 논문은 김용표 동국대 명예교수의 ‘지구 윤리로서의 십선계’이다.

천태종의 수행체계와 생활불교

광도 스님
금강대 교수

천태대사는 〈법화경〉의 개권현실(開權顯實)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삼제원융(三諦圓融)의 일실제에 귀일한다.”고 설하였다. 또한 일실제의 법문은 문자에 실을 수 없고 마음으로 얻을 수 있다는 신승의 가르침에 따라 관심(觀心)을 중요시 하였다.

〈법화문구〉에서는 관심을 하면 감응을 받아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하였다. 〈마하지관〉에서는 삼제원융의 일실제를 깨닫는 원돈지관법으로 관심의 십승관법(十乘觀法)을 조직하였다. 좌관의 십승관법을 위주로 설하고 나서 역연대경관의 십승관법을 설하고 있다. 속히 진리를 깨닫고 또한 나와 모든 중생의 번뇌를 파하기 위하여 역연대경관이 필요하다. 모든 생활 속에서 수행을 하는 역연대경관으로 자행과 화타의 보살도를 성취할 수 있다.

〈법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에는 중생이 칭명염력(稱名念力)으로 기감(機感)을 하면 관세음보살이 응화(應化)를 하여 발고여락(拔苦與樂)으로 중생에게 이익을 준다는 내용이 설해져 있다. 인천(人天)·이승(二乘)·보살의 추기(機)에는 방편응(方便應)을 하고, 불(佛)의 묘기(妙機)에는 묘응(妙應)을 하여 중도의 법문으로 득도하게 한다.

상월원각대조사는 관세음보살 용맹정진 중 대각을 성취하였다. 오도(悟道)의 설법에는 실상(實相)·묘법(妙法)·연화(蓮花)·회삼귀일(會三歸一) 등 법화의 내용이 들어 있다. 이후 천태종을 중창하고 〈묘법연화경〉을 소의경전으로 하여, 애국불교·생활불교·대중불교의 3대 지표를 세웠다. 사부대중에게 관음주송의 수행을 바탕으로 주경야선의 생활불교를 실천할 것을 가르쳤다.

이런 지표아래 총본산 구인사를 비롯한 전국 말사에서 주경야선(晝耕夜禪)의 생활을 하고 있다. 낮에는 농사나 기타 주어진 일을 하면서 수행을 하고, 밤에는 관세음보살을 쉬지 않고 부르며 철야로 수행을 한다. 이를 통해 나와 모든 중생이 삼제원융의 일실제에 귀일하는 불교를 실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사홍서원의 발심을 하고 상구하화의 수행을 하여 나와 모든 중생이 삼제원융의 일실제에 귀일하는 것이 천태종 수행체계의 근간이다. 대한불교천태종은 관음주송을 바탕으로 주경야선의 생활불교를 실천하고 있으며, 이것은 생활 속에서 보살도를 행하는 것으로 나와 모든 중생이 삼제원융의 진리에 귀일하게 한다.

천태종 출가자의 일상행의와 제도

고우익
전 금강승가대 교수

천태종 출가인의 일상 행의와 제도는 다른 종단에 비해 매우 혁신적인 부분들이 많다. 어느 것은 매우 현실적인 것이기도 하고, 또 어느 것은 민족문화 전통에 기반하기도 한 것이다. 그 모든 것이 비불교적인 것의 배격과 전통적 기득권의 과감한 포기라는 데서 출발하고 있다. 신흥 종단으로서 기존의 불교적 제도를 철저히 따라도 그 존립이 힘들 것인데, 이러한 독자적 모습을 전개할 수 있었던 것은 깨달음에 기초한 신념과 자신감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고 본다. 여기에 중창조 대조사를 향한 사부대중의 절대적 귀의 또한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준 힘이 되었다.

부처님 법을 인연 있는 이들과 함께 닦아 위대한 깨달음을 이루어 조사 스님이 된 그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기에 그 믿음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천태종은 이 시대 조사 신앙의 모범적 종단이 되었다.

천태종은 또한 청규에 의해 움직인다. 청규에는 불문율(不文律)도 있고, 성문율도 있다. 예를 들어 차량운영도 승랍에 따라 배기량을 정해 사용하도록 하며, 모든 스님들의 기본 월 보시도 법랍에 따라 기준을 정하여 지급하고 있다.

총본산 구인사의 모든 살림을 맡은 비구니 스님들은 자체적으로 어른 스님의 지도 아래 당번을 정하여 일정하게 순환하며 맡게 된다. 문자 그대로 상월 대조사의 가르침을 받들며, 종정스님의 자상한 지도 아래 살아가는 것이다. 자신이 맡은 일을 수행하면서 철야정진의 법열과 중생 제도의 원력 속에 조용히, 그러나 힘 있게 살아간다.

일정한 소임을 맡아 살다가도 법랍과 세속 연령이 높아지면 스스로 모든 소임을 놓고 농장 일에 참여한다. 농장은 정원(定員)이 없다. 법랍으로 본다면 어른 대접을 밭아야 할 그들이다. 하루 종일 농장 일을 마치고 저녁 무렵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돌아오는 모습을 볼 때, 숭고함마저 느껴진다. 무욕(無慾)의 경지에서 힘이 닿는데 까지 무엇인가 종단을 위해 몸 바치겠다는 마음이 그 바탕에 있음을 본다.

종조 탄신 백주년의 기념행사를 봉행한지도 5년이 지났다. 이제 종단의 바람직한 면으로 평가 된 것은 계속 증장시켜 나아가는 한편 변화 발전하는 시대적 상황을 바라보며 중생 제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해 보아야하는 시점에 와있다고 본다.

천태 전통의 계승과 새 문화의 창조

석길암
동국대 교수

한국불교에서 천태종은 대각국사 의천에 의해서 처음 개창되었고, 원묘 요세의 백련결사에 의해 중흥되었다. 정혜결사와 대비되는 백련결사는 정토결사라는 정체성에 의거하여 강렬한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었다. 상월조사에 의해 중창된 대한불교천태종 역시 이러한 염불수행 전통을 계승하여 관음주송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수행전통을 발전시키고 있다.

대한불교천태종에서 계승하고 있는 대표적인 불교 전통문화인 삼회향놀이, 가사전승은 기본적으로 대중적인 수행전통이라는 점을 부각시켜서 조명할 수 있으며, 현대 한국사회에 꾸준히 확산되고 있는 차문화의 경우도 역시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천태종에서 계승하고 있는 전통불교문화로 ‘단양 구인사 삼회향놀이’라는 명칭으로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제25로 지정되어 있는 삼회향(三廻向) 놀이가 있다.

영산재와 수륙재 등이 끝난 후에 재에 참석했던 모든 불자들이 평등한 입장에서 어우러졌던 뒷풀이의 성격과 종합적인 불교민속예술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전승문화이다.

대중적 수행전통을 강하게 지향하는 천태종의 관점에서 본다면 단순히 계승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 담긴 의례성을 강화하여 천태종의 정체성을 담으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가사불사의 경우, 전통불교복식의 전승이라는 측면 외에 대중의 복전을 위한 공양의례라는 성격을 가진다. 논자는 여기에 더해 천태종단 차원의 반승의례(飯僧儀禮) 복원이 ‘대중의 복전을 위한 공양의례’로서 모색해야 할 필요성을 제안하였다.

현재 계승되고 있는 전통문화의 발전적 재창조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은 대중적 수행전통과 걸맞는 대중성의 확보방안에 대한 지속적인 탐색이라고 생각된다. 이 부분에 대한 몇 가지 구체적인 방안으로서 삼회향놀이 중의 땅설법을 활용한 무대극 재현 등의 방법을 제시하였다.

마지막으로 의례 전승의 측면에서, 영산재의 성립과 전승과정에 대한 천태종 입장에서의 재조명, 그리고 법화삼매참법의 복원 필요성에 대한 종단 차원의 연구를 제안하였다.

천태종 승려의 노후복지

이혜숙
금강대 객원교수

천태종단이 스님들에게 제공하는 의료지원책은 여러 자리의 발표에서 이미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모든 스님들이 지역건강보험이나 특수보직자 보험에 100% 가입되어 있다. 건강보험료의 경우, 사찰의 주지스님이나 기관 소임자는 해당 사찰 및 기관에서 납부를 하고 그 외에 대중스님 약 260명의 보험료는 중앙종단에서 일괄 납부하고 있다. 각 스님의 병원 진료비는 전액 중앙종단이 지원하며 통원치료가 필요할 때는 교통비나 출장비를 승납별로 다소 차등 지원을 한다. 2016년도 종단의 1년 예산 약 250억 원 가운데 보건진료비가 7억5000만 원 정도로 추산된다.

주거 보장 부분은 사찰 수와 승려 수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현재 천태종에 소속된 사찰은 총 157 개소이며, 비구스님 150명과 비구니스님 250명이 종단에 재적중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사찰은 누구에게도 사유화되지 않으며 스님이 단위사찰에서 소임을 맡고 있다가 그 소임을 그만두게 되면, 다시 본산으로 돌아와서 거주하는 시스템이다.

노후 보장은 승려 복지의 중요한 부분이다. 스님이 더 이상 사찰의 소임을 맡지 못 해서 거처가 불안해지고 소득원이 없어진 경우나 장기치료와 간병이 필요한 경우 등에 대한 돌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천태종은 사찰 주지소임에 공식적으로 연령제한은 없는 것으로 안다. 그렇기 때문에 ‘노후보장’의 대상자를 일정한 연령으로 선정하기 보다는 승납과 세납을 함께 고려하면서, 건강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후보장의 주요내용으로는, 노스님들께 요양 및 간병비용을 중앙종단이 전액 지원하는 것과 6개소의 요양시설(재단 직영 2개소/ 위탁 운영 4개소)을 개원하여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 등이 있다.

다음은 소득 보장의 문제다. 스님들의 소득보장 문제는 노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출가직후부터 평상시 일상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경비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천태종은 현재 스님들에게 급여처럼 고정되게 금원을 지급하는 규정이 별도로 명문화되어 있지는 않고, 생필품을 구입할 정도의 소액(월 20~30만원 정도의 성보비)은 지급된다고 한다. 사적으로 보시금을 받는 경우와 종단[사찰]이 공식적으로 모든 스님들에게 일괄 보시금을 제공하는 경우를 비교할 때, 어떤 방식이 좀 더 승가공동체다운 결정이 되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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